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숯불 위에 올린 1++ 한우 한점. 살살 녹는 식감에 먹고 또 먹고 싶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여기서 잠깐, 1㎏당 3만원대인 소고기가 있다고? 티센바이오팜이 구현할 가까운 미래의 고깃집 문턱은 한껏 낮아질지도 모른다. 정육 모사형 배양육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소고기 등심 배양육을 개발한 이 스타트업은 지난 2023년 업계 최초로 10㎏의 덩어리형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공장기를 개발하다 배양육으로 방향을 전환한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는 “어제(7월 14일)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 첨가물 없이 고기 빛깔이 나왔다”며 “전 세계 최초일 텐데, 다들 모여서 기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좀 더 설명을 보태면 배양육도 자연육과 비슷하게 키우기 위해 색소나 첨가물을 넣는데, 이러한 인공적 요소 없이 고기의 붉은 빛깔이 나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너무 신기해서 구워봤는데 갈변하면서 육즙까지 흘러나왔다”며 새로운 기술의 완성을 전했다.
Q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서울과 포항을 오간다고 들었습니다.
A 본사가 포항이에요. 서울사무소를 오가고 있습니다. 창업 전부터 한 10여 년을 다녀보니 이젠 편해졌네요.(웃음)
Q 2021년 11월 창업 당시에는 인공장기 분야에 집중했다던데.
A 그때가 한 3개월 정도 대학원 과정과 겹치는 시기였어요. 제가 공부하던 분야가 인공장기였습니다. 배양육이 기술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배양육은 의식주이고, 인공장기는 헬스케어라 우선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확장하면 좋겠구나, 했지요.
Q 언뜻 배양육이 소비성도 높아 보이는데요.
A 배양육이 훨씬 더 일반적인 제품이죠. 미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에선 완제품이 출시됐는데, 국내선 인허가 이슈가 있어서 아직 출시된 건 아닙니다. 현재 시제품은 나왔고, 아직은 고도화가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죠.
Q 한때 식물성 대체육이 주목받기도 했는데, 어떻게 다른 겁니까.
A 대체육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고기 형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역량이나 정체성 면에서 자연육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죠. 그에 반해 배양육은 실제 고기의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자연육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Q 고기를 키우는 셈이네요.
A 동물의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단백질 조직을 얻는 과정이니 맞는 얘기죠.
Q 대체육의 경우, 자연육처럼 보이기 위한 합성첨가물이 논란을 낳기도 했는데요.
A 사실 배양육도 식품 첨가물을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첨가물 없이 자연육처럼 육즙이 나오는 세포를 완성했어요.
Q 그건 처음 듣는 얘기인데.
A 저도 처음 공개하는 겁니다.(웃음) 어제 실험 결과가 나왔거든요. 색소나 식품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 붉은 빛깔이 나와서 굉장히 놀랐어요. 구웠더니 갈변하면서 육즙도 생겼습니다. 적어도 티센바이오팜의 배양육은 첨가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일반인 입장에서 배양육을 키운다는 건 SF영화 속에서나 보던 얘긴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A 음… 연구실 단계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에요. 3D 직업이죠.(웃음) 이후 스케일업이 되는 단계에선 엄청난 자금이 필요합니다. 현재 저희 구성원이 총 30명인데, 대부분 연구원들입니다.
Q 투자유치에 나섰다는 건 스케일업 단계란 말로 들리는데요.
A 배양육 제품에 대한 인허가나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라 관련 매출이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는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신사업을 진행 중인데, 아마도 내년에는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올 것 같습니다.
Q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드신 겁니까.
A 피부 세포 배양과 관련한 화장품 소재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제 곧 이 소재를 사용한 완제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저희가 브랜드를 만든 건 아니고 청담동의 성형외과와 같이 진행 중인데, 일종의 OEM이죠. 캐시카우로 키울 수 있는 소재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Q 투자 유치와 관련된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쉽지 않네요. 저희가 투자 유치에 나선 게 오래되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배양육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더군요. 투자 이후 회수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건데, 워낙 타임라인이 긴 사업이라 그건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그럼에도 현재까지 77억원을 투자받았고, 이번엔 그보다 큰 100억원대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Q 투자 유치 목적이 생산 시설 구축이라고 들었습니다.
