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반등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 동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올랐다. 지난해 2월 하락 전환한 이후 처음이다. 강남권과 여의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에서도 인기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6, 7월에 들어서도 유지 중이다.
이제 시장 관심사는 앞으로의 추이다.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락장 속에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드캣 바운스’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가격지수와 거래량,주택 구매력, 미분양, 전세가율은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5가지 대표 지표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이들 지표를 점검한 결과 5개 중 3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반면 2개 지표는 집값이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활황인지를 보여주는 실거래가지수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히 회복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4.74% 상승했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47% 올랐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지표다.
지금 실거래가지수 추이를 봤을 때 부동산 시장은 ‘급락 공포’에서는 일단 벗어난 모양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완만한 형태의 가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집값도 최근 반등세다. 부동산도 일종의 자산인 만큼 세계적인 흐름은 국내 추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집값 폭락을 주도했던 홍콩,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의 주택 가격이 반등했다. 지난해 15.6% 폭락했던 홍콩은 1월부터 세 달 연속 집값이 상승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올해 5~8% 반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고점 대비 14% 하락했던 캐나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 주택가격지수(HPI)는 전월 대비 2.1% 상승했고, 주택 판매량은 전월 대비 5.1% 증가했다.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7% 정도 집값이 떨어진 호주도 주택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코어로직의 주택지수는 5월 1.2% 오르는 등 세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어로직은 당초 호주의 집값이 올해 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 4% 상승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금리 인상으로 17% 폭락했던 뉴질랜드도 4월 전달 대비 0.3% 올랐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던 미국의 경우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2월과 3월, 4월 모두 상승했다. 4월 지수는 2022년 6월 정점보다 3.6%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세계적 집값 반등세의 이유로 금리 인상 중단 분위기, 주택 공급 부족, 팬데믹 기간의 초과 저축, 이민 증가로 인한 주택 수요 회복 등을 꼽고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추이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량은 835건으로 1000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월 거래량이 1416건으로 늘더니 2월(2459건)에는 2배가량 치솟았다. 이후에도 3월 2982건, 4월 3189건, 5월 3420건으로 매달 급증하는 분위기다. 5월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최대 규모다. 6월은 3273건을 기록 중인데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기한이 끝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권 거래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 거래량은 64건이다. 서울 분양권, 입주권 거래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한 자릿수를 이어가다 올 1월 18건, 3월 20건, 4월 54건으로 연일 증가세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4월 7일부터 공공택지와 규제지역 분양권 전매 기간은 분양시점으로부터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최근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억 원씩 웃돈이 붙은 거래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의 2006~2022년 월평균 거래량은 6040건이었다. 하지만 시장 급등기인 2019년(6257건)과 2020년(6748건) 데이터가 포함된 만큼 일반적인 거래량은 한 달 평균 4000~5000건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 달 연속 3000건 전후로 거래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급매물은 소진되고 시장이 정상화하는 단계로 봐야 한다”며 “지금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싸우는 시장이고 월 5000건 이상 거래될 때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요인이다.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HAI(주택구입잠재력지수), 주택구입부담지수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낸다.
PIR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 값이다. 예를 들어 PIR가 12라면, 중위소득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수준의 아파트를 살수 있다는 뜻이다. PIR 수치가 낮을수록 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PIR는 10.8로 조사됐다. 1년 전인 2022년 1분기 18.4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떨어졌다. 1분기 기준 전국 PIR도 4.9로 1년 전(7.3)보다 2.4년 감소했다.
HAI는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회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기준은 100이다. HAI가 100보다 클수록 중간 소득 가구가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HAI는 107.3이었다. 지난해 9월 78까지 빠졌다가 올해 들어 1월 102.5, 2월 104.4 등으로 다시 100 윗선으로 올라섰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하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214.6) 이후 2분기 연속 내림세다. 올 1분기 175.5로 지난해 4분기(198.6) 대비 23.1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주택 구입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50 안팎 정도까지는 내려와야 안정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집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택 공급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분양은 핵심 데이터다. 주택 미분양이 급증하면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할인 판매 등을 실시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내린다.
앞의 3가지 지표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던졌다면 주택 공급 쪽은 좋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865가구에 달한다. 5월 미분양 물량은 국토부가 제시하는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훌쩍 넘는다. 전달인 4월보다 줄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데, 다른 데이터를 보면 상황이 그다지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듯하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892가구로 전월보다 오히려 2%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분양 주택 증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부동산PF 부실이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부동산가격을 끌어내렸던 상황이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각각 1.19%, 1.25%로 2021년 이후 계속 상승 중이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PF 연체율은 이미 지난해 말 10.4%로 2021년 말(3.71%)보다 6.69%포인트 급증했다. 일부 증권사 연체율은 2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분양과 함께 주택 시장의 완벽한 회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전세 시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집값 하락은 전세 가격 급락을 동반한 점이 특징이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반등했다는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9%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집값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여겨지는 ‘50%’선을 맴돌고 있다.
특히 입주 예정 물량이 넘쳐나는 만큼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 하반기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6만5887가구다. 올해 상반기(14만3351가구)보다 16%, 지난해 하반기(14만4886가구)보다 14% 각각 많다. 입주 물량이 쏟아져 매물이 소화되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에선 강남권과 청량리를 중심으로 한 동북권, 수색 일대 서북권에 몰린 입주 물량 소화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금리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했지만, 향후 물가가 오르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 금리를 동결했지만 2020년 이전의 초저금리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부동산 대출이 뇌관이 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문제다. CBRE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12.9%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13.1%에 육박하는 수치다. LA와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20%를 넘어섰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프랑스 등 유럽 주요 도시 공실률은 20%에 육박한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부실로 인한 금융사 연쇄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분석회사인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오피스 빌딩의 가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5% 떨어졌다.
매일경제 부동산전문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