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지난해 말 글로벌 기관들이 ‘상저하고’를 전망했던 것과 달리 상반기는 큰 침체 없이 지나갔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하반기 중 한 번은 바닥을 칠 것이라고 보고,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하반기도 무난히 넘긴 뒤 진짜 위기는 내년 상반기에 닥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글로벌 기관들조차 의견이 분분할 만큼, 하반기 경제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올해는 단기간에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커진 것이 눈에 띈다. 시장에 굵직한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 보니 장중에도 널뛰기를 하는 일이 잦고, 예년에 비해 더 많이 올랐다가 더 많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글로벌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를 제공하는 국제금융센터와 국내 은행 환율 전문가 3인방에게 하반기 전망을 들어봤다. 전망치는 소속 기관이 아닌 개인 의견이다.
달러 1220~1320원
엔화 890~1010원 선 예상
환율 향방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달려 있다. 시장은 하반기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점치면서 7월 최종 금리를 5.5%로 예상한다. 인상 폭이 이보다 커진다면 하반기 환율 변동 폭도 더 커질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는 1220~1320원, 엔화는 890~1010원 사이에서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는 미국이 한 번만 금리를 올린다는 가정하에 예상한 것이므로 인상 폭이 커진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는 3분기 상단을 테스트한 뒤 4분기께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엔화는 단기적으로 하단을 테스트한 뒤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상승 전환 시기와 속도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미 바닥을 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여전히 식지 않는 미국 경제 침체 신호가 포착되면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엔화가 상승할 수 있는데, 일본 중앙은행(BOJ)이 현재의 초완화적 정책을 일부라도 거두어들이면(정책 정상화)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물가 2% 도달 시 1250~ 1290원 예상
올해 환율은 연준 정책이 시차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완만한 하락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연준 분위기에 따라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소위 ‘얕은 경기 침체’가 어느 시점에 도달할 것인가에 따라 환율이 출렁일 수 있고, 향후 방향성을 결정지을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 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지를 핵심 지표로 꼽았다. 그는 “연준이 정책 목표로 하는 2%의 물가 수준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에 연준 위원들은 2% 이하에 도달할 때까지 ‘매파 성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서 위원은 연준 금리 인상이 7월 FOMC를 끝으로 연말까지 동결로 가면서 경제의 하방 압력 대응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이 같은 기대감은 달러 약세 기조를 견인하며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에 근접하는 데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이 전망한 7월 이후 하반기까지 환율 변동 폭은 1250~1290원 수준이다.
달러당 1220~1260원 선 등락 예상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1220~1260원 선을 전망했다. 특히 하반기 평균 1260원대로 수렴한 뒤 연말에는 1220원 수준까지 하락(원화값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약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수출 등 대외 부문의 개선,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성장이 나아질 것이다. 이는 원화에 강세 요인”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원화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은 135~140엔 수준에서 등락하다 연말에는 135엔 선을 지킬 것으로 봤다. 미국 긴축이 종료되고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미·일 금리 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문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BOJ는 임금 상승을 감안해 3분기 말이나 4분기에 수익률곡선조절(YCC) 일부를 상향할 것이고 이는 연말 엔화에 강세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갈등’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도 국제금융시장,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원화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국내주식 수급 봐야
국제금융센터는 약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대체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당 원화값도 달러 약세와 국내외환수급 개선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엔달러 환율은 BOJ 통화정책 등으로 엔화 강세를 이어가고, 위안화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인민은행의 추가 통화완화책으로 여타 통화보다는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율 주요 변수로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증가 여부와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지속 여부가 꼽혔다.
센터에 따르면 환율과 금리, 채권 등 전반적인 자금 흐름은 상반기와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가는 ‘조정 후 반등’에 무게가 실리는데, 상반기처럼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 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 최고점이 5.75%냐, 5.5%냐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점 도달 그 이후’가 중요하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고 가팔랐던 긴축의 파장을 시장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연준 예상보다 덜 올리고 내년에는 점도표보다 더 내리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고 설명했다.
유수의 글로벌 분석기관도 각각 다른 전망을 내놓을 만큼 하반기 경제는 ‘안갯속’이다. 미국 경제만 봐도 ‘얕은 수준의 침체’ ‘침체 없는 연착륙’ ‘경착륙’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는 최종 정책금리 수준과 주요국 물가, 피벗(금리 인상 중단) 시점이다. 이 원장은 하반기 세계 경제가 잠재적 불안요인과 새로운 변수에 좌우될 것으로 봤다. 그는 “결국 소비 수요에 따른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하락하면서 통화긴축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중립적으로 시장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경제가 크게 선회하는 대형 선박이고 금융시장이 빠르게 선회하는 요트라고 할 때, 국민 개개인들이 가지는 소비 및 심리 변화가 금융시장에 즉각 반영되고 이러한 것들이 기조가 된다면 경제도 이를 따라가는 자기실현적 측면이 크다”면서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수요는 분할매수, 외환투자는 미뤄라
투자나 여행, 유학경비 마련을 위해 환전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하반기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국 중앙은행의 이벤트로 출렁일 때마다 분할매수하라고 권했다. 실수요자의 분할매수는 추천하지만, 투자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국제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1244~1344원 정도에서 등락할 수 있다. 달러는 1240원 이하로 급락할 경우 매수가 유리하나 장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이 높은 만큼 단기자금 위주로 접근하라”고 권했다. 원엔 환율의 경우 하반기 예상 환율은 930~980원 수준이어서, 단기적으로 볼 때 900원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전 수요’가 무엇인지에 따라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학자금이나 여행경비 등 당장 사용할 실수요라면 분할매수가 맞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하염없이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시장 전망이 특정 방향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서 시장이 그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일단 일부 매수하면서 남은 포지션을 줄이고 다시 고민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원하는 레벨이 오지 않으면 조바심 내지 말고 사지 말아야 한다. 다른 투자 대안과 비교할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달러화의 경우 1200원 이상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으며, 엔화는 900원 안팎이면 매력적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환투자는 미루는 전략을 추천했다. 서위원은 “연말이나 2024년 초반에 미국과 주요국 경제가 심각한 둔화를 보일 시,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이 예상되므로 투자시점을 다소 뒤로 이연하는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정 환율 수준 도달시점이라도 적요하게 투자를 위한 목표가격 설정을 선행한 이후, 목표가격 도달 시 투자 비중을 충분히 고려하고 분할매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엔화는 역사적으로 봐도 지금이 ‘환전 적기’라는 의견이 많았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며 기록적인 엔저(엔화가치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내 원엔 재정환율 평균(2013년 하반기~2023년 상반기)인 1023.32원보다 10%가량 낮은 수준이다.
매일경제 금융부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