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자 된 거대 플랫폼 기업 제 맘대로 가격 조정 폭주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 막아 상생의 생태계 만들어야
김주영 기자
입력 : 2022.05.30 10:06:25
수정 : 2022.06.02 15:03:04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은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의 위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자리였다.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일색이던 자리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기술 발달로 가속화한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초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 지배적 대형 플랫폼들의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플랫폼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는 유료회원 수 확보에 달려있다. 그래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업체들은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쿠팡은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을 시작하면서 유료회원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를 무료 서비스하고 무제한 무료 배송·반품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월 회비를 파격가인 2990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시장 지배자가 되면 돌변한다. 900만 명이라는 회원을 확보한 쿠팡은 단번에 2000원을 인상해 이달부터 월 회비 4990원을 받는다.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분기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 매출이 6조500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쿠팡은 “적자를 감수하고 고객을 늘려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 구축을 우선시하는 아마존 전략을 펼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규모의 경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면 기존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게 맞다. 그런데 시장 지배자 위치가 되면 하나같이 수익 개선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선다.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자를 물리쳐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혜택을 물어내라는 듯, 가격을 올린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소비자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썼던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공짜 점심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호객을 위한 미끼였다. 결국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실제로 이미 독과점 상태인 배달 시장에서 배달 앱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해 소비자와 입점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글로벌 앱 장터 시장을 장악한 구글도 마찬가지다.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자신들이 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아웃링크를 통한 외부 결제를 금지했다. 1차적으로는 앱 개발자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지만, 결국 앱 이용료가 오르게 되고 수수료 부담은 개별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구글의 이 같은 정책에 맞서 우리나라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을 전격 시행했다. 그러자 구글은 6월부터 자사의 결제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선언해 구글과 방통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을 시행한 한국의 대응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비록 타협점을 찾기 어렵더라도, 그 과정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폭주를 막아 상생의 생태계가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모든 사람이 공짜 점심을 원하면 청구서는 궁극적으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해서 치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한 라구람 라잔 교수의 발언을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