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금이 아니라 매도대금의 10%를 원천징수한다고?”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전 세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볼멘소리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연방국세청(IRA)이 2023년 1월 1일부터 ‘비거주 외국인’이 PTP(Publicly Traded Partner ship) 상품을 거래할 경우, 매도대금의 10%를 원천징수하는 규정(IRS Section 1446(f) 조항)을 시행한다. 차익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봤더라도 매도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PTP 상품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여 개의 원자재, 환율, 에너지 인프라 관련 ETF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한 미국 유가증권 중 매도금액 상위 종목 중 PTP ETF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천연가스, VIX(변동성 지수), 원유 관련 ETF가 매도대금 상위 50위권에 포함되어 있다.
PTP 상품에 대한 과세는 단기투자자의 자금이 몰려 매도할 때마다 세금을 부과해 단기적으로 큰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함이다. 원자재 상품은 옵션과 선물의 기초자산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키울 우려를 줄이고 원천징수를 통해 가격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한 외국인 거래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미국 시장의 재정적인 자원도 얻는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오면서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데 원자재 등으로 들어가는 투자금을 신재생에너지로 변경하기 위해 원천징수를 함으로써 유도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PTP는 사업 구조상 법인세를 내지 않는 등 세금 우대받는 대신 순이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분한다”며 “미국 내 세제 혜택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도 시 10% 원천징수’라는 다소 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외에도 국내 ETF 일부가 PTP를 보유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상품에 투자했더라도 PTP 자산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WTI선물을 추적하는 ETF들은 USO(US Oil ETF)와 SCO(ProShares Ultra Short Blg Crude Oil –2X ETF)를 일부 편입하고 있다. 금 가격을 반대로 추종하는 GLL(ProSh ares Ultra Short Gold ETF) 역시 국내 골드선물 인버스 ETF에서 편입하고 있다.
국내 ETF 운용사가 IRS Section 1446(f) 조항의 면제 항목(list of exceptions to the with holding requirement)에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면제 항목에 포함되면 해당 PTP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지만, 포함되지 않으면 자산 변경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ETN의 경우 원론적으로 패시브(passive) 상품이기 때문에 추적지수의 성과를 복제할 수 있는 자산(또는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성과를 창출한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ETF의 발행 주체는 자산운용사다. 반면 ETN은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되며, 기초지수 수익률에 연동하는 수익 지급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다만 ETN은 파생결합증권이기 때문에 보유자산의 구성이나 보유 여부에 따른 손익 발생은 발행사에 귀속된다. 투자자로서는 ETN 발행사의 PTP 상품 투자 여부보다 추적지수 구성 항목에 PTP의 편입이 불가피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22년이 지나기 전에 매도해 과세를 피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13~15%를 웃도는 수익률을 낼 수 없다면 보수적 대응을 권한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PTP 상품들은 2023년부터 고율의 세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PTP 대상 종목 리스트는 앞으로 수시로 추가되거나 빠지는 등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에 증권업계는 당분간 되도록 천연자원 등과 관련한 미국 종목은 투자를 피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국내 일부 증권사에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당분간 PTP 종목 매수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PTP 과세 대상 상품에 대응하는 대체 상품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윤재홍 연구원은 “자산 배분 차원에서 해당 원자재의 포지션을 이어가려면 미국 상장 관련 산업 ETF나 ETN 기타 국가에 상장된 원자재, 산업 ETP로 대응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구리(CPER US)의 경우 미국에 상장된 구리 산업 ETF나 한국 상장 구리 상장지수상품(ETP), 일본 상장 구리 ETP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국 상장 원자재 ETP는 기타 ETP로 분류돼 차익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반영되며, 이를 피하기 위해선 해외 상장 ETP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TP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자국 내에서도 해당 펀드에 투자하는 개별투자자도 파트너로 보고 K-1(Form 1099)이라는 세금 신고 목적 절차이자 서류인 규정하에 세금 신고를 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운용사는 K-1 세금 신고 과정에 대한 불편함을 피하고, 유사한 기초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No K-1’ 방식의 ETP로 상장되기도 한다.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ETP라 할지라도 ‘No K-1’인 경우 일반적인 개방형 ETF와 동일한 세금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관련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에 상장된 원자재 ETP의 개수는 대략 115개 정도이며, 그중 PTP 과세 대상으로 볼 수 있는 K-1 세금 제도 적용을 받는 ETP는 약 30개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대안으로 동일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K-1 세금 규정을 따르지 않는 ETP로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레버리지 ETP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 내 대안 제한적이다. PTP 과세 대상인 펀드 중에 VIX, 외환, 개별 원자재 선물을 기초 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P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VIX나 원자재 ETP의 경우 런던 ETP 시장에서 유사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유의할 점은 K-1 세금 제도 적용을 받는 PTP 펀드라도 운용 방식 등에 따라 무조건 원천징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사 대안 ETP는 운용 방식이나 벤치마크에 따라 동일한 성과를 내지 않을 수 있다”라며 “또한 펀드별로 세금 개별 이슈가 있을 수 있으며 해당 내용은 운용사 펀드 설명서를 참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모색할 수 있는 한 선택지가 바로 국내 상장 ETN이다. 국내 ETN 시장에서 원자재 관련 ETN의 지표가치 총액은 전체 ETN 시장의 55%에 해당한다. 유동성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20%를 상회하고 있어, 국내 ETN 시장의 주력 투자 대상이 원자재 상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ETN 시장의 주력 거래대상으로 원자재 상품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비철금속과 귀금속, 그리고 곡물 등 다양한 원자재선물 ETN 상품이 레버리지·인버스까지 상장되어 있다.
