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TV시장의 판도도 변하고 있다. 현재 TV시장의 주요 트렌드는 ▲스마트TV ▲초고화질 ▲대형화가 주요 키워드다. 모바일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모바일과 같은 연결성과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모바일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형·초고화질 TV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TV
스마트TV는 이미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유튜브·아마존 등 유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TV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스마트TV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TV는 일반적인 TV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결합해 스마트폰처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뒤 웹 서핑과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단순한 TV 시청 외에도 소비자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감상 습관 및 이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광고 등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체 TV시장 내 스마트TV의 점유율이 2017년 64%에서 올해 76%, 2023년에는 8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IHS는 “스마트TV는 UHD 콘텐츠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4K TV에 필수적인 지원 기능”이라면서 “모든 지역에서 40% 이상의 TV에 스마트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TV를 구동하는 OS는 이제 UHD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필수가 됐다. 스마트TV OS는 구글 안드로이드, 삼성 타이젠, LG전자 웹 OS가 3강 구도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LG전자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는 스마트TV시장의 선두주자다. 글로벌 TV시장을 양분하는 올레드 TV와 LCD TV는 스마트 기능 탑재율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 올레드 TV 중 스마트TV가 차지하는 비중은 100%이며, 앞으로도 100%를 유지할 전망이다. LCD TV의 스마트TV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71%였던 비중은 2023년에는 8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스마트TV 부문에서도 선두에 올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최근 작년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Tizen)’은 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팔린 스마트TV 5대 중에서 1대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타이젠 플랫폼을 탑재한 것이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모바일 전용 OS로 자체 개발했다. 스마트TV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스마트홈 전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애플과도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 QLED TV를 비롯해 타이젠OS 기반의 스마트TV에 애플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한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타사 디바이스에 적용하는 것은 최초였다. 스마트TV OS 점유율 2위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웹OS(WebOS)’다. LG전자도 애플과 손잡으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LG 스마트TV는 지난해 네이버의 클라우드 플랫폼 ‘클로바’와 연동되는 것을 비롯해 국내 TV 중 유일하게 구글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한국어 서비스를 탑재했다. 올해는 애플의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 ‘에어플레이2(AirPlay 2)’ 및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 등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대대익선’ TV 각광
가전시장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2019년에도 초대형 TV에 대한 열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혼수 가전을 준비하는 2030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작은 평수에서도 대형 화면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제는 대세화로 정착됐다. 또한 TV를 활용한 콘텐츠 플랫폼 이용의 증가와 함께 화질과 화면의 크기가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관여도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TV 인치=거주면적+40’이라는 평수와 TV 크기에 대한 새로운 구매 방정식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고객 대상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20평대 거주자가 구매한 TV 크기는 53.4인치로 평수의 약 30인치를 더해 TV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TV 교체 주기인 7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에서 판매된 TV 평균 크기를 비교한 결과, 7년마다 10인치씩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개된 구매 방정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소비자들이 작은 평수에서 초대형 TV를 찾는 데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OTT)의 급성장도 한몫했다. 넷플릭스, 왓챠 등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초고화질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대형 TV를 활용해 이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TV를 선호하는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 세계 TV 출하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에 반해 초대형 TV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 TV 판매량의 3.6% 수준이었던 60인치 대형TV의 판매비중은 2016년 5.2%, 2017년 6.8%로 매년 그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화 추세에 따라 50인치대 TV는 대세가 됐다. IHS마킷은 올해 50∼59인치 TV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00만 대 이상 늘어난 6719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인치대별 판매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작년까지 50인치대 TV 판매량은 40인치대 TV의 판매량보다 적었다. 