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 무역장벽이 확산되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때 탄소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올해부터 EU는 수입제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도입한다.
이처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다. 이른바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EU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0만t 생산을 목표로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독일은 수전해 플랜트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과시키며 수소생태계 전반에 걸쳐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캐나다, 인도, 노르웨이, 일본도 올 상반기 중 수소 생산과 관련한 보조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수소 생산 확대를 가장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중국의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 신규 설치를 약 2~3GW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전체 수전해 설비의 누적 설치량은 약 2.5GW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소 시대 진입을 위한 확실한 시그널은 생산과 공급의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자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IRA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전망에 플러그파워, 넬, ITM파워, 발라르드파워, 블룸에너지, 존코커릴, 지멘스에너지, 커민스 등 주요 글로벌 수소 업체들도 수전해 생산 능력 확대에 들어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그린수소 생산이 증가하면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후방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되고 높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관련 업체들이 해외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중립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수소 공급을 통해 지속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이름만 놓고 보면 전기를 저장하고 있는 배터리가 떠오르지만 수소연료전지는 전기를 직접 만드는 발전기의 일종이다. 배터리는 미리 저장한 전기를 필요할 때 사용하지만 수소연료전지는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화력발전은 연료를 연소하고(열에너지) 터빈을 사용(운동에너지)하는 등 전기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의 형태를 변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전기로 직접 변환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트럭, 버스, 트램 등 모빌리티를 비롯해 드론, 잠수함 등 하늘과 바다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소음과 진동이 적고 친환경적이라 건물용 발전기 등 대규모 발전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