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투자 성적을 학점으로 환산하면 F, 아무리 후하게 평가해도 D-로 ‘낙제’를 벗어나기 힘들다. 국내 금융자산의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다양한 투자처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지만 자산운용사들의 ‘공급 역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박한 평가에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은 제외다.
국내 80여 개의 자산운용사 가운데 현재 12곳이 해외 법인과 사무소 등 총 31개의 현지 거점을 마련하고 영업을 하고 있으나 이를 직접적인 성과로 이뤄낸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23개 자산운용사 중 국내 운용사의 운용자산(AUM)에서 해외 고객의 비중은 평균 2.92% 수준이다. 해외 고객 비중이 11.75%에 달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다. 여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고객 비중은 0.9%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운용자금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자본연이 미래에셋을 포함한 4개 주요 운용사의 해외 법인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6월 말 기준 10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자산은 2006년 4억3000만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늘어난 운용 자산의 대부분이 미래에셋의 것이고, 나머지 3개 회사의 해외 법인 운용 자산 규모는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4개 회사의 해외 법인 전체 운용 자산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비중은 약 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찌감치 눈 돌린 先見之明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른 해외 자산 투자의 필요성을 미리 감지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50%가 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은 일찌감치 다양한 해외 자산 발굴을 통해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첫 해외 진출은 2003년 홍콩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후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에 차례로 해외 법인을 설립했으며 업계 최초로 해외 운용사 인수에 성공해 대만 법인을 출범했다. 이후에도 캐나다(호라이즌)와 호주(배타프로)를 인수, 6개국 175개 ETF를 운용하는 글로벌 ETF 운용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사 최초로 북미 계열의 운용사를 인수해 선진 시장의 ETF 운용 노하우를 융합하는 등 국내 ETF 시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콜롬비아 중남미 ETF 시장에 아시아 자산운용사 최초로 ETF를 출시하는 등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3년 동안 12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거느린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IB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고 있다. 2011년에는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세계 최대 골프용품업체인 아쿠시네트(Acushnet)를 12억달러 규모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토종 사모펀드가 주도해 글로벌 1위 브랜드를 인수한 첫 사례로, 대한민국 인수합병(M&A)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며 골프업계 최대 규모의 딜을 성공함으로써 한국 IB를 세계시장에 인식시킨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펀드수출 현실화 혁신상품 연이어 선보여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32개국에서 1263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 89조원 중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30조원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해외 현지에서 설정, 판매되고 있는 펀드만 182개에 이르며 해외 현지에서 설정된 자산도 11조원이 넘는 등 국내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해외 현지에서 펀드를 직접 판매해 자산을 모으고 있는 유일한 운용사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해외 사업을 진행해 현지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해외 진출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상품들이 장·단기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해외 법인 수탁고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아시아 최초로 리테일을 통해서 펀딩이 가능한 회사로 성장했다.
(사진설명) 2015년 11월 19일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한국, 캐나다, 호주, 홍콩, 미국, 콜롬비아 6개국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비즈니스 경영진들이 모여 ‘미래에셋 글로벌 ETF세미나’를 개최하고 투자전략을 논의 했다.
인지도 상승을 이끌어내며 미래에셋이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선보이는 상품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미래에셋의 해외 펀드는 해외 현지 법인과 자문 위탁 계약을 해 풍부한 리서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운용하고 있다. 전 세계 채권 섹터에 분산 투자하여 낮은 변동성과 꾸준한 수익률이 장점인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운용 역량이 반영된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운용상 특징이라고 한다면, 특정 국가나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맡지 않고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4시간 운용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운용하고, 미국 법인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보면서 운용하는 듀얼 운용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거기에 브라질, 홍콩, 캐나다 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활용해 투자함으로써 단 1초도 쉬지 않고 24시간 글로벌 변동성에 맞춰 포트폴리오가 조정되고 있다. 여느 국내 운용사도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운용 방식이다. 현재 이 펀드는 꾸준히 국내 예금금리를 뛰어넘는 성과를 올리고 있어 2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해외 채권형 펀드로 성장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의 해외 설정 펀드 18개가 글로벌 평가사인 모닝스타에서 3년 이상 운용 펀드 중 상위 10% 우량 펀드에 부여하는 5성 등급(5 Star)을 기록 중이다. 특히 ‘미래에셋아시아섹터리더펀드’와 ‘미래에셋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펀드’는 모닝스타 기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 105개 가운데 3년 수익률 부문에서 1위를 포함해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편 미래에셋의 성장 스토리와 창업자 박현주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2010년부터 하버드비즈니스스쿨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서는 국내 금융인으로서는 최초로 박현주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아시아 운용업계 최초로 미래에셋의 성장 스토리를 강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의 경영과 운용 철학을 글로벌 성공 사례로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비즈니스 성장세 가속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펀드 비즈니스는 최근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새로 설정·판매된 금액만 2조원이 넘으며 총 11조원까지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법인이 글로벌 시장에 설정·판매 중인 시카브 펀드(SICAV Fund)는 올해 8300억원이 늘어나며 총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등 미래에셋 해외 비즈니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불과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진설명) 2014년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내 계열 회사인 ‘호라이즌스 ETF USA’가 미국 시장 최초로 KOSPI200을 추종하는 ETF인 Horizons Korea KOSPI200 ETF(HKOR)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또 홍콩 법인의 경우 시카브 펀드를 포함해 주식형, 채권형, ETF, 헤지펀드 등 83개의 다양한 상품을 현지 및 해외에 공급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은 2008년 7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시카브 펀드를 해외에 수출하며 한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의 역외펀드인 미래에셋글로벌디스커버리펀드(Mirae Asset Global Discovery)를 2008년 룩셈부르크에 설정, 펀드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법인이 운용하는 시카브 펀드는 글로벌, 아시아, 이머징 마켓 등에 투자하는 16개 펀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수의 글로벌 금융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2017년에도 미래에셋의 시카브 비즈니스는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해 170% 이상 성장한 유럽 지역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아시아 태평양, 중동, 남미까지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올해 신설되는 호주 법인에서도 시카브를 재간접 형태로 편입하는 역내펀드의 설정도 검토 중이다.
안정적인 수익률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통해 선구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위치를 공고히 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향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