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LUXMEN’이 AI 기반 프롭테크 업체 ‘리치고’와 함께 서울 및 전국 주요 지역의 소위 ‘대장’ 아파트가 어디인지 분석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아파트를 ‘대장’ 아파트라고 한다. 지역의 흐름을 판단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대장 아파트의 시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이 자료에는 최근에 데이터노우즈 AI부동산랩에서 개발한 리치고 AI 시세가 적용됐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참고되는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등에서 발표되고 있는 지수 통계, 시세 등은 실거래 가격과 시차 문제가 있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거래가를 참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매경LUXMEN’이 리치고와 함께 주요 시, 구, 동 단위에서 2024년 2월 1일을 기준으로 점수화해 단지별 순위를 통해 대장 아파트를 선정했다. 그 첫 번째로 서울의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단지별 순위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서울 강남 3구 지역 전체 대장 아파트 1위는 압구정 현대4차였다. 현대5차(2위)차, 현대3차(3위), 현대13차(4위)가 뒤를 이었다. 전체 1위부터 4위를 압구정 현대 단지들이 휩쓴 셈이다. 그 밖에도 현대1·2차가 7위, 신현대(현대9·11·12)가 10위를 차지해 압구정 단지들이 강남 3구에서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10위권 아래를 살펴봐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11~16위까지를 압구정 한양과 현대 단지들이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압구정 일대가 전통의 부촌이라는 점과 지난해 서울시에서 일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 주요 단지 매매가가 수억원씩 뛰기도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아파트 전용 160㎡는 2월 62억원(13층)에 중개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전인 1월 52억원(1층)에 거래됐는데, 그사이 10억원이 뛴 셈이다. 1층과 로열층의 가격차를 감안해도 상승 거래로 풀이된다. 압구정 현대2차의 전용 196㎡(B타입)는 지난 2월 8일 80억원(13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동일 타입 기존 최고가는 55억원(2021년)이었다. B타입이 아닌 A타입에선 아파트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22년 상반기 8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단지가 포함된 압구정3구역은 향후 재건축 시 전국 아파트 가격을 선도할 최고 핵심 입지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에서 압구정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 압구정 2~5구역에는 현대9·11·12차와 대림빌라트(2구역), 현대1~7·10·13·14차(3구역), 현대8차와 한양 3·4·6차(4구역), 한양1·2차(5구역) 등 총 8443가구 단지가 위치해 있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을 통해 기존 35층인 층수를 최고 50층 높이로 완화하고 1만 1800가구 대단지로 묶어서 개발하기로 했다.
서초구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5위), 반포주공1단지(8위), 래미안원베일리(9위)도 톱10에 들어갔다. 여기에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17위), 래미안퍼스티지(18위) 등이 20위권에 들었다. 30위권까지 확장하면 신반포2차(24위), 신반포 16차(28위), 반포센트럴자이(30위) 등의 단지가 있다.
특히 아크로리버파크는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강남권 최고 수준의 가격을 자랑한다. 실제 이 단지 전용면적 59㎡가 지난 3월 5일 2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이던 2021년 최고 27억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그러나 2022년 부동산이 본격 하락한 뒤 거래가 뚝 끊겼다가 3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84㎡도 지난 1월 신고가가 나왔다. 이 평형 84㎡ C타입이 3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37억5000만원으로 3년간 거래가 없다가 이번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포권역은 2000년대 중반 서울 최고급 주거지로 발돋움했다. 2009년 반포자이(옛 주공3단지)와 래미안퍼스티지(옛 주공2단지), 2016년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2023년 래미안원베일리(옛 신반포3차·경남)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최고가 아파트 단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반포지역은 강남에서도 정중앙에 가까운 입지라 강북 도심권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데다 한강 조망권도 뛰어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파미에스테이션, 뉴코아아울렛 등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재건축 단지로는 8위를 기록한 반포주공1단지가 있다. 반포주공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클래스트는 압구정 현대·대치 은마 등과 함께 서울 전역에서도 재건축 사업의 상징 같은 존재다. 현대건설이 시공사인데 사업비만 10조원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20가구를 재건축해 5002가구로 탈바꿈한다.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이 모두 뛰어난 데다 한강뷰가 가능한 ‘5000가구 대단지’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수요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사업속도로 보면 약 2400가구가 이르면 내년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래미안트리니원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단지로 디에이치클래스트와 생활 인프라를 공유한다. 구반포역을 기준으로 북측이 디에이치클래스트, 남쪽이 래미안트리니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압구정지구가 재건축되면 이웃 서초구, 반포지구에 내줬던 ‘최고 부촌’ 타이틀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강을 넓게 접하고 있는 데다 교통망, 백화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두루 갖춰서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아파트값이 3.3㎡당 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밖에 단지를 살펴보면 삼성동에선 아이파크 삼성(21위), 래미안라클래시(22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담자이 역시 29위를 기록했다. 전통의 학군지 대치동에선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가 25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래미안대치팰리스 2단지(37위), 동부센트레빌(40위), 대치SK뷰(41위), 선경 1·2차가 42위를 기록했다. 압구정과 반포를 이어 40위권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도곡동의 경우 개포한신(43위)이 유일하게 50위 안에 들어갔다. 개포동에선 디에이치아너힐즈 44위,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45위를 기록했다.
서초·강남과 함께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구 단지들의 경우, 전체 순위에서는 크게 밀리는 모습이다. 대장주라는 잠실주공5단지도 전체 순위는 90위에 머물렀다. 잠실 3대장이라는 리센츠, 엘스, 트리지움 역시 각각 106위, 122위, 156위였다. 하지만 송파구로 지역을 한정하면 현재도 ‘엘리트’는 송파는 물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이끌고 있다. 송파구는 2022년 매매변동률 -7.62%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이었으나, 2023년 2.52%가량 상승하며 빠른 가격 회복세를 보였다. 대표 아파트인 트리지움, 리센츠 등의 시세 주도와 올림픽선수촌,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등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잠실주공은 그동안 서울 송파구의 ‘재건축 대장’ 단지로 꼽혀왔다. 현재 최고 15층 높이, 30개 동, 3930가구인 잠실주공5단지는 앞으로 최고 70층 높이, 28개 동, 6303가구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지하철 2·8호선이 지나는 잠실역 인근으로 최고 70층 높이 랜드마크 주동을 배치할 방침이다. 해당 용지는 준주거지역이라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대로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송파구 최고층 아파트 단지가 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76㎡)는 올 들어 6건 거래 신고됐는데, 평균 거래가격이 23억8000만원이었다. 2021년 최고가인 28억7000만원 대비 16.8% 내린 수준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주공5단지 전용 76㎡가 지난해 초엔 19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5억원 후반대까지 가격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현재 매도 호가는 24억5000만~28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아시아선수촌(109위) 역시 재건축 아파트로 주목받는다. 일단 입지를 보면 영동대로, 코엑스, 잠실종합운동장을 끼고 있다. 특히 잠실에서 가장 서부에 위치해 있다. 종합운동장역은 2·9호선 더블 역세권이다. 아시아선수촌은 155%로 상당히 낮은 용적률을 가지고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뛰어나다. 앞서 공인중개소 대표는 “엘리트의 경우 연식이 있는 만큼, 잠실주공5단지와 아시아선수촌 등 대단지가 재건축되면 이쪽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