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시동을 걸었다는 전망이 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의 신제품이 아니라, 정체된 스마트폰 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내놓은 뒤 매년 완성도를 높이며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해왔고, 중국 제조사들도 속속 가세하면서 점차 외연이 확대돼 왔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에게 폴더블 스마트폰은 흥미롭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틈새 제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가세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멀티터치, 지문인식, 페이스 ID, 풀스크린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기술과 디자인 상당수가 애플을 통해 확산됐다.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이 등장할 때도, 해당 기술이 ‘아이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대중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애플의 폴더블폰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소비자 인식 자체를 전환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혁신 포인트’가 줄어든 지금, IT 업계는 새로운 수요 자극제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15억 대를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카메라 성능 개선이나 고주사율 디스플레이 같은 부분적 기능 개선만으로는 소비자를 움직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접었다 펴는 사용감’에 애플 특유의 생태계가 더해지면,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은 화면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펼치면 태블릿에 가까운 화면으로 전환되는 경험은 단순한 스펙 향상을 넘어선 ‘생활 방식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애플 특유의 ‘완성도 집착’은 오히려 기대를 높인다. 지금까지 출시된 일부 폴더블폰은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화면 주름, 힌지 내구성, 두께와 무게 같은 물리적 한계를 지적 받았다. 애플은 이 부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해결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전략을 택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첫 폴더블 아이폰이 시장에 등장하는 순간, 이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완성형 폴더블’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애플이 판을 바꿀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출시 시점과 가격은 최대 변수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6년에는 첫 폴더블 아이폰 신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나 중국 제조사의 폴더블폰이 100만~200만원대에 형성된 가운데, 애플이 과연 어느 수준에서 가격 균형을 잡을지가 초기 흥행을 가를 중요한 요인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면 ‘프리미엄 마니아 전용’으로 한정될 수 있고, 대중적 가격 전략을 내놓으면 시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통해 단순히 신제품군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 라인업 전환을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기에는 제한된 물량으로 시장 반응을 살피되, 긍정적 성과가 나오면 플래그십 전략의 한 축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연 주역으로 꼽힌다. 갤럭시Z 시리즈를 통해 매년 기술 완성도를 높였고 올해 새로 내놓은 Z폴드7·Z플립7은 한층 얇고 가벼워진 설계, 개선된 힌지 구조, 주름 최소화로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은 출시 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사전판매 기간 국내에서만 약 104만 대가 팔리며 역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이었던 Z폴드·플립5의 102만 대를 넘어선 수치다. 주요 시장에서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 선호의 흐름이다. 이번 Z폴드7은 국내 사전판매에서 플립7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휴대성’을 앞세운 플립형이 인기를 이끌어왔지만, 점차 대화면 활용도가 높은 ‘책형(book-style)’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 얇고 가벼운 차세대 제품은 물론, 두 번 접히는 ‘더블 폴딩폰’ 같은 새로운 폼팩터도 개발 중이다. 폴더블폰을 단순한 변형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진화의 주류’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초격차 기술로 경쟁사와 간극을 넓히려는 의지가 읽힌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화웨이는 트리폴드(tri-fold) 모델인 메이트XT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오너·오포·샤오미는 얇은 북타입 디자인이나 대용량 배터리, 고사양 카메라로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중국 제조사들의 성과는 여전히 지역 편중적이다. 가격 부담, 앱·서비스 생태계, 내구성 같은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인도 등 신흥 시장에도 Z폴드7을 투입하며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리더십 아래 기술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애플까지 합류할 경우 지금의 성장세가 폭발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며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내년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준비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부품 생태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첫 폴더블폰용 OLED 패널 주요 공급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폴더블 OLED 기술과 생산 인프라에서 업계 선두를 지켜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출시할 폴더블 아이폰에 ‘CoE(Color Filter on Encapsulation)’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며, 2027년에는 ‘아이폰 에어’ 같은 슬림형 일반 모델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CoE는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던 편광판을 없애고 특수 필름과 소재로 반사광을 줄이는 방식으로, AI 연산 증가로 전력 효율이 중요해진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21년 갤럭시 Z폴드3에 CoE를 세계 최초로 적용하며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애플이 주름을 최소화한 디스플레이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삼성디스플레이에 기회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해당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급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접히는 부분을 지탱하는 힌지 부품은 파인테크,KH바텍 등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초박막 강화유리(UTG) 역시 필수 소재로, 국내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늘리거나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비에이치 역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한 독점적 부품 공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애플은 제품 두께, 내구성, 힌지 강도, 화면 주름 등에서 기존 폴더블폰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사들은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효과는 단순히 수요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부품업계의 기술 수준과 품질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애플이 실제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디스플레이와 부품 기업들이 성장 기회를 본격적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합류는 단순히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화면을 펼쳐 멀티태스킹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대용량 메모리 채택이 사실상 불가피하다.
폴더블 특유의 대형 화면은 멀티창 활용, 고화질 동영상 감상, 그래픽 기반 게임 실행에서 연산 부담을 크게 늘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가 된 온디바이스 AI 까지 겹치며 AP와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요약, 이미지 편집·생성, 실시간 통역 등 고도의 연산이 단말기 자체에서 이뤄지려면 고속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연산량이 몇 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 대역폭과 저장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폴더블 아이폰은 단순한 하드웨어 혁신이 아니라, 온디바이스 AI 확산을 뒷받침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변수도 있다. 고사양 AP와 대용량 메모리 채택이 늘어날수록 단말기 원가가 높아지고, 이는 곧 소비자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폴더블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가 수십만원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럼에도 기대감은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아이폰은 단순한 폼팩터 변화가 아니라 모바일 반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AI 서버 수요 증가에 이어 모바일까지 수요원이 넓어지는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결국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합류는 IT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AP와 메모리 반도체, 부품 등 시장 지형을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에겐 글로벌 수요 확대에 발맞춰 기술·공정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가격과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