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청약 제도가 바뀌는 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가점이 부족해 청약 시장에 군침만 흘리던 저가점자가 추첨을 통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반면 2022년 말 나왔던 둔촌주공 사례처럼 ‘로또 분양’으로 불렸던 청약이 빛이 바래는 한 해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청약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2023년을 기점으로 서울과 과천시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중소형 면적 아파트 최대 60%가 추첨제로 나온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아 청약가점이 부족했던 2030세대의 청약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기존 제도하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100% 가점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면적 60㎡ 이하 민간 아파트는 가점 40%, 추첨 60%가 적용된다. 최근 나오는 전용 59㎡ 아파트는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다. 4인 가족이 살기에 전혀 부담 없는 상황이다. 이 평형대 분양 시 10집 중 6집은 추첨에 의해 주인이 가려지는 것이다. 엄격한 가점제 논리에 따라 청약 꿈도 꾸지 못했던 예비청약자들이 과감히 청약통장을 써낼 유인이 생겼다는 뜻이다. 전용면적 60∼85㎡ 평형대는 가점 70%, 추첨 30%로 결정된다.
다만 85㎡ 초과 아파트는 가점제 물량을 기존 50%에서 80%로 늘리고 추첨 물량은 50%에서 20%로 줄인다. 2023년 1월 초 기준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4곳만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들 지역에 청약 개선안이 적용된다.
2월부터는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역 요건이 폐지된다. 현재는 규제지역 내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있다. 예비 당첨자 수는 ‘가구 수의 40% 이상’에서 ‘가구 수의 500% 이상’으로 대거 넓혔다. 예비입주자 명단 공개 기간은 60일에서 180일로 연장해 무순위 청약이 최소화된다.
또 2022년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구입자금보증 지원 대상을 분양가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약 대기자 입장에서는 청약 시장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2023년 청약 대기자들이 노려봐야 할 알짜 분양단지는 어디일까. 비강남권에서는 먼저 이문1구역과 이문3구역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문1구역과 3구역은 이미 여러 차례 분양 시기가 연기된 바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23년 드디어 분양을 개시할 방침이다. 1구역(래미안라그란데)은 전체 3069가구 중 921가구, 3구역은 전체 4321가구 중 164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잡혀있다.
이문1구역 분양가는 3.3㎡당 28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예측이다. 이 경우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9억원대로 중도금 대출 상한선인 12억원을 넘지 않는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침체를 고려해 조합 측이 분양가를 높여 받기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또 조합 측은 특화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단지 내 수영장을 추가로 지을 것을 조율하고 있다.
이문3구역은 이문3-1구역과 이문3-2구역으로 나눠 개발된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역이 가까운 역세권 3-1구역은 고밀개발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의릉)과 천장산이 인접한 3-2구역은 반대로 저밀도로 개발하는 쪽으로 방침이 확정됐다. 3-1구역은 기존 255.8%에서 475.31%로 용적률을 올렸고 3-2구역은 기존 90%에서 75%로 용적률을 줄였다. 그래서 이문3-1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41층 18개 동 4169가구가, 이문3-2구역에는 지하 1층~지상 4층 7개 동 152가구가 들어선다.
둘을 합쳐 짓는 4321가구 중 전용 20~139㎡ 1641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온다. 휘경 3구역(휘경자이디센시아) 역시 일반분양 물량이 나온다. 전체 1806가구 중 710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이 단지 역시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원대가 유력하다.
이주한 지 1년이 넘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도 2023년 분양에 나선다. 이 단지는 2022년 10월 착공에 나선 바 있다. 대조1구역은 2017년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21년 7월에는 이주와 함께 철거작업까지 끝났지만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어렵게 조합 정상화를 이룬 직후에는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불거져 사업진행이 더뎠다. 하지만 2022년 10월, 공사비를 시공사 선정 당시 금액인 4625억원보다 1181억원 올려 5806억원으로 변경하면서 갈등 구도는 모두 끝났다. 이 단지는 ‘대조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로 명명된다. 대조동 88·89 일원 11만1665㎡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5층, 28개 동 규모 공동주택 2451가구를 짓는다. 전체 2451가구 가운데 483가구(51·59·74㎡)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무엇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중 공사 진척이 가장 앞서 있는 GTX-A노선 연신내역이 가깝다는 게 장점이다.
