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가 판을 치면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편향된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균형감을 상실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용어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정보제공자가 정보를 필터링해서 보내다 보니 정보 수용자는 필터링된 정보의 기포(Bubble) 속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시민단체인 무브온의 일라이 파리자가 자신의 저서인 <생각 조종자들>에서 처음 쓴 용어다. 구글·아마존·야후 등 검색 업체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이 점점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시작은 마케팅 영역이었다. 아마존의 경우, 단골의 취향에 따라 책을 추천해 주는 동네서점의 장점을 온라인에 옮겨 크게 성공했다. 검색서비스 기업들도 이에 착안해 개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뉴스의 개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좋아하는 뉴스만 보게 되는 현실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뉴스제공자와 수요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편식이 빚은 불균형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가면 더욱 강화된다. SNS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뭉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성향의 정보만을 편식하는 경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 필터버블에 가짜 뉴스가 들어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최근의 국내외 뉴스가 증언한다. ‘버즈피드’가 작년 11월에 낸 분석기사에 의하면 미국 대선 전 3개월간 가장 인기 많았던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 수는 871만 건으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의 기사보다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거나 “클린턴 후보가 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내용도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소식이기에 비슷한 성향의 무리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퇴주잔 소동도 있었고, 한 대선후보가 “안토니오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는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는 보도를 인용했다가 가짜 뉴스임이 확인돼 발언을 취소했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의 범람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해온 정부나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크지만 국민들 역시 인터넷 시대를 맞아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당국의 적절한 대응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뉴스미디어연합의 가짜 뉴스 대처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출처를 중복 체크하라. 눈길을 끄는 기사를 보면 바로 공유하고 싶어지지만 그 전에 뉴스의 출처가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뉴스 출처에 관해서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둘째, 가짜 뉴스를 신고하라. 페이스북에 신고해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가짜 뉴스를 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셋째, 가짜 뉴스를 공유했다면 이 사실을 적극 알려라. 지우거나 가짜임을 다시 올려야 한다.
넷째, 인쇄버전의 뉴스를 읽거나 디지털신문을 구독하라. 전통적인 뉴스매체들은 훈련된 기자들이 취재·작성하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보에 대해서는 곧바로 바로 잡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필요한 정보들을 예전보다 손쉽게 찾고 활용한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부지불식간에 편향된 생각을 갖게 될 확률 또한 크게 높아졌다. 의사가 수술을 할 때 A형 혈액이 필요한 상황에서 B형 혈액을 A형이라고 생각하고 수혈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터넷 시대의 부작용, 가짜 정보·가짜 뉴스에 더 이상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