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잠원역을 나오면 생각보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깜짝 놀란다. 서울 지역 ‘투톱’인 반포와 압구정 사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뭔가 사뭇 다르다.
잠원동.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반포 아파트’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알고 있는 곳이다. 한신공영은 1977년부터 신반포1차(현재 아크로리버파크)를 시작으로 신반포28차까지 28개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했다. 이 중에서 1차와 3차, 15차, 23차만 반포동이고 나머지는 모두 잠원동에 있다.
최근 ‘조용한 강자’ 잠원동이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인근 반포동과 압구정동에서 30평대가 50억~60억원을 넘나들면서 한강변 등 잠원동이 가진 지리적 이점이 주목받는 중이다. 이 일대 ‘대장 아파트’인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 84㎡는 지난 7월 42억 6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물론 소규모 단지 위주라는 잠원동 특유의 약점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강변 랜드마크로 거듭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부동산 업계는 본다. 게다가 신반포2차나 4차, 메이플자이 등 대형 단지는 반포·잠원권 전체로 따져도 핵심 아파트로 꼽힌다.
서울 한강변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알짜 입지’다. 땅 모양이 가로로길기 때문에 재건축 이후 모든 가구가 한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역세권까지 갖춰 길 건너편 래미안 원베일리는 물론 반포주공 1·2·4주구(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과 견줄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아파트 13개 동 1572가구를 철거한 뒤 최고 49층 아파트 2057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다만 중층 아파트라 조합원들이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억대 분담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면적 107㎡(35평 형) 보유 조합원이 전용 84㎡ 아파트를 받기 위한 추정 분담금은 2억원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공사를 선정 중인데 현대건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한강 조망은 안 나오지만 생활 편의성만큼은 반포·잠원을 통틀어도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등이 모두 걸어서 접근 가능하며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초역세권이다. 이른바 ‘슬(리퍼)세권’이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1828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용 105㎡(옛 34평형) 소유주가 동일 면적으로 재건축할 경우 약 1억5400만원을 분담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잠원역 역세권으로 320가구에 불과한 단지지만 이 동네에선 알짜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까지 도보 3분인 초역세권 아파트인데다 반포역·고속터미널역 등도 도보권이다. 뉴코아아울렛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경원중학교 등도 가깝고 잠원한 강공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49층, 1045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2015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단지 규모가 작아 사업성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바로 옆 신반포22차와 통합 재건축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사업은 더 지연됐다. 그러다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공공 재건축을 내세우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가 추가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사이 갈등도 심해지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반포4지구(신반포8·9·10·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재건축 사업으로 지어지는 ‘메이플자이’는 신반포2차, 4차와 함께 잠원동 일대 대장 아파트다. 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3307가구를 짓는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단지 남측 반포 자이와 함께 거대한 ‘자이 타운’을 만들것으로 기대되는 단지다. 메이플자이의 가장 큰 특징은 단지 내 2개 동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다. 210동과 211동을 잇는 이 공간에는 90평의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선다.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등 미래 개발 호재도 꽤 있다. 2025년 6월 입주 예정이다.
신반포12차 위치를 지도로 보면 잠원동에서도 상당히 구석이다. 실제로 방문해도 경부고속도로 옆에 붙어 있어 외지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은 3호선 잠원역뿐만 아니라 신사역도 가까운 단지다. 아파트 옆 굴다리를 활용하면 신사역 사거리로 쉽게 나갈 수 있다. 신동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바로 앞이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수혜도 노릴 수 있다. 이 단지는 2014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 인가까지 받았지만 상가 소유주와 분쟁 때문에 소송에 들어가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2021년부터 사업을 재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규모는 2개 동 396가구로 크지 않지만 한강변과 직접 맞닿아 있어 한강 조망이 강점이다. 한강 둔치까지 50여 m고, 한강까지도 200여 m에 불과할 만큼 거리가 가깝다. 아파트 옆에 잠원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도 있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올 7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다. 대우건설은 고급 브랜드 ‘써밋’을 적용해 랜드마크 단지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소규모 단지라 공사비 상승 요인을 얼마나 견뎌낼 지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반포18차는 원래 3개 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잠원로를 기준으로 335·336동은 남쪽, 337동은 북쪽에 위치해 분리 재건축을 진행했다. 335·336동(126가구)은 신반포24차(132가구)와 통합재건축을 진행해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로 준공됐다. 공사가 한창인 신반포18차 337동은 한강변이라는 점을 내세워 별도 재건축을 선택했지만, 1:1 재건축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없다.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조합이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를 근거로 분담금을 계산한 결과, 전용면적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받아도 내야 하는 분담금이 12억 1800만원에 달했다. 현재 공사비 협상을 위한 공사비 검증을 진행 중이다.
메이플자이와 함께 잠원동에서 흔하지 않은 통합 재건축 추진 단지다. 신반포19차(242가구)와 신반포25차(169가구), 한신진일빌라트(19가구), 잠원씨제이빌리지(17가구) 등 4개 단지가 재건축 동맹을 결성해 609가구까지 규모를 키운다. 소규모 단지가 많다는 사실이 잠원동 재건축의 최대 단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을 높이는 데 꽤 유리한 부분이다. 각 단지는 해당 단지 땅 안에서 재건축된 아파트를 배정받는 이른바 ‘제자리 재건축’을 통합재건축의 방향으로 삼았다.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를 도입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며 이미 사용한 사업비와 운영비를 단지별로 부담하자고 합의한 상태다. 한강변은 아니지만 입지도 나쁘지 않다. 잠원역이 걸어서 5분 거리고, 아크로리버뷰와 신반포16차와 잠원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메이플자이에서 7호선 반포역으로 나가는 방향에 있는 112가구 규모 단지다. 원래 신반포4지구는 신반포20차와 함께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려 했다. 20차가 들어와야 단지가 네모반듯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차 소유자들의 반대로 통합에서 제외됐다. 대형 평수가 많아 단독 재건축이 사업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최악의 수’가 되어버렸다. 이후 신반포20차가 신반포 4지구에 반대로 통합재건축을 제안했지만, 신반포4지구가 통합을 진행하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된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불가능하게 됐다. 이 아파트는 인근 한신타운(110가구)과도 통합재건축을 시도했으나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과 분양가상한제 등의 이유로 무산돼 단독으로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시공사 선정과 건축심의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후 275가구의 소규모지만,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이다. 북쪽에 메이플자이가 있는데, 지하철역 접근성이나 주변 상가 활용도는 신반포21차가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지 동쪽에 경부고속도로 잠원나들목(IC)이 있는데, 잠원 노블레스 아파트 때문에 맞닿아 있지는 않다. 남쪽에는 반포자이가 위치해 있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로, 이 회사의 고급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한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신반포7차와 붙어있다는 점에서도 입지는 잠원동 일대에서도 매우 좋은 편이다. 최고 35층 2개 동, 16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정했다.
문제는 이 단지가 소규모라는 점이다. 당초 3.3㎡당 569만원이던 공사비가 1300만원까지 올라가면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가 신반포22차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사비 검증 시범단지로 지정해 시공사 증액요구분의 75%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협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신반포22차가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공사비 증액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강변은 아닌데 북쪽이 뚫려 있어 소형평형과 저층을 제외하곤 모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다. 지난 6월 SK에코플랜트를 시공자로 선정했다. 작은 규모이지만 SK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210가구 소형 단지라서 공사비 예정가격(3.3㎡당 958만원)이 얼마나 변동할지가 관건이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