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최대 백화점 업체 메이시스는 점포 68곳을 닫고 1만 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속적인 실적부진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구조조정은 단지 메이시스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의 대형백화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며, 단기적인 실적부진을 넘어 소비자들의 쇼핑패턴이 변화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손쉬운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시장을 급격하게 잠식하고 있으며, 더 똑똑해진 소비자 앞에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
픽업데스크를 이용하는 모습
▶한국 백화점 체질 美·日과 달라… 옴니채널 전략으로 이탈 고객층 흡수
한국의 백화점 업계 역시 뚜렷한 저성장기에 접어 들었고, 고객이탈과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백화점의 체질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탈하는 고객들을 다시 흡수할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의 고도화가 그 이유로 꼽힌다. 옴니채널(Omni-Channel)은 다양한 유통채널, 즉 멀티채널(Multi-Channel)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손쉽게 넘나들며 상품의 탐색과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쇼핑 시스템이다.
백화점에서 입어 본 옷을 온라인몰에서 구매하고, 배송은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받아보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보유한 백화점, 아울렛, 온라인몰과 함께 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유통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옴니채널 환경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4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온라인 구매 상품을 백화점에서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33개 백화점 점포에서 매월 2만여 건의 주문이 접수되고 있으며, 스마트픽으로 구매가 가능한 품목은 시행 초 1만여 개에서 현재 140만여 품목으로 확대했다.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한 경우 3시간 이내에 상품 픽업이 가능한 수준까지 시스템이 갖춰졌다.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은 고객의 이탈을 막는(Lock-in)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또는 반대방향으로 이탈하는 고객들로 하여금 이 모든 채널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함으로써 이탈되는 고객을 다시 흡수하는 전략이다.
(위)스마트 쇼퍼, (아래)3D 가상 피팅 서비스
▶기술이 쇼핑을 자유롭게 하리라… IT 입은 스마트쇼핑
최근 글로벌 유통가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미국의 아마존고(Amazon GO) 사례는 기술로 인해 편리해질 쇼핑의 미래를 보여줬다. 이러한 사례는 롯데백화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분당점 식품매장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쇼퍼’ 서비스는 고객이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지정된 단말기를 들고 구매하고 싶은 상품의 바코드만 찍으면 편리하게 쇼핑을 마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매장 출구 무인계산대에서 최종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현재는 시범운영하는 분당점 인근 지역에서만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본격적인 서비스 도입에 따라 가능 지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쇼퍼 서비스는 현재 하루 평균 50여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분당점에서 근거리 배송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40% 수준이다. 분당점에는 스마트쇼퍼 외에도 ‘스마트테이블’, ‘스마트라커’ 등이 설치돼 다양한 스마트쇼핑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테이블은 초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쇼핑정보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게 한 시스템이고, 스마트라커는 내부 온도 조절이 가능해 냉장보관이 필요한 신선식품까지도 보관할 수 있게 만든 보관함이다. 평상시 라커 중앙의 거울에는 백화점 행사안내 등 정보가 디스플레이를 통해 재생되다가 고객이 다가서면 라커의 사용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이 밖에도 롯데백화점은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본점에 ‘3D 가상 피팅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들은 매장에 들르지 않고도 디지털거울과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하게 상품을 피팅해볼 수 있게 됐다.
한편 이에 앞선 7월에는 국내 최초로 ‘3D 발사이즈 측정기’를 본점에 도입했다. 이는 고객의 발사이즈를 2초 안에 3D 기술로 측정해 정확한 발사이즈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는 서비스로, 개별 고객의 발 모양에 적합한 신발을 추천하거나 수제화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올해는 3D 측정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전체적인 신체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동용 3D 가상 피팅 서비스도 도입 예정이다.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쇼핑환경 구축은 올해 더욱 고도화되고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진호 옴니채널 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똑똑한 소비자를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스마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강점인 다양한 유통채널에 IT 기술을 더해 세상에 없던 쇼핑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