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한 서울팔래스호텔은 올해로 개관한 지 30년이 된 강남지역 최고(最古)의 형님 호텔이다. 서울팔래스호텔에서의 1박2일, 방을 나설 땐 벌써부터 형님 댁 사랑방이 그리웠다. 도심은 늘 숨차게 움직인다. 잠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볼 짬도 없이 지나고 지나친다.
오죽하면 “하루가 짧다”고 하소연하며 월화수목월화수목금금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평범한 직장인일까.
일상의 무게에 두 다리가 휘청거릴 때마다 떠오르는 건 머나먼 남쪽 바다요, 시원한 그늘 아래 하릴없이 뒹구는 일상은 영원한 로망이다. 그래서 누구나 여행을 계획하고 소망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날 순 없는 법. 잠시나마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일상의 일탈 중 하나는 어머니께 드리는 안부전화요, 효과 만점 활력소는 떨어져 지내는 형제들과의 오붓한 대화다. 꼼꼼히 꾸린 짐을 들고 엎어 이른 새벽에 나서는 길, 그 길 끝에 오롯한 고향집은 어쩌면 남쪽바다 그 이상의 휴식이자 로망이다.
서론이 길었다. 도심 속 휴가를 논하는 수많은 호텔 중 서울팔래스호텔 코너 스위트룸을 찾았다. 문을 연 지 올해 30년이 된 이 호텔은 지난해 6월 특1급으로 승격되며 제2의 전성기를 준비 중이다.
30년 전 서울의 랜드마크, 아늑한 휴식처
1982년 근방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던 이곳은 당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랜드마크였다. 강남지역 최초의 특급호텔이던 서울팔래스호텔은 주변의 발전상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30년 세월의 더께를 온몸으로 받았다. 그동안 깨지고 쓸린 상처는 2008년부터 272억원을 투자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아물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특1급 호텔로 승격됐을 땐 깜짝 놀랄 만큼 산뜻하게 변신했다.
우선 대리석으로 마감된 로비는 오가는 이들과 어울려 아늑하다. 30년간 대를 이어 찾는 이들이 많은 것도 생경한 호텔 이미지를 푸근하게 누그러뜨린다. 호텔에 들어서면 단골손님을 맞듯 안내하는 직원들의 마중도 그러한 이미지에 단단한 한몫을 한다. 덕분에 럭셔리한 특급호텔 대신 언제나 오라던 형님 댁 사랑방이 떠오른다. 이그제큐티브 플로어(Executive Floor)는 9층부터 11층까지. VIP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로비에서 안내를 받아 10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Executive Lounge)로 오르면 곧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 카페처럼 아담하게 마련된 라운지에선 간단한 인터넷 검색부터 조식뷔페, 음료와 쿠키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저녁시간엔 주류와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해피아워를 즐길 수 있다. 별도의 미팅룸과 사무기기 등이 마련돼 있어 비즈니스 미팅도 가능하다.
이그제큐티브 플로어 객실
침대가 사선으로 배치돼 넓은 공간 활용과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모던한 공간과 빈티지한 가구가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이그제큐티브 디럭스 더블(Executive Deluxe Double)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모티브를 얻은 단(up-down)이 공간을 분리하고 연결한다. 화이트와 브라운, 원목으로 마감돼 아늑하다.
·코너 스위트(Corner Suite)
거실과 침실 공간이 분리돼 휴식과 비즈니스 공간이 나눠져 있다. 창호지문 등에서 영감을 얻은 붙박이장은 한국적인 요소가 묻어나며 전자 페치카, 창문 디자인, 가구 등이 빈티지의 편안한 느낌을 더한다.
·코너 스위트 파티 타입(Coner Suite Party Type)
소규모 모임이나 파티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룸이다. 거실 공간과 침실 공간이 분리돼 있다. 화이트 톤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가구들로 꾸며져 특별함을 더한다.
·팔래스 스위트(Palace Suite)
전통 주거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감각이 멋스러운 공간이다. 와인셀러와 와인잔 등이 구비돼 있어 작은 파티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한옥이 연상되는 모던한 객실
코너 스위트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옥의 전통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화장실, 거실, 욕실의 요소들을 연결해 공간이 보다 넓어 보이고 활용도가 높다. 창 아래 쪽마루를 연상시키는 단을 마련해 그 위에 앉거나 짐을 놓을 수 있는 것도 색다른 특징이다.
객실 디자인은 건축가 최시영이 한국의 ‘궁’에서 착안해 전통 주거공간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 나무 바닥에 슬리퍼를 신고 올라간다거나(이그제큐티브 디럭스룸, 팔래스 스위트룸), 창호지를 바른 문을 연상시키는 벽장(코너 스위트룸) 등은 누가 봐도 한국적이다. 객실 내에 비치된 사진도 눈길이 가는 팔래스만의 콘셉트. 김중만 사진작가에게 의뢰해 프랑스에서 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하니 그냥 보고 흘리기엔 아까운 감상 포인트다.형형색색 도심 불빛, 다채로운 메뉴 중식당 서궁 저녁식사로 선택한 레스토랑은 중식당 서궁(西宮). 이곳은 중국의 사천, 북경, 광동 등 본토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곳이다. 서울팔래스호텔과 운명을 같이 했으니 전통만 30년이다. 12층에 위치해 통유리 너머로 도심과 반포천 생태관찰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9세기 청나라 황실을 표현한 홀 인테리어가 웅장하다면, 가족 모임과 비즈니스 미팅이 가능한 별실은 아기자기하다. 강남 인근에선 불도장, 상어지느러미찜, 제비집, 코스 요리 등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산책 코스로 손색없는 뒷마당, 서래마을
서울팔래스호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맞은 편 센트럴시티에서의 몰링과 뒤편 서래마을 산책이다.고향집 앞에 자리한 마을산책과 뒤편의 나지막한 뒷산이 중첩되는 건 오랜만에 즐기는 1박2일의 여유와 호텔의 푸근한 정서 덕분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 뒤편의 서래마을까지는 도보로 5분. 마을 앞의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 해서 ‘서래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 프랑스인 거주지가 들어선 건 1985년 주한프랑스학교(Ecole Francaise de Seoul)가 이전하면서부터다.
중심 거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유럽풍의 레스토랑과 바, 상점들이 눈에 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이자카야가 생경스럽지만 발코니를 튼 카페나 와인바의 풍경에 차 한잔의 여유가 생각난다.
한강까지 단숨에, 서울팔래스 조깅 코스
아침엔 서울팔래스 조깅 코스가 기다린다. 아담한 호텔 규모에 비해 지리적 이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코스다. 사평로를 건너면 시작되는 조깅 코스는 신반포공원 > 래미안아파트 > 반포종합운동장 > 반포천 > 반포동 주민센터 > 이수교 > 지하철 4호선 동작역을 거쳐 동작대교 아래로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한강둔치. 서래섬 > 플로팅 아일랜드 > 반포대교를 거쳐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코스다. A, B, C 코스로 나뉘는데 A코스는 2.5㎞에 40분, B코스는 4.5㎞에 70분, C코스는 6.5㎞에 100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