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불패신화를 이어오는 곳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 서부의 샌디에이고부터 중부의 텍사스 오스틴과 댈러스까지 고금리와 인플레에도 이들 지역들은 계속 가격이 올라 부동산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100만달러 안팎의 주거용 단독주택이나 200만~500만달러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한층 쏠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투자이민 관련 변호사로 영주권 취득과 수백 차례 주택 매입 상담을 맡아온 필자가 투자 유망 지역으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플로리다에 대해 집중 조명을 하고자 한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국내와는 달리 외국인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 특징이다.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놓고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가 제한되지 않는다. 비영주권자인 우리 국민도 부동산을 매매하고 보유하는 데 장벽이 거의 없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국세청(IRS·Internal Revenue Service)에 소득 출처를 따지는 원천징수와 융자조건을 제출해야 하는 정도가 요건이 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미국 내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 취득하려는 분들의 문의가 그동안 꾸준하게 늘어왔다. 미국은 장기주택자금 대출(모기지)의 이자부분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이 있는 등 국내 부동산 투자환경과는 판이하다. 그리고 미국 내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수리비, 관련 여행경비, 공구비, 그리고 유틸리티(다용도실) 같은 비용에 대해서 모두 세금공제를 해주는 등 혜택이 많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에 관한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치가 하락하는 부분에 대해서 세금공제를 해주는 등 임대사업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미국 주택 시장의 현주소를 한눈에 알아보는 자료가 최근 발표되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미국 내 주택 가격 상승률에서 가장 높았던 10개 지역 가운데 텍사스주의 댈러스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중소 도시였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미국내 베스트 은퇴지’로 잘 알려진 탬파나 마이애미, 사라소타 등 플로리다의 주요 도시이다. 미국 내 최대 부동산 전문 사이트인 ‘질로(Zillow)’가 2022년 미국 최고의 부동산 시장으로 플로리다주 서부의 항만도시인 탬파를 선정한 것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플로리다 주택 가격이 2022년 들어 미국 내에서도 유독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마이애미와 탬파의 상승 폭이 특히 컸다는 것이다. 탬파의 경우 일자리를 둘러싼 고용시장이 북적인 데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했던 주택도 잠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평균 25%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플로리다는 한인이 비교적 많지 않은 지역인지라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상대적으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그러나 한 해 내내 따뜻한 날씨와 멋진 골프 코스가 즐비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골프라운딩의 파라다이스’로, 그리고 생활비와 주거비용이 미국 내 다른 도시보다 덜 들기에 ‘은퇴자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플로리다를 확 바꾸어놓았다. 30~40대에 은퇴한 신흥 부자,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생활비가 비싼 뉴욕 등지에서 같은 시간대에 좀 더 생활비가 적게 드는 플로리다로 미국인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플로리다의 경우 뉴욕과 시간대가 같고 비행기로는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이다. 뉴욕의 재택근무자가 이곳에서 일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래서 플로리다는 ‘전통 부유층 은퇴자의 파라다이스’에서 ‘젊은 층의 파라다이스’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7월에 걸쳐 인구 21만여 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층으로 같은 기간 동안 뉴욕카운티의 경우에는 11만 명의 인구 감소가 있었다는 데이터를 보면 플로리다로 어느 정도 인구가 유입됐는지 짐작케 한다. 이러한 플로리다를 찾아 유입된 젊은 층의 증가는 플로리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전격적으로 상승시킨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미국 맨해튼의 주택 월 임대료 평균은 5000달러로 한화로 하면 약 65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실례로 필자의 지인이 소유한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 스튜디오의 월 임대료도 5000달러가 넘어 뉴욕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체감할 수 있다. 이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플로리다로 이주를 대안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오래전부터 미국의 전통적인 부호들은 주에서 부과하는 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에 거주지를 두고자 부동산을 사들이는 사례가 많다. 플로리다는 소득세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텍사스나 플로리다는 뉴욕 등 미국 북동부의 높은 세금을 회피하려는 부유층을 위한 세금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뉴욕 토박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10.9%가량 되는 뉴욕주 소득세 절감 때문에 2019년 11월에 주소지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겼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주의 팜비치에 마러라고(Mar-a-go)라는 골프클럽을 포함한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로 이곳이 본인의 영구적인 주소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주소는 트럼프타워가 있는 뉴욕 5번가 721였다. 미국 주택 시장은 새해에는 급격한 침체가 예상되지만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30~40대 젊은 층의 유입에다가 부유층들의 주택 구입이 더욱 더 늘어나면서 플로리다의 부동산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들어 팬데믹 기간 동안에 은퇴한 젊은 은퇴자들 그리고 해당 기간 동안에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취업인력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기업들은 법인세가 낮고 젊은 고급인력을 구하기 한결 쉬운 플로리다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역 사무실을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플로리다의 탬파로 본사를 옮긴 사이크스 엔터프라이즈(Sykes Enterprise)가 대표적이다.
IT 지원 서비스 기업인 사이크스 엔터프라이즈는 현재 플로리다에서만 1만여 명 안팎의 직원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비행기 제조업체이자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은 메릴랜드주 베데스다(Betheda)에 본사가 있지만 플로리다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1만여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처럼 미국의 거대기업이 새로운 둥지에 일터를 마련하면 상업용이든 주거용이든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연유다.
플로리다가 주는 매혹적인 요소로 들 수 있는 게 골프. 비영리 재단인 ‘플로리다 스포츠 파운데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에는 골프코스가 무려 1100곳이 있다고 한다. 이 코스에서 한 해에 무려 4800만 회의 라운딩을 즐긴다고 한다. 라운딩 가운데 33%는 미국의 다른 주나 해외에서 일부러 골프를 치러 방문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프라이빗 골프클럽은 그린피(monthly fee)로 월 650달러를 내면 한 달 내내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PGA(미국 프로골프협회)는 팜비치가든,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는 데이토나 비치(Dayo na Beach) 등 세계를 대표하는 남녀프로 골프협회가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 2년간 부동산 가격과 가치 상승, 물밀듯이 들어오는 인구 유입, 타이거 우즈도 경탄한 해안가의 멋진 코스에서 한 해 내내 골프를 즐기고 싶은 투자자라면 플로리다주의 부동산에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거주자들도 미국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면 가장 안정적 수익의 달러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임대료를 달러로 받기 때문에 강달러 시대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도 하다. 미국 거주자의 경우에는 주소지를 플로리다로 한다면 상속세와 소득세 등 세제혜택을 덤으로 누릴 수도 있다. 은퇴자이든 젊은 전문직이든 안정적인 투자수익과 삶의 여유를 위해서는 플로리다가 미국 내에서 더할 나위 없는 부동산 투자 최선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김민경 국민이주 미국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