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는 지난해 차가 없어서 못 팔았다.
송 대표가 직접 프랑스 본사로 날아가 국내 수입량을 담판 지을 만큼 3008, 3008MCP 등의 차종이 인기였다. 115년 전통의 프랑스 자동차 푸조를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그만큼 바쁜 한해를 보냈다.
“차만 제대로 수입됐다면 매달 300대 판매도 가능했을 겁니다. 신차발표 후에 당연히 이어져야 했던 수입량이 아쉬웠어요.”
바쁜 한 해였지만 기나긴 터널의 한축이기도 했다. 2009년 초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후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환율이 전혀 맞지 않았어요. 가격을 올릴 형편이 아닌데 환율은 오르고, 팔면 팔수록 손해였습니다. 지난해 환율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저희도 일부 점검할 수 있었어요. 성수 서비스센터가 완공되고 임대료 수입이 들어오면서 재무적으로도 안정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2월 완공된 성수 서비스센터는 지상 1층 퀵서비스존과 6, 7층 정비동 등 총 8250㎡(2500평)로 수입차 업계 최대 규모다. 40여 명의 숙련공이 하루 138대를 정비할 수 있는 푸조의 전용 공간이다. 준공에만 약 500억원이 들었다.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 이미 착공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한불모터스의 판매호조와 더불어 공격경영을 화두삼았다.
“워크아웃 이전엔 서초동과 청담동, 송파까지 세 곳의 영업점을 직영했는데 모두 매각해 대리점화했습니다. 지금은 판매와 AS에 주력하고 있어요. 아마도 시트로앵의 독점 수입 판매권과 양해각서 체결이 더해지면서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 워크아웃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친환경·고연비가 관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푸조비즈타워.
올 가을부터 한불모터스를 통해 본격적인 판매가 진행될 시트로앵은 푸조가 속한 프랑스 최대 자동차 그룹 PSA의 자회사. 92년의 역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정받은 유럽 내 인기 브랜드다. 하지만 1994년 삼환그룹이 수입했을 땐 판매성적이 좋지 않아 철수(2002년)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해 여름, 독점 수입을 목표로 동분서주한 송 대표의 발걸음이 녹록치 않았다.
“푸조를 수입했을 때처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여주며) 이게 준비한 자료인데 어떠세요(웃음). 푸조와 시트로앵은 한 그룹입니다. 부품과 서비스는 공유하면서 영업 마케팅은 서로 경쟁하는 구도죠. 국내에서도 이러한 마케팅은 변치 않을 겁니다. 그룹 본사에도 이점을 강조했고, 그 동안 한국에서 푸조의 인지도 향상을 내세웠습니다. 봐라, 이거 다 우리가 하지 않았느냐. 자료고 뭐고 다 드밀었습니다(웃음).”
송 대표는 일단 올해 시트로앵의 판매 목표를 500대로 잡았다. 가을부터 판매가 이뤄지는 시기적인 요인도 있지만 푸조의 시행착오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다.
“푸조도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땐 판매가 부진했죠. 저희가 수입하기 전 10년 동안 고작 1000대가 판매됐습니다. 2003년 10월부터 한불모터스가 수입했는데 지금까지 1만3000여대가 판매됐어요. 사실 시트로앵을 두고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욕심낼 생각은 없습니다. 푸조는 전통적인 차가 많고 시트로앵은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차가 많아요. 선의의 경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가 푸조와 시트로앵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뛰어난 연비. 두 장점을 무기삼아 디젤 차량이 많은 두 브랜드의 국내시장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달리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 디젤 차량이 느는 이유 중 하나겠죠. 푸조와 시트로앵은 디젤이 강합니다. 최근 신차발표회를 가진 푸조의 뉴3008은 SUV인데도 연비가ℓ당 21.2㎞나 됩니다. 센세이셔널하죠. 올해 푸조는 연간 4000대, 시트로앵은 500대의 판매목표를 세웠어요. 뜬구름이요? 전혀. 우선 푸조의 디젤 세단 ‘508 HDi’부터 지켜보시죠. 5월이 디데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