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다양한 슬립테크 기술과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꿀잠에 빠지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지난해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가 현재 나와 있는 수면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답하기도 했다. 록헬스어드바이저리의 2021년 조사에서도 수면 관련 웨어러블기기 사용자 가운데 약 40%는 효과가 없다며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문가들은 슬립테크 시장에서 각종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수많은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에는 진척을 이루고 있지만, 수집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면 상태 측정에는 센서를 이용해 움직임과 호흡, 심장박동수, 코골이 소리, 체온, 뇌파, 근전도 등 다양한 지표가 이용되고 있는데, 전 세계 어디에도 표준화한 해석 방식이 없고, 수집된 데이터 역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러가지 홈 슬립 모니터링 솔루션이 나왔지만 가장 큰 문제는 효과 판정이 아직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용이 편리한 솔루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준 검사와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면 진단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조만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면의학과 클리트 쿠시다 교수는 수면 진단에 도움을 주는 기술에 주목한다. 그는 “‘밤에 2번 정도 깼다’고 말한 환자가 실제로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으로 1시간에 60~100번 깨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면의 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관련 질환을 치료하면 환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쿠시다 교수는 “아직은 슬립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가정용·개인용 제품이 수면의 총량이나 깊이를 정밀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수면 문제가 있다’고 인지할 수준의 기술은 갖춰 개인이 병원에 방문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의 스탠리 리우 교수는 “슬립테크의 핵심 기술들을 통해 수면 주기의 최적 시점을 찾는 사용자 맞춤형 도움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를 통해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립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면장애는 사람마다 발생 원인과 특성이 달라서 어느 특정한 증상이나 특징만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라며 “슬립테크 시장이 초기인 만큼 단순 플라세보 효과에 그치는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면에 미치는 효과에 견줘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