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속속 내년 증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매해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각 증권사가 제시하는 코스피 예상 밴드와 추천 전략은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독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증권사 전망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9일 기준 주요 10개 증권사가 발표한 2025년 코스피 예상 밴드는 하단 2100포인트에서 상단 3206포인트로 나타났다. 하단과 상단 간 격차가 무려 1106포인트에 달하며, 투자자들에게 한층 복잡한 선택지를 안기는 모습이다. 반기별 전망에서는 전반적으로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은 후 하반기에 점차 나아지는 상저하고 전망을 한 곳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DB금융투자는 코스피 변동 폭을 가장 낮은 2100~2800포인트로 제시하며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경기둔화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연초에는 안전자산에 집중하고, 하반기부터 주식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천했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모두 2300~2800포인트를 제시하며 하반기 통화 완화 정책에 따른 증시 반등을 예상했다.
반대로 SK증권은 상단 기준 3206포인트로 가장 공격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SK증권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코스피 평균값을 2700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거시경제 변동성이 크면 연저점과 연고점 간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리츠증권은 코스피 변동 폭을 2600~3050포인트로 제시하며, 글로벌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AI 산업과 주주환원 정책 중심의 투자 전략을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연간 KOSPI 영업이익 증가율을 5~6%로 추정하며, 적정 코스피를 2575~3040포인트로 계산했다.
이외에 삼성증권은 2350~2900포인트를 예상 변동 폭으로 제시하며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다른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밴드 상단인 2750포인트를 목표로 방어적 전략을, 하반기에는 밴드 하단인 2450포인트를 기준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제안했다.
전망의 편차가 큰 이유는 글로벌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 금리 정책, 중국의 실물경제 회복 여부 등은 내년 국내 증시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요소들로 꼽힌다.
미국 주식 시장은 AI 산업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밸류에이션 고평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9월 구인 건수가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이에 대해 “2000년 버블닷컴 이후 두 번째로 고평가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하방 압력을 경고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한국과 중국 간 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경제 회복이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2025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증권사들은 경기방어주와 배당주, 성장주를 조화롭게 담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권장했다. 특히 금융, 제약·바이오, 산업재 섹터가 주목받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 코스피 영업이익증가율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향 조정 중이다”라며 “2018년도와 2022년에 전년 대비 이익증가 둔화 시기에는 반도체와 대형주보다 고배당 주식이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라고 분석했다. 먼저, 금융주는 주주환원 정책과 안정적인 수익률 개선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KB금융은 국내 주당배당금 상향 흐름을 주도하며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금리 인하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제약 바이오주도 경기방어주로서의 매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며 추천 섹터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기술수출 성과가 가시화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AI와 산업재 섹터 역시 수혜주로 꼽혔다. 신산업 테마로 자리잡은 AI 관련 산업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인해 인프라 투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세계 경제와 주식 시장 내 서열이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 “미국 경제와 생산성 향상에 이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나, 효과가 큰 미국 AI, Tech, 금융, 소비재에 대한 투자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주식 시장에서 비중이 많이 감소했으나 2025년 실적 증가 기대가 유효한 2차전지, 반도체, 엔터/미디어 산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다수의 증권사들은 상반기에는 경기방어주나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집중하고, 하반기부터 주식 비중을 늘리는 ‘상안하주’ 전략을 취할 것을 추천했다.
대표적으로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말 ~ 내년 연초부터 발생할 수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 관련 문제의식과 작은 폭의 경기둔화를 이유로 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만 이러한 이슈는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실제 경기가 돌아서는 방향성을 예상해 경기 민감주 포지션을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다수 증권사에 이름을 올린 추천 종목으로는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은 2025년 추천 종목으로 SK하이닉스, NAVER, HD현대중공업, 하나금융지주, 대한항공, LS ELECTRIC, 한국금융지주, 녹십자, 파크시스템스를 제시했다. 이들 종목은 글로벌 디지털 전환, 소비 증가,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자본 시장의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다. 삼성증권은 “한국 증시는 절대적·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에 있으며, 현재 주가 대비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보여주는 일드갭(Yield Gap)이 8.5%로 가치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논의가 활발해지는 트렌드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강화하는 기업들에 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산업 전망을 살펴보면 몇몇 섹터를 제외하고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은 산업별 성장과 부진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금리, 환율, 원자재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고부가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국내 산업의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성장세는 올해보다 약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그런데도 금리 인하에 따라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올해 부진했던 내수·서비스 업종은 2025년에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외 수요 약화와 기저효과로 수출증가율이 올해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커 대표 수출업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 둔화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이차전지, 소매유통 등 일부 산업에서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실제 저성장 기조 속에서 경제와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올해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25년 국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선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025년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에서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업종은 여전히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여전히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반도체는 세계 시장에서 서버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확대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경쟁 심화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기를 고려하면 2024년 상승 국면을 지나 2025년 내 경기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반도체 업황 사이클상 고점 도래에 따라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차전지 시장은 트럼프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확대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전한 시장의 성장 속에서 이차전지 산업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의 확대, 그리고 전기차 생산량 증가가 주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2024년에 예상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변화는 산업 수익성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북미 시장 대응 전략과 기술 혁신이 2025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소매유통 산업은 금리 인하와 내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경쟁이 완화되고 효율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유통 기업의 흑자 전환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중위권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시장의 경쟁 구도를 단순화시키며 대형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2025년에도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철강업은 중국 경제 둔화와 전방 산업의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석유화학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출 부진이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역시 고금리 환경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 등으로 인해 장기 침체의 리스크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이가 많다. 보고서는 건설 산업의 일부 개선이 기대되지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실적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국내 산업이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고령화로 인한 소비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1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