오는 2020∼2023년에도 50인치대 TV 판매량은 7000만 대 이상으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또 60인치대 TV는 올해 2000만 대를 넘어서 2021년 30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0인치대 TV는 올해 400만 대에서 내년에는 500만 대, 2021년 600만 대 이상씩 판매될 것이라고 IHS마킷은 예상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65인치 이상 TV 매출은 올해 1~3월 처음으로 60%를 넘겼다. 2017년 30%에서 지난해 41%로 10%p 오르고 올해는 매출 비중 자체가 역전됐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하는 고가의 TV가 이제는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프리미엄 TV 매출은 지난해 280% 성장했고, 올해 1~3월에도 103% 올랐다. 2017년만 해도 전체 TV 판매에서 13%에 불과하던 고사양 TV는 지난해 40%로 증가했고, 올 1분기(1~3월)에는 50%를 넘어섰다. 초대형 TV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9’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대표 가전 업체들이 초대형 TV를 앞다퉈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전보다 더 커진 98형 ‘QLED 8K’를 비롯해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 ‘더 월’, 75형 ‘마이크로 LED TV’ 등 초대형 TV를 대거 선보이며 국내외 주요 외신들의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는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와 나노셀(프리미엄 LCD) ‘투트랙’으로 초대형 TV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반기엔 4K 나노셀 75형과 86형을, 하반기엔 올레드 8K 88형와 나노셀 8K 75형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올레드 TV와 나노셀 기반 슈퍼 울트라HD TV의 70인치 이상 TV 라인업을 작년 대비 두 배로 늘려 빠르게 성장하는 초대형 TV시장 지배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동영상 스트리밍(OTT) 급성장에…
초고화질 대세로
킬러콘텐츠로 대표되던 콘텐츠 업계들의 승부수에 초고화질 영역이 추가되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 등 대형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업체가 4K 고화질 콘텐츠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도 손쉽게 고화질로 제작된 콘텐츠를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8K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TV도 시중에 출시된 만큼 콘텐츠 업체들도 발 빠르게 초고화질, 초대형 TV 시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고화질 콘텐츠의 전송 규격인 HDMI 2.1을 탑재한 제품들이 출시되면 초고화질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는 지난해 콘퍼런스에서 최근 가전시장의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AI와 함께 ‘8K TV’ 시장의 확대와 이에 따른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을 주목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형·프리미엄화로 재편되는 시장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 기술과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최근 TV 시장의 트렌드는 무조건 대형화”라며 “화질이 좋지 않으면 대형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8K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K TV는 현재 대세 제품인 4K(화소수 3840×2160)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해 ‘꿈의 화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 2019’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샤프·소니(일본), 하이얼·TCL·창훙(중국) 등 10여 개 기업이 8K TV를 선보였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판매량은 올해 33만8000대에서 2022년 503만3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K TV 시장 확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콘텐츠·생태계 확산 등이다. 아직 콘텐츠·플랫폼이 부족하고, 소비자들이 충분히 체험하지 못해 시장 확대가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CES 2019를 통해 8K 기술·콘텐츠·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파나소닉, 하이센스, TCL 등과 함께 8K 협의체인 ‘8K어소시에이션’을 구축했다.
올해는 주요 TV 제조사들이 8K 콘텐츠를 전송하는 HDMI 2.1을 갖춘 TV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8K 콘텐츠를 TV에서 본격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형 QLED TV 신제품에 HDMI 2.1 규격을 탑재해 초대형 TV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출격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QLED 8K TV 출시국을 6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2500달러 이상 고가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4.3%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소니(26.2%)가 뒤를 따르고 있다. LG전자 또한 올해 출시하는 프리미엄 신제품에 모두 HDMI 2.1 규격을 적용했다. 소니도 85·98형 브라비아 마스터 시리즈 Z9G에 HDMI 2.1 규격을 내장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대화면 OLED TV로 맞불을 놓는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구미사업장에서 8K 올레드TV와 롤러블 올레드TV ‘LG 시그니처 올레드TV R’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계획을 밝혔다. 8K 올레드TV는 기존 8K LCD TV와 달리 3300만 개에 달하는 화소 하나하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완벽한 블랙 구현은 물론 더 섬세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