또한 변동성지수(VIX) 선물과 부동산, 그리고 환율연계 ETN도 상장되어 있다. 미국 PTP 상품 중 원자재와 변동성 등의 기초자산에 대해서 대체 가능한 국내 ETN 상장 상품이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USO나 SCO(WTI -2X), UCO(WTI +2X) 등 WTI 추적 상품은 국내 ETN 시장에도 복수의 상품이 상장되어 있다.
UNG와 BOIL(Natural Gas +2X), KOLD(Natural Ga -2X) 등 천연가스 추적 상품 역시 국내 ETN 시장에 관련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거래소는 VIX ETN의 ±1배 미만 혹은 초과 상품도 도입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PTP 상품으로 분류된 SVXY(ProShares VIX Short-term Futures -0.5X ETF)나 UVXY(ProShares VIX(Short-term Futures +1.5X ETF)의 대체상품이 국내 ETN 시장에도 조만간 상장될 수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지수 추종 레버리지·인버스나 원자재 ETN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ETN 시장은 다양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테마형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며 구색이 갖춰지는 모양새다. 삼성증권은 2022년 7월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ETN’과 ‘삼성 FnGuide 웹 3.0 ETN’을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도 치킨 테마 관련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신한 FnGuide치킨 ETN’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미래에셋FnGuide 부산엑스포 추가수익 ETN’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향후 ETN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최근 채권형 ETN의 3배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허용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메리츠증권은 가장 먼저 3배 레버리지 채권형 ETN을 상장했다. 해당 ETN은 국채 3년·5년·10년·30년물을 각각 ±3배로 추종한다. 현재 ETN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기준 ETN 시장 점유율 22.38%(2조1443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신한투자증권(19.05%·1조8251억원)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22년 초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점유율 차이는 4.7%(4120억원)였지만, 최근 3.3%(3192억원)로 좁힌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ETN 순자산총액은 9조5802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11% 증가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19일) 기준 ETN 순자산총액(지표가치)은 9조58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8조6321억원)보다 10.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ETN 종목 수는 271개에서 356개로 31.37% 늘었다. 특히 거래대금이 327억원에서 2097억원으로 541% 급증했다. ETN 시장의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소가 ETN의 배율상품을 보다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며 “다양해진 배율로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손익 구조를 개발할 수 있고, 3배 채권형 ETN은 높아진 채권시장 변동성 환경에서 단기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Q&A로 보는 PTP
Q. PTP 종목이 무엇인가요?
A. 천연자원, 부동산, 인프라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파트너십 회사를 시장에서 거래 가능토록 상장시킨 형태의 종목을 말합니다. 일반 법인 회사와 다른 세금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Q. 2023년 1월 1일 이전에 매수한 주식도 세금 대상인가요?
A. 매수한 시기 또는 기간과 상관없이, 2023년 1월 1일부터 매도한 금액에 대해 매도대금의 10%가 세금으로 부과될 예정입니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적용 시점이 다른 예도 있어 개별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이번 IRS 1446(f) 과세에 해당하는 PTP 종목은 확정인가요?
A. 미국 현지 PTP에 해당하는 종목이라도, 미국 외에서 사업을 하는 등의 세금 면제 조항이 있어서 해당 종목은 바뀔 수 있습니다.
Q. 국내에 상장된 ETF도 10% 과세 대상인가요?
A. 국내 ETF의 경우 미국에 설립한 파트너십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해당 ETF가 PTP 종목을 포함하면 기준가의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