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하는 통합 본사 건물인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lobal Business Complex·GBC)의 건설이 지연되면서 향후 일정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서울시에 GBC 건물을 기존 105층 1개동에서 54층 3개동으로 수정한 설계 변경안을 제출했다. 당시 서울시는 행정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 5500억원에 매입했다. 이곳에 초고층 건물을 짓고 대다수 계열사를 집결시켜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설계안도 수차례 변경된 상태다. 현대차는 105층짜리 단일 건물을 지으려다 54층 짜리 3개 동으로 변경한 설계안을 제출하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기여금 증액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여금은 용적률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본 사업자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내는 금액이다. 양측은 GBC의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안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공공기여금 증액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설계 계획이 바뀐 만큼 공공기여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GBC 관련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와의 협상이 끝나고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공사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업계 일부에선 결국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내년도 서울시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를 살펴가며 54층 3개동 계획을 고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