단지 인근에는 3호선과 6호선이 다니는 불광역도 자리 잡고 있다. 연희1구역(연희SK뷰)도 2023년 분양에 나선다. 연희1구역은 서대문구 연희동 533 일대 5만5173㎡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1002가구를 짓는다. 걸어서 5~10분 거리에 경의중앙선 가좌역이 있다. 2028년에 경전철 서부선 명지대역이 개통된다면 더블역세권이 될 전망이다.
홍은13구역(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도 2023년 분양 예정이다. 홍은 13구역은 서대문구 홍은동 11-111 일대에 827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 중 409가구가 일반 분양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원대 후반이 유력하다. 이곳은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천혜의 숲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지하철을 타려면 녹번역, 홍제역까지 나가야 하는데 걸어서는 힘들다.
특히 2023년은 강남권에서 다수의 알짜 분양단지가 나와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대규모 물량은 방배동을 축으로 터져 나온다. 일반분양 물량만 1686가구에 달하는 방배5구역(디에이치 방배)에서 분양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방배5구역은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을 진행한 상황이다. 전체 가구 수가 3080가구로 방배동에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22년 8월에 착공에 돌입한 방배6구역도 2023년 분양이 유력하다. 총 1097가구 가운데 497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지난 8월 말 착공식을 하고, 공사기간이 34개월로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일반분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방배 5·6구역은 모두 사업에 큰 고비를 넘은 바 있다. 방배5구역에서는 공사 부지에 오염토가 검출되는 돌발상황이 불거져 착공이 반년 넘게 미뤄졌다. 6구역은 201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져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상황을 겪었다. 이후 삼성물산과 수의 계약으로 시공 계약을 맺었다. 5구역은 이수역(4·7호선)과 내방역(7호선)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6구역은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서문여중·서문여고가 가깝다.
반포동과 잠원동에서는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와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를 주목해야 한다. 신반포15차는 전체 641가구 가운데 26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올 전망이다. 신반포4지구에서는 3307가구 가운데 23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잡혀 있다. 신반포4지구는 신반포 8·9·10·11·17차와 녹원한신·베니하우스 등 7개 아파트, 상가 단지 2개를 통합해 재건축하는 사업장이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641가구 가운데 26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서울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아크로 리버파크’가 옆에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역세권이다.
강남구 청담동에서는 청담삼익을 재건축하는 ‘청담르엘’이 출격한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전체 1261가구 중 176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 대표 부촌 중 하나인 청담동에서 나오는 신규 물량이라 현금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 관심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곡동에서는 도곡삼호를 헐고 새로 짓는 ‘래미안 레벤투스’가 나온다. 전체 308가구 중 133가구를 분양한다.
송파구에서는 신천동 ‘잠실진주’ 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잠실래미안 아이파크’가 일반분양 시장에 등판한다. 이 단지는 지상 35층, 23개 동, 전체 2678가구 규모다. 이 중 81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린다. 문정동 136 일대를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분양 물량도 나올 전망이다. 전체 14개 동, 1265가구 규모 가운데 29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다만 강남권에 분양하는 단지는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기준인 12억원을 훌쩍 넘을 공산이 크다.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에서만 제한적으로 청약을 할 공산이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방배5·6구역 전용 84㎡는 분양가가 15억~16억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담삼익을 헐고 짓는 청담르엘 분양가는 이보다도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올라 앞으로도 분양가는 쉽게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권 분양단지의 경우 금리 인상 부담에 경기 침체 여파로 예전만큼의 흥행을 기록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미분양까지 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청약에 쏠리는 관심이 역대 최저인 상황이라 일부 단지에서는 저조한 청약 성적표가 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