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보금자리지구 ‘강남지웰홈스’ 첫 적용… KT도 조만간 본격화 |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서비스 본격 막 올랐다
입력 : 2014.12.19 17:31:29
수정 : 2014.12.22 09:20:24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서비스 시장이 드디어 열리고 있다.
국내 임대시장이 집값 상승만을 기대하는 전세 위주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노리는 월세 및 보증부 월세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에 맞춰 선진적인 주택임대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택임대관리서비스란 주택임대사업자, 다시 말해 등록된 집주인을 대신해서 임대관리서비스 업자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임대차 계약, 임대료 수납, 입주관리, 시설물 관리 등 임대관리서비스 일체를 제공하고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법에 관한 주택법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신영, 우리레오PMC, KD리빙, 라이프테크 등 100개 업체가 지난 10월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에 공식 등록한 상태다.
대기업 진출 봇물 터지나
등록업체는 100개를 넘어섰지만 현재 실제 주택임대관리서비스를 하는 법인은 많지 않다. 업계 1호 업체인 라이프테크(박승국 대표)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1200여 개에 달하는 원룸과 다가구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KT의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와 일본 다이와리빙이 합작해서 만든 KD리빙의 경우 한티역에서 45실 규모의 연립주택 관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역시 일본 임대관리회사인 레오팔레스와 우리관리가 합작해 만든 우리레오PMC 역시 서울, 안양 등지에 80실에 달하는 원룸과 다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등록한 100개 업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신생 기업은 물론 기존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사업 확장 및 전업을 꾀하는 곳도 다수 눈에 띈다.
최근 들어선 신영, 대림, KT와 같은 대기업들이 주택임대관리사업 시장 진출을 본격 도모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이들 회사들은 기존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선분양을 통해 임대용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은 다음 이를 다시 관리까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
예를 들어 KT에스테이트의 경우 전국 교통 요지에 위치한 KT의 옛 전화국 부지에 오피스텔을 짓고 이를 분양한 다음 자회사인 KD리빙을 통해 임대관리까지 맡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오피스텔 분양을 한 다음 임대와 관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경우 동대문지사(신당동 지점) 등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서 오피스텔을 비롯한 주거용 건물을 짓고 여기에 분양과 함께 기업형 임대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KT가 전국에 깔려 있는 유휴 상태인 전화국 부지를 통해 임대주택 사업에 나설 경우 시장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KT에스테이트는 최근 송파전화국 부지에 조리시설을 갖춘 레지던스형 가족호텔을 짓겠다며 지구단위변경 계획서를 송파구청에 제출해둔 상태다.
주목받는 신영
국내 디벨로퍼 1호 기업인 신영(회장 정춘보)은 11월부터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에 신축한 오피스텔 ‘강남지웰홈스’를 시작으로 주택임대관리서비스에 본격 뛰어들었다. 신영 지웰시티 등 부동산 개발, 국내 최초 주거용 오피스텔 분당 시그마Ⅱ 분양, 서머셋팰리스 등 서비스드 레지스던스 운영,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 진출 시도 등을 통해 신영은 이미 주택임대관리서비스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강남보금자리지구 7-15블록에 지어진 북유럽풍 소형 디자인 오피스텔 강남 지웰홈스는 전용면적 20~50㎡, 25개 타입 653실, 지하6~지상10층 2개동 규모다. 이 가운데 100개실에 대해 신영이 1차적으로 임대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영 측은 우선 주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차 계약 관리와 임대료 수납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찾아온 임차인을 상대로 집주인을 대신해서 임대료 중재에 나서 원활한 임대차 계약을 유도한다. 또 계약종료 2개월 전부터는 재계약 여부, 임대료 인상 등을 중재한다.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수납 받아 약속한 날짜에 임대인에게 송금해주는 서비스도 한다.
신영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세입자가 제때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거나 또 계약 만기가 돼도 방을 비워주지 않을 때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월세의 5% 수준, 월 3만5000원 정도를 매달 납부하면 다른 신경은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입주관리의 경우 자산관리전문가가 직접 사전점검을 실시하며 무분별한 출입을 막기 위해 키 보관 및 계약금과 잔금 납부 여부를 확인한 후 임차인에게 키를 배부한다. 이 밖에도 임차인이 거주 중 발생하는 소모품 및 빌트인 가구와 가전제품, 전기시설, 난방시설 등의 하자처리 및 수리를 대행하며 임차인의 퇴거 전 관리비 미납 여부 확인 및 정산 등을 대행하게 된다.
강남 지웰홈스의 경우 분양가격이 타입과 면적 크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억7000만원 선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75만원 선이다. 이 경우 주택임대관리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연 4%후반대의 임대 수익을 노려 볼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과거엔 오피스텔을 몇 개 분양 받으면 중개업소에 이를 매물로 내놓아 임차인을 구하고 또 직접 임대료 수금과 관리까지 신경 써야 했는데 이젠 오피스텔 분양만 받으면 그 이후 발생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덜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임차인 모집 등 일선 중개업 행위가 임대관리서비스사업자에겐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속세·증여세 감면 등 정부 지원 절실
40년 전부터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시장을 키워온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개인 소유의 원룸과 다가구 주택을 한데 모아서 관리하는 기존 업체들은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보다는 영세하다는 인상을 주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또 주택임대관리법상의 법인세, 취득세 감면과 같은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임대주택 공급자의 81.3%, 646만3000가구에 달하는 집주인들이 비등록 임대 시장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감면 혜택 등 일부 세금 혜택은 있지만 대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현실적으로 꺼리는 형편이다. 또 야당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함께 주장하고 있는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의 경우 정부에서 임대 시장 충격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다주택자인 집주인의 80% 이상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있어 아직 기업형 임대서비스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있다”며 “집주인들에게 상속세, 증여세 감면 혜택 등을 부여해서 이들을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할 경우 임대서비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