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 82평형이 320억원에 매물로 나오면서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320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진다면 취득세만 10억원을 훌쩍 넘는 등 국내 아파트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하게 된다.이곳은 배우 송중기와 가수 아이유 등이 입주한 아파트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완공되고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에테르노 청담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했다. 20층, 1개 동, 29가구 규모이며 전용면적 273㎡(82평형)으로 방 4개, 욕실 3개를 갖췄고, 관리비만 약 200만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앞서 에테르노청담 147평 공시가격은 128억 6000만원이다. 1위는 에테르노 인근에 있는 PH129(더 펜트하우스 청담)의 149평 공시가격 164억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역대 최고 거래가는 지난 7월 220억원에 거래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101평이다. 이곳 역시 방탄소년단 지민, 배우 배용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등 유명 연예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나인원한남은 총 341가구 규모의 저층 단지다. 과거 주한 미군 장교와 가족들이 거주하던 외국인 아파트 부지를 대신증권 계열사인 대신 F&I가 개발해 조성했다.
올해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 상위 10건 중 4건이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 실제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41㎡(1층)는 220억원에 팔렸다. 또 같은 아파트의 전용 273.94㎡(1층)는 지난 6월 200억원에, 전용 244.34㎡(4층)는 지난 4월 120억원에, 전용 206.89㎡(5층)는 지난 7월 110억 원에 각각 거래됐다. 서울지역 고가 주택 거래를 중개하는 A 씨는 “최고급 주택의 경우 지역 상징성을 더하고 있는데 지역명을 그대로 쓴 나인원한남, PH129 등이 대표적”이라고 귀띔했다.
‘매경LUXMEN’이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리치고’와 함께 분석한 전국 동별 아파트(500세대)이상 분석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 기준 전국에서 가장 부자 동네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으로 나타났다. 9월 초 기준 평당 매매 가격이 1억 2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결과는 압구정 일대가 전통의 부촌이라는 점과 서울시에서 일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대지 지분 등 집값에 미치는 요인이 여러 가지”라고 설명했다.
뒤를 이은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이다. 반포 아파트값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진정한 대장주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초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가 번갈아 신고가를 찍으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84㎡(32평) 9층 매물은 8월 2일 60억원에 손바뀜됐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7월 55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썼는데, 불과 한 달 만에 5억원이 또 오른 것이다. 3.3㎡(1평)당 가격으로 따지면 1억 7600만원 선으로 ‘국민평형’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13층이 50억원에 계약됐다. 직전 거래금액(43억원)보다 7억원 올라 국민평형 최초로 50억원을 돌파했다.
한강변인데다 강남권의 다른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비해 투자 가치나 환금성이 높다는 인식이 커서 부자들이 찾는 아파트의 대명사가 됐다. 초고가 아파트들이 있는 청담동과 한남동이 4위와 5위로 나타났다. 사교육 특구인 강남구 대치동이 그 뒤를 이었다.
20위까지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와 송파, 용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강남구가 8곳, 서초구가 4곳, 용산이 4곳, 송파가 2곳이다. 송파에서는 잠실동이 12위, 신천동이 20위에 올랐다.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나머지 2곳은 여의도동(16위)과 성수동(17위)이다. 최근 성수동에서도 9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가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수는 45만 6000명이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70.6%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서울 내에서는 성동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성동구가 처음으로 부집중도 지수 1.0을 넘으며 부촌으로 꼽힌 것이다. 부집중도 지수란 지역구분별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비중을 부자 수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1.0 이상이면 해당 지역의 부집중도가 높고 고자산가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여의도 역시 전통의 부촌으로 최근 재건축 이슈가 뜨겁다.
50위권까지 중 서울이 아닌 곳은 39위인 성남 분당구 백현동과 43위 과천시 별양동, 45위 과천시 원문동 등 3곳에 불과했다. 실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 그랑블’ 139㎡도 지난 7월 39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해당 주택형의 신고가일 뿐 아니라, 올해 경기 지역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백현동의 경우, 판교밸리에 인접하고 강남과의 거리도 가까워 신흥부촌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주거지역으로서 과천의 위상은 예전에도 높았다. 서울 서초구나 강남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주변은 청계산과 관악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친화적이다. 다만 2020년 이전에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2008년 준공한 래미안슈르를 제외하면 찾기 어려웠다. 2020년 이후 과천푸르지오써밋을 필두로 과천위버필드, 과천자이 등이 잇따라 준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때 과천 집값 역시 주춤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거 환경이 뛰어난 과천이 부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 도시들의 경우, 서울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지역의 슈퍼 리치들이 선호하는 곳은 뚜렷하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아파트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186위)으로 나타났다. 수성구는 대구학군의 중심으로 불린다. 실제 올해 대구 실거래가격 톱10 전부가 수성구 아파트들로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거래는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204㎡로서 지난 3월 26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에서는 219위인 해운대구 우동, 238위인 해운대구 중동 등이 있다. 실제 부산광역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답게 대장주 아파트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이국적인 경치를 자랑하면서 학군도 우수한 해운대구 마린시티 주변 고급 주상복합들이 지난 10여년간 부산 대장주 자리를 지켜왔다. 먼저 부산에서 올해 가장 비싼 아파트는 101층 높이에 부산 랜드마크로 불리는 엘시티더샵 186㎡(49억원)이다. 뒤를 이어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경동제이드 220㎡가 4월에 48억원에 거래됐다. 인천에선 266위 연수구 송도동이 눈에 띈다. 특히 송도 더샵센트럴파크2차 291㎡는 7월 44억원에 손바뀜되며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부동산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인천 송도 등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해안 리치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형 평면 위주의 고급 아파트가 건설되는 가운데 수요가 몰리면서 일대 시세와의 격차도 크다. 충청권에선 세종시 나성동이 209위였다. 제주시 아라일동 역시 268위에 올랐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