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보험·서비스 출시를 통해 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손보사는 총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컴퓨터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모집하는 보험사다. 국내에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이 있다.
신한EZ손보는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76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하나손해보험은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캐롯손보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대표 상품 ‘퍼마일차보험’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 건수 100만 건을 돌파했지만, 손해율 때문에 출시 이후 1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적자로 추산된다.
디지털 손보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원인으로는 상품 경쟁력이 꼽힌다. 주력 상품인 미니보험은 MZ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고 저렴한 보험료와 기한이 짧지만, 보험료가 낮고 기간이 짧아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이후 온라인 금융 사기와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금융안심보험’만 판매하고 있을 뿐 새로운 상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보사가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라며 “보장성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에서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도 필요하고, 디지털 손보사만의 정체성 구축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0호 (2023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