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최근 경력직원을 채용하며 이전 경력은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시해 구직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17일 핵심사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력직 신규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모집 분야는 ICT신기술, 금융, FX딜링·자금운용, 디지털, UI·UX, 데이터 등으로 규모는 20여 명 수준이다.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은 “실무능력과 다양한 경력을 갖춘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업계를 선도하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구직자들이 이전에 쌓은 경력은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경력직 신규직원은 새로운 창조채용인가?” “경력자 뽑아서 일은 시키고 싶고 경력대우는 해주기 싫은 건가?” 등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타 금융권은 NH농협은행과 달리 경력의 일정 부분이라도 인정해주는 추세다. 일례로 최근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경우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타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자에 대해 경력 기간을 일부 인정한다’라고 공시했다. 다른 금융권 채용에도 전문성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근무경력은 일부라도 인정해주는 것이 통상적이다.
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이전에 진행한 신입 채용 절차는 6급이고 이번 경력직 채용 주니어 경력자들은 5급으로 채용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농협은행이 매년 5급 신입직원을 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협의 해명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력직 신입직원이라는 불합리한 채용 절차를 만들어 일률적으로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NH농협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최소 2년 ~ 최대 7년까지 경력을 갖추고 개별 기관에서 근무경력이 6개월 이상이면 합산한다고 적시돼있다.
해당 채용 절차에 대해 한 구직자는 “모집 분야들이 다 전문성을 갖추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한데, 농협은행은 이름값을 내세워 신입직원 처우로 모집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청년실업 구직자들의 힘든 상황을 이용하는 격인데 차라리 신입직원을 더 뽑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NH농협은행이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비상식적인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은행 노조가 경력직 채용이나 직원 채용에 경력 인정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정규직 자격을 주면서 경력직을 뽑을 때 연봉 계약직으로 뽑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6급과 5급은 몇 년간의 호봉 차이가 있고 지난해에도 경력직 채용 절차가 같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채용 규모가 작지만, 모집 직군들이 한창 몸값이 높은 직군들이어서 신입직원으로 채우기 힘든 분야인데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다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호봉과 인사에 관한 법령이 규정돼 있고 구속력도 있지만, (민간 기업이라) 크게 눈치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