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테크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 중 하나로 오픈AI가 투자한 실리콘밸리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겨AI(Figure AI)’가 손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오픈AI와 협업한 로봇 ‘피겨 01’의 시연 비디오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영상에서 인간 형태를 한 로봇은 “지금 무엇이 보이냐”는 질문을 받자 “테이블 중앙에 놓인 접시 위에 빨간 사과가 있고, 컵과 접시가 있는 건조대가 있고, 당신은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근처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이어 등장인물이 “먹을 것을 달라”고 얘기하자 오른손으로 사과를 들어 왼손으로 옮긴 뒤 사람에게 전달했는데, 다소 느리지만 사람의 행동과 유사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여러 사물 중 사과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행동한 셈이다. 사과를 받은 사람이 “네가 방금 한 일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로봇은 “테이블 위 물건 중 사과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내가 당신에게 사과를 줬다”고 배경 설명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버추얼 그룹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오른 플레이브가 지난 4월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팬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을 개최했다. 앞서 티켓 판매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7만 명 넘는 팬들이 동시 접속해 화제를 모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2분기에 ‘버추얼 가수’ 나이비스를 론칭한다. 나이비스는 SM의 4세대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인간이다.
2023년 테크업계 최고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대표적이다. 2024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멀티모달(mutil-modal) AI를 꼽는다. 이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의 모드를 자유롭게 변환하도록 돕는 AI 기술이다. 최근 생성형 AI는 대화형 챗봇에 검색 기능, 이미지와 동영상 생성 기능 등을 추가하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며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재부상하고 있는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다. 버추얼 휴먼은 애초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로 디지털 콘텐츠 속의 단순 캐릭터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AI와 결합하며 실사형 버추얼 휴먼으로 급격히 진화하는 중이다. 음악 시장에선 더욱 진화하고 세련된 진짜 인간 같은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젊은 층에서 화제성이 높다. 소비하는 연령층도 10~20대가 다수를 이룬다. 버추얼 휴먼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활동 내용이 트렌디하고 화제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댓글이나 스토리 공유,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으로 이뤄지는 피드백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버추얼 휴먼은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와의 결합을 통해 투자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의 활동 반경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품업계와 손잡고 버추얼 휴먼이 신제품 먹방에 나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의 홍보 사례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버추얼 휴먼과 같은 신규 IP를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려면 최소 3~5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캐릭터는 정체되면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계관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보여줘야 팬덤을 유지하고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활동 범위를 확대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장세가 주춤한 메타버스는 버추얼 휴먼을 통해 부활할 기세다. 메타버스는 지난 2년간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고, 수익 구조도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관심이 시들해졌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등 신생 기술이 도입되며 메타버스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올해 744억달러에서 2030년 5078억달러까지 6.8배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같은 기간 메타버스 이용률도 14.6%에서 39.7%까지 2.7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버추얼 휴먼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더욱 인간에 가까운 인조인간, 곧 물리적 외형과 감각을 가진 사람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가 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2가 사무실에서 사람처럼 팔을 흔들며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2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1세대보다 약 30%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피겨AI’에 각각 1억달러와 5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전했다.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에는 50억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21.1% 성장하는 셈이다. 특히 AI를 장착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지시 없이도 ‘똑똑하고 성실한 일꾼’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 로봇 등장으로 로봇 판매량도 크게 오르는 추세다. IFR에 따르면, AI 로봇의 등장으로 2022년 전 세계 화물용 로봇 판매량(8만 6000대)은 전년 대비 44%가량 올랐다.
인간과 가장 닮아 있고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AI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챗GPT처럼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이 로봇의 활동능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엔비디아는 과거 ‘유레카’라는 AI 모델을 공개한 적이 있다. AI를 통해서 로봇을 학습시켜 사람처럼 민첩하게 손을 움직일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은 인간형은 아니지만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로봇 RT-2와 사람의 요리하는 모습을 학습해 따라 하는 알로하라는 가정용 로봇을 최근 공개했다.
휴머노이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도 뜨겁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