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의자, 식탁, 탁자, 신발장, 장롱까지. 눈에 띄는 모든 게 원목이요, 그 원목이 변태(變態)한 가구다. 평일 오후인데도 잠시 짬을 낸 직장인 서넛이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내느라 땀이 송글 맺혀 있다. 미국에서 가구 디자인을 공부한 이현정씨(27)는 “디자인한 가구를 직접 만들려고 공방을 찾았다”며 톱질과 집진기 사용법 배우기에 열심이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 유원지길 천변에 자리한 우드스튜디오는 가구도 가구지만 공방을 연 세 남자의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주인공은 조남룡, 허호, 김명성씨. 실력 있는 사진작가이자 사진프린트 전문가인 이들은 도심에서 자연으로 터전을 옮기며 이곳에 가구공방을 열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은 미국에 건너가 목재와 목공일을 배우고, 여러 기계를 들여오며 규모가 커졌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조남룡씨는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이 이곳에서 실현된 것 뿐”이라며 공방을 소개했다.
가구 제작에 필요한 공구
5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이른바 세 남자의 취미공간. 330㎡의 너른 공간을 회원제로 운영하며 관심 있는 이들에게 가구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재단해 깎고 다듬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3개월. 톱질과 대패질을 비롯해 각종 공구의 사용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
“DIY가 이미 재단된 재료를 조립한다면 여기선 원목을 구입해 직접 자르고 짜고 맞춥니다. 러프한 상태의 수입목을 처음부터 스스로 만져야 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큽니다. 색다른 취미생활일수도 있고 같은 디자인의 기성제품보다 반값 이하에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의 지혜죠.”
10배나 싼 가격에 원하는 가구를 뚝딱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
조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요즘 목수를 자처해 손수 가구를 만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무엇’을 소유하고픈 욕망도 이러한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덕분에 도심 곳곳에 가구공방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서울 홍익대 앞에 조성된 가구거리의 가구공방엔 직접 디자인하거나 유명 브랜드의 가구사진을 들고 와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우드스튜디오처럼 교육 커리큘럼이 있는 곳엔 배우고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있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가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호기심이 자만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란 속담처럼 톱질, 망치질 하나에도 각각 의미가 있고 요령이 다르다고 충고한다.
“흔히 깎고 다듬기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우선 나무를 알아야 제대로 된 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기초적인 공구 사용법은 알고 있으니 나무가 수축하고 팽창하는 원리를 몸소 체험해야죠. 중요한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거예요. 시작만 하면 누구나 자기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건조 정도와 습도의 차이에 따라 사용하는 나무가 다르다는 게 조씨가 강조하는 가구 만들기의 기본이다. 흔히 가구를 만들기에 좋은 나무는 호두나무와 참나무, 체리나무, 단풍나무 등 4종. 국내산 느티나무와 참죽, 오동나무 등이 쓰이기도 하지만 건조 상태와 가격, 수량 등을 고려해 북미산 하드우드 등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직접 만드는 것과 구입하는 가구의 가격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드우드를 제단 중이던 김명성씨는 “대부분 반값 정도에 만들 수 있지만 나무의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15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오크원목테이블도 직접 만들면 10분의 1 가격에 뚝딱이니 경제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구와 기술, 취미생활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 일석삼조의 재테크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