은행주 배당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선배당액 결정 후 배당기준일 확정’ 제도 때문이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사들은 이 새로운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더욱 투명한 정보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은행주와 증권주의 배당수익률은 최고 8~9%에 달하며, 이러한 높은 배당률이 전통적인 ‘고배당주’로서의 위치를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배당 절차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4년 1~2월 이사회에서 2023년 기말 배당기준일 및 예상배당액을 결정하고, 이어지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배당액을 확정한다. 이는 기존 12월 말 배당기준일과 3월 주주총회에서의 배당 결정, 그리고 4월의 배당금 지급 절차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유동성 확대, 경제 성장 촉진, 그리고 자본시장의 건강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더욱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시기의 변화를 의미하며, 전통적인 ‘연말 배당주’ 개념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은행 배당주 투자적기로 꼽히던 시점도 기존의 10~12월에서 2~4월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자들은 배당기준일의 변경이 과도기에 있음을 인지하고, 투자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결산배당 기준일을 2월 중순 이후로 변경한 회사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주식을 내년 2월까지 보유해야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배당’과 ‘올해 1분기 배당’ 기준일이 겹치는 현상도 발생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펀드도 은행주 배당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한차례 이러한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배당률을 올린 전례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은행권에 주주 환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가치 향상과 경영 개선을 목표로 하는 사모 펀드로, 얼라인은 이미 지난해에도 은행권의 배당률 상승을 주장한 바 있다. 얼라인은 최근 국내 주요 7대 금융 지주사에 주주 환원 정책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 중 JB금융에 대한 지분율이 14.04%에 달하며, 다른 6개 지주사에 대해서도 1%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얼라인은 이들 지주사에 대해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주요 지주사들은 다양한 주주 환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은행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얼라인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주주 환원율은 평균 27%로 주요 해외 은행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얼라인은 주주 서한을 통해 각 은행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를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주주 환원율은 은행 마다 차이가 있으며, 하나, BNK, DGB금융 등은 얼라인의 최소 요구치인 30%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하나금융의 자산 건전성 우려와 우리금융의 과도한 인수합병(M&A)에 대한 경고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 보유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실제 은행권에 큰 압박감으로 작용한다”라며 “은행들의 배당 가능성과 실적 개선 기대감도 있는 상황에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저가 매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는 3월 예정된 ‘벚꽃 배당’에도 불구하고, 은행주들이 올해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배당을 기대하며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이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5일 기준 KRX은행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1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2023년 말 683.24였던 지수는 15일 668.18로 기록되며 약 2주간 15.06포인트가 떨어졌다. 이 지수에는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코스피에 상장한 10곳의 금융지주 및 은행이 포함된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주가 하락이 눈에 띈다. 이러한 하락세의 주된 원인은 ‘상생금융’ 정책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고금리를 통한 이자 수익으로 큰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들이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당국은 이들에게 상생금융 기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상생금융 비용의 60~80%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총 비용은 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카카오뱅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추세다. 은행주는 전통적으로 89%대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해온 터라 벚꽃 배당을 앞두고 기대감에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이러한 추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와 부동산 시장의 동향은 은행주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동시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위험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가능성 등은 은행주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먼저 경기 침체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대출 기회와 수익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의 긍정적인 측면과 배당금 전망을 주목하는 동시에, 홍콩 H지수 ELS 관련 위험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가능성 등의 위험 요소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이 판매한 ELS는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총 손실금을 조 단위로 예상하는 기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은행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이 손실에 대한 배상절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과거 파생결합증권(DLF) 투자 손실에 대한 은행의 최종 배상 비율을 손해액의 40~80%로 책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KB금융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은행주 약세를 견인했다”면서 “비교적 선방한 우리금융은 타 시중은행 대비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미미하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