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시간 속 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소중한 상대를 떠올리며 고른 선물로 추억을 공유한다. 작은 포장 안에는 더 큰 사랑과 기억이 담겨 있다. 말로는 못다한 진심을 담아 손끝으로 전한다. 그래서 칼지브란은 “요청 있을 때 주는 것보다 요청 없어도 미리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티잉 구역(Teeing area)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날린 동반자가 티를 찾느라 이리저리 눈을 돌리면서 부산했다. 모두 티를 찾아주려고 백방으로 살핀 끝에 겨우 찾아냈다. 시간을 끌었다며 연신 미안해하는 동반자에게 캐디가 사용해보라며 예쁜 티걸이를 전했다. 티에 매달아 사용하는 소품이었다.
다음 홀부터 티가 눈에 잘 띄어 찾는 시간과 수고를 덜어 아주 유용했다. 골프를 끝내고 동반자는 고맙다며 캐디에게 연신 고마워했다.
공을 치러 온 게 아니라 마치 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골프장을 찾은 듯했다. 식사 도중에 딸이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를 위해 외국에서 사온 선물이어서 애지중지한다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난주 인근에 사는 동반자를 태워 골프장에 동행했다. 기꺼이 카풀을 허용해 고맙다며 예쁜 골프공과 장갑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왔다. 동반자들에게 자그만 선물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모임에도 빈손으로 나가기 허전하면 골프 소품은 유용한 선물이 된다.
골프공은 누구나 좋아하는 부동의 원탑 선물이다. 타이틀리스트나 젝시오 같은 브랜드공 한 더즌은 비싸지만 낱개로 상자에 따로 나오기도 하기에 비용 부담이 없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최고 브랜드 3개 들이 한 줄은 1만 7000원 정도이다.
캐릭터가 귀엽게 새겨져 있거나 빨강 노랑 연두 등 예쁜 컬러 볼도 인기다. 필자 경험으로 고수들은 다른 어떤 소품보다도 공을 선호한다.
귀엽고 깜찍한 티도 요즘 많이 나온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상단 부분에 공을 놓기 쉬운 제품도 있다. 컬러나 디자인도 여러 종류여서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다.
소재도 나무와 플라스틱이 있는데 갈수록 플라스틱이 애용된다. 개인적으론 늘씬하고 밝은 컬러 티를 좋아한다. 티도 오래 사용하면 정이 든다.
티걸이도 귀여운 선물이다. 티키퍼, 티키링이라고도 부르는데 티에 부착해 쉽게 티를 찾도록 도와준다. 줄 끝에 고무링이 있어 간단하게 티에 끼우거나 티에 줄로 매다는 제품도 나온다.
종종 공보다 티가 멀리 날아간다고 동반자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하는데 이때 티걸이는 찾는 시간을 줄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핸드폰에 매달던 고리와 비슷하다.
가벼워서 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컬러 디자인이어서 눈에 쉽게 띈다. 티잉 구역에서 지체하는 시간을 줄여 동반자들에게 진행 부담을 덜어준다.
볼 마커도 골퍼들에게 깜찍한 선물이다. 사소하게 보여도 골프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용품이다. 특히 그린에서 캐디 도움 없이 혼자 마크하고 라인을 읽는 독립 골퍼로 태어나도록 하는 산파역을 한다.
기존의 투박하고 단순한 데서 탈피해 귀엽고 예쁜 디자인과 색상을 가진 볼 마커도 유행이다. 선물로 받은 마커를 그린에서 사용할 때마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버디나 이글을 잡고 “당신이 주신 마커 덕분이죠”라고 덕담을 전하면 그만한 사례가 없다. 2만원대 가격이면 괜찮은 제품을 구한다.
드라이버 커버도 선물한다. 아이언 커버도 있지만 드라이버 커버는 눈에 잘 띄고 디자인도 다양해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인형이나 동물 같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오는데 클럽을 보호하고 미감을 준다. 가격 4만~5만원대로 다른 소품에 비하면 부담되지만 오랫동안 나를 기억하게 하는 표식이다.
카트 걸이 파우치도 인기 선물이다. 카트에 고리를 걸어 부착시키는데 골프공, 티, 마커, 장갑 등을 편하게 정리해서 보관한다. 그냥 쑤셔 넣는 대신 품목별로 보관하도록 칸이 나눠진 제품을 고른다. 모양과 색상이 다양하고 가격은 1만~5만원대로 다양하다.
볼 파우치는 초보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공을 많이 잃어버려 번번이 카트에 와서 공을 가져가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골프 도중 달랑 공 하나를 잃어버리고 캐디나 동반자에게 부탁하거나 카트로 와서 다시 가져가는 동반자를 보면 황당하다. 여분의 공을 호주머니나 볼 파우치에 넣고 다녀야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공 2개가 들어가는 파우치가 가장 일반적이고 3개 혹은 한 개만 들어가는 제품도 있다. 보통 파우치 고리를 벨트에 부착해서 사용한다. 3만원대 제품이 흔하다.
골프 장갑과 모자도 항상 무난한 선물이다. 인터넷으로 2만원 안팎이면 괜찮은 장갑을 고를 수 있다. 미리 사이즈를 파악해 준비한다.
보통 헐기 전에는 장갑을 잘 바꾸지 않는데 흐리거나 땀이 날 정도로 무더울 때 미리 준비해 가져가면 고마운 선물이 된다. 더운 날에는 선바이저, 겨울엔 방한모자도 유용하다.
겨울엔 목을 둘러싸는 넥 워머가 유용한 선물이다. 넥 워머 사용 여부에 따라 체감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난다는 말도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은 3만원을 웃돌기도 하지만 2만~3만원이면 산다.
언젠가 파5 롱 홀에서 멋지게 티샷을 한 다음 두번째와 세 번째 샷으로 연속 OB(Out of bounds)를 냈다. 속이 상해 끙끙대던 차에 다음 홀로 이동하는 카트에서 동반자가 연두색이 빛나는 고급 브랜드 1번 공을 건넸다. 때마침 지친 영혼에 모르핀제였다.
“오늘 하루를 함께 해 영광이자 즐거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대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할 겁니다.”
진정한 위로와 따뜻한 감사 인사로도 나를 기억하는 좋은 선물이 된다. 100살이 아니라도 남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 그게 바로 장수이다.
자그마한 선물이 승부로 누적된 팽팽한 긴장감을 녹여준다. 행복했던 그 날로 되돌린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매일경제신문에서 스포츠레저부장으로 근무하며 골프와 연을 맺었다. <주말골퍼 10타 줄이기>를 펴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경LUXMEN과 매일경제 프리미엄 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