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발사 성공 이후 우주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며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우리의 경제 영토를 달과 화성으로 넓혀가겠다”며 이를 위해 “5년 내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독자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우주 산업에 대한 비전을 밝히면서 먼저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위성이든 우주선이든 이들을 우주로 향해 날릴 수 있는 발사체다. 현재 수준에서 이 발사체 기술이 없으면 달 착륙 등 우주 비전에 대한 의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독자 개발한 누리호 발사 기술로 인해 세계 우주 산업에서 경쟁할 위치를 차지했고, 정부와 산업계는 이 기회를 살려나가기 위해 곧바로 관련 사업에 탄력을 부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앞으로 10년간 진행한다. 예산도 2조132억원이나 투입한다. 2032년 차세대 발사체에 달 착륙선을 실어 날려 보내는 것이 목표다.
차세대 발사체(KSLV-Ⅲ)는 누리호를 쏘아올린 발사체(KSLV-Ⅱ)보다 더 강력한 추진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발사체의 단수는 2단으로 누리호 3단에 비해 하나 더 줄어드는데, 이렇게 되면 3단이 하던 일을 2단이 감당하게 돼 더 강한 힘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2단형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추진되는 것은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함이다. 발사 시 연결단 분리가 많을수록 조립해야 할 부품이 많아지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작은 부품 하나로 발사가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봐왔다. 2단으로 미사일 발사체가 구성되면 조립을 해야 할 단이 줄어드는 만큼 사용하는 부품 수도 줄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차세대 발사체는 1단에 다단연소 방식의 추력 100t급 액체 엔진 5기, 2단에 같은 방식의 10t급 액체 엔진 2기가 각각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묶인다. 방식도 터보펌프에서 다단연소 사이클로 바뀐다. 다단 연소를 하게 되면 발사체의 무게를 줄이면서 추력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누리호에는 없었던 추력 조절과 재점화 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눈길이 끈다. 이 기능이 탑재되면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차세대 발사체는 재사용으로 개량이 가능해진다. 연료는 누리호처럼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한 가지. 지난해 연말 국방부에서 불시에 쏘아 올려 성공한 우주 발사체에 쓰인 고체 연료 사용은 왜 하지 않는 걸까. 이 고체 연료 엔진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분야. 우리 군에서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했다가 지난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국방부가 쏘아 올린 발사체와 우주 탐사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발사체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체 연료 발사체의 경우 빠른 발사 준비와 저렴한 제작비 대량 생산 등의 장점이 있지만 주로 무겁지 않은 물체를 우주로 날려 보내는 데 적합하다. 그리고 추력 조절이 안 된다. 우주로 쏘아 올려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고, 달 탐사까지 이뤄내려면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데 추력 조절이 안 되면 어려움이 많아진다. 추력 자체도 낮다. 액체 엔진의 경우 같은 양의 연료를 사용할 때 더 큰 추진력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관련해 차후 수송 능력을 대폭 확대해 우주 관광과 대형 화물 수송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세웠는데, 여기에도 고체 연료는 맞지 않는 것이다.
차세대 발사체의 경우 엔진 추력이 높아짐에 따라 덩치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의 경우 페이로드(탑재물)를 지구 저궤도에 투입한다고 가정할 때 3.3t까지 수송할 수 있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10t까지 가능하다. 또 7t 규모 다목적 실용위성과 1.8t 규모의 달 탐사선도 쏘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세대 발사체로는 행성과 심우주 탐사까지도 가능해진다. 2032년 발사될 것으로 보이는 1.8t급 달 착륙선도 이 차세대 발사체에 실리게 된다. 달 착륙선은 2024년부터 개발될 예정이다. 올해 달 착륙선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서도 누리호처럼 민간 기업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관련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아직 어떤 민간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지 모르지만 누리호 엔진의 독자 개발에 있어 민관의 적극적 협력은 큰 시너지를 낸 부분이다.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한편 정부는 우주 산업 독자기술 확보와 관련해 50억원 규모 전용펀드를 조성, 관련 부품 국산화 개발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계획 추진과 함께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랜드 플랜을 공개했다. 2032년 달 착륙을 시작으로 2035년 달 기지 건설 참여, 2045년 화성 무인 착륙 목표 등과 함께 2050년에는 유인 우주 수송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를 ‘담덕 계획’으로 명명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영토를 많이 넓힌 광개토대왕처럼 우주 영토 확장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7340억원이던 우주개발 예산을 2027년 1조5000억원, 2030년대에는 2조1009억원 이상으로 꾸준히 늘리기로 했다. 이 담덕 계획 일환으로 달이나 화성에서 현지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현지자원활용(ISRU),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달 탐사선 등을 통해 달 표면 연구도 함께 수행할 예정이다.
발사체 기술 개발과 관련해선, 차세대 발사체를 포함해 고체 소형 발사체, 고체 확장형 발사체 등 수요에 걸맞은 다양한 발사체를 확보할 예정이다. 발사장 인프라도 늘릴 예정인데, 과거 나로호 발사장으로 사용됐던 나로우주센터 제1발사장을 개선해 차세대 발사체를 발사할 방침이다. 2050년에 우주 산업을 10대 주력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