A 생산 시설 구축을 위한 요소 기술 완료죠. 덤비고 보니 해야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다 완성해야 생산 시설에 들어갔을 때 제대로 라인이 굴러갈 수 있어서, 이 기술을 완성하고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설 계획입니다.
Q 배양육 제품 출시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A 최소 3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재로선 인허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던데.
A 지금까지 없던 제품이어서 인허가 상황이 아직은 미흡 합니다. 저희같이 작은 회사들이 견뎌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해외, 특히 미국과 비교하면 그쪽이 ‘이것만 하지마’라면 우린 ‘이것만 해’랄까요. 그러다 보니 이것만 할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리스트업할 게 훨씬 많은 것 같아요. 현재 관련 사안을 식약처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저희도 나름의 의견을 내고 있고 식약처에서도 저희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좀 더 빨리 만들어지면 제품 출시도 뒤따르지 않을까 싶네요.
Q 어쩌면 첫 제품 출시가 국내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대목인데요.
A 저희 제품 출시를 최소 3년 후라고 말씀 드렸는데, 식약처가 인허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이에요. 좀 불확실하죠. 그래서 미국에서 첫 출시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이미 3~4개의 제품이 출시됐거든요.
Q 가격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A 사실 현재로선 생산 원가가 비싸다는 게 걸림돌인데요. 계획대로 기술적 완성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배양액, 세포 성장, 소재 등의 가격이 안정되면 1㎏당 3만원 내외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프라임 등급 소고기가 1㎏당 약 55달러거든요. 절반 정도는 싸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2030년이면 글로벌 시장의 약 10%가 배양육이 될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Q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티센바이오팜의 강점이라면.
A 미국 시장에서 자체 시장 조사를 했는데 소비자들이 가공육보다 정육 형태를 약 9배나 더 선호하더군요. 저희는 세계 최초로 정육 모사형(덩어리형) 배양육을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에요. 배양육의 선도 기업이든 후발주자든 이 문제에 대해선 모두 저희에게 연락을 해옵니다.
Q 가공육과 정육? 이게 어떻게 다른 겁니까.
A 가공육은 모양이 필요 없죠. 세포를 배양해서, 쉽게 말해 그냥 다 섞어서 소시지만 뽑아내면 되거든요. 그런데 정육 형태는 모양이 자연육과 같아요. 세포를 어떻게, 어떤 위치에 배양해야 근육이 되고 지방이 되는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위치에 어떻게 마블링을 넣을지, 고기의 결을 어떻게 나란하게 할지가 굉장히 큰 이슈인데, 저희는 이 기술을 이미 갖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투자 유치가 가능했지요.
Q 인공장기로의 확장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A 배양육에서 먼저 자금을 확보하고 인공장기 쪽으로 확장할 계획이 분명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양육을 대량 생산한다는 건 결국 인공 간, 신장, 폐를 대량 생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고기는 고기의 모양이 있고 간이나 신장도 모양이 있잖아요. 그 정도만 구현한다면 유병장수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궁극적으로 배양육이 완성돼야 하는 이유라면.
A 전 세계 인구가 늘면 늘수록 육류 소비도 늘어납니다. 그 육류 소비량을 현재의 축산업이 모두 받아낼 순 없어요. 또 기후 온난화 등으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 가축 폐사량도 늘어납니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더 심해질 일만 남았는데, 당연히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지는데요.
A 10년 후에는 소고기 부위와 축종을 늘려 나갈 겁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인공장기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현재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된 화장품 소재 사업이 배양육 사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고, 배양육이 인공장기 사업의 캐시카우가 될 겁니다.
Q 사업을 시작한 궁극적인 목표라면.
A 우선은 M&A가 목표에요. 그 이유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더 하고 싶거든요. 바이오든 배양육이든 뭔가 발전할 수 있는 거라면 또 그러한 기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자금으로 연구하고 싶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9호 (2025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