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인증요구 앱 35%뿐…法허점에 검은 유혹 급증 청소년 암시 닉네임에 성매매 쪽지 쏟아져…정부 "단속 어려워" 방치
유준호 기자
입력 : 2017.02.22 17:39:04
수정 : 2017.02.22 19:35:59
지난 20일 오후 공익 목적으로 모인 한 오픈 카톡방(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야공' 카톡방을 홍보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야공이란 '야한 동영상 공유'의 줄임말이다. 해당 광고물은 "총 2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광고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널리고 널린 게 '야동'인데 왜 굳이 카톡방까지 만들어 홍보할까.
해당 야공 카톡방은 네티즌들이 말하는 소위 '직찍'(직접 찍은 사진·동영상)을 제공하는 곳이다. 해당 카톡방 개설자는 "2000명의 회원 중 여성분도 상당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방장을 통해 "개인톡·만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속칭 '톡스폰'이라 불리는 불법 음란 영상 매매 행위로 여성을 남성에게 연결해주는 곳이다. 남성이 돈을 지불하면 스폰을 받는 여성이 서서히 수위 높은 노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올려주는 형태다.
해당 야동 공유방은 사용자의 실명, 전화번호 등이 공개되지 않는 오픈 카톡방의 '익명성'을 십분 활용했다. 홍보 사진에 게재된 방장의 아이디를 검색해 넣고 입장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신상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야동 공유방에 입장이 가능했다. 공유방 입장의 열쇠인 아이디 노출은 단 하루.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루만 상담 문의를 받고 아이디를 삭제하는 '메뚜기 식 영업' 전략이었다. 신상 노출과 경찰 추적을 우려한 조치다.
이런 '은밀한 거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차별적인 미성년자 노출이다. 철저히 익명에 의존해 사용자를 유혹하다 보니 해당 공유방은 미성년자조차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운영자 B씨에게 접근해 메시지를 보내니 "연령별로 각 방을 운영하고 나이 제한이 없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은근히 미성년자들의 동영상 제공이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은밀한 스폰 거래는 오픈 채팅방뿐만 아니라 밀실형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서도 우후죽순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또는 혐의가 있는 스마트폰 채팅 앱은 717개로 조사됐다. 이 중 분석 가능한 182개 앱을 조사한 결과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64개(35.2%)뿐이었다.
익명의 가면을 요구하는 채팅 앱이지만 미성년자들은 닉네임을 통해 자신이 청소년임을 드러낼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18' '열7곱' '고등어' 등 청소년을 암시하는 문구를 닉네임으로 등록해 보니 남성으로 추정되는 대화 상대로부터 '주 1회 월 200만원' 등 성매매를 요구하는 쪽지가 끊이지 않았다.
호기심 또는 손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며 톡스폰에 발을 담근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체 영상이 유포된 후 평생 씻지 못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개인의 성행위 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해달라는 시정 요구는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2013년 1166건에서 2015년 3636건으로 세 배 이상 폭증했고 지난해에도 8월까지 4682건이 접수돼 매년 증가 추세다.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연간 삭제 의뢰가 들어오는 1400여 건 중 청소년 동영상·사진과 관련한 게 약 50%"라며 "청소년들은 유포된 자신의 동영상 삭제를 의뢰한 후 못 견디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나날이 진화하는 톡스폰, 채팅 앱 성매매 행위에 정부가 단속 고삐를 죄고 있지만 뿌리 뽑기는 쉬지 않다. 지난해 2월부터 100일 동안 집중 단속한 결과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건수는 총 1972건, 검거된 사람은 8502명에 달했다. 특히 '대화'가 주요한 기능이라는 이유로 주요 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인들의 '은밀한 유혹'은 계속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을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있지만 청소년 인권 보호라는 대의명분하에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