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랜 갈등 끝에 무역 갈등의 실마리를 푸는 데 일정 부분 합의했다.
지난 6월 10일, 양국 대표단은 런던에서 이틀간 고위급 회담을 갖고, 제네바 1차 협상에서 도출된 내용을 구체화한 실행 프레임워크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프레임워크가 공식화되면,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라는 양국 간 무역 전쟁의 핵심 카드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접히게 된다.
이는 글로벌 교역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특히 희토류 공급 부족으로 위기에 몰렸던 유럽 자동차 산업에는 결정적인 완충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관세와 수출 규제를 동시에 완화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보복 관세와 전략물자 수출 제한을 주고받으며 무역 갈등을 심화시켜왔다.
이에 따라 2025년 상반기까지 양국 간 수출입 물량은 급감했고, 글로벌 공급망에는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네바 1차 협상 당시 양국은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115%포인트씩 관세를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이후 양측 모두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다며 협상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6월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전격 통화를 나누면서 협상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고, 런던 회담에서 제네바의 약속을 이행할 실행 체계가 마련됐다.
양국은 향후 60일 안에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 각국 정상의 서명을 받고, 이후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관세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통제와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제한도 동반 완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각국,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업계에 큰 안도감을 주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유럽 수출 자동차에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자, 주요 제조사들은 올 초부터 수익 예측을 하향 조정하고 공급망 재편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프레임워크 합의로 이러한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되며, 산업계는 다시 숨을 고를 여유를 얻게 됐다.
무역 갈등 완화의 이면에는 ‘희토류’라는 예민한 자원이 존재한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정제 및 가공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90%를 웃돈다.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되는 전기모터, 배터리 냉각시스템, 고정밀 센서 등은 모두 희토류 소재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지난 4월 중국이 미국의 기술 규제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는 즉각적인 패닉에 빠졌다.
독일의 중견 자석 제조업체 마그노스피어의 최고경영자 프랭크 에카르트는 “지금 자동차 업계는 어떤 가격을 제시하든 필요한 희토류를 확보하는 게 목표가 된 상황”이라며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유럽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연합체는 희토류 대체 기술이나 재활용 라인에 대한 투자 확대를 논의해왔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은 아직 미비하다.
이번 프레임워크에 따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품 부족으로 멈췄던 조립 라인들이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는 이미 일부 부품 생산 공장이 멈춰 섰다고 밝혔고, 추가적인 중단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전기차 한 대에는 약 0.5kg의 희토류가 소모되며, 내연기관 차량도 그 절반 이상을 사용한다. 이처럼 희토류는 자동차 산업의 동맥과도 같은 존재로, 그 흐름이 막히면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구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희토류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GM, ZF,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희토류 함량을 줄인 신형 모터 개발에 나서고는 있지만,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기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격경쟁력에서도 중국산 제품을 압도하지 못해, 기술적 대안이 있어도 상용화엔 한계가 따른다.
이번 런던 합의는 단순한 경제 협상 결과가 아니다. 각국 정상의 서명을 통해 ‘정치적 승인’이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효력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 프레임워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 역시 시 주석의 승인을 조만간 받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양국은 8월 10일까지 세부 합의문을 정식으로 확정짓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사이 국내 정치 상황이나 전략적 이해관계 변화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낙관은 이르다.
유럽 자동차 산업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희토류 공급망 위기와 고율 관세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반년 넘게 휘청인 탓에, 이번 합의가 당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더군다나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희토류 및 핵심 소재의 자급 비율을 높이자는 법제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으며, 이른바 ‘전략적 탈중국화’라는 이름의 산업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프레임워크는 잠정적인 안정만을 제공할 뿐, 국제 무역의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희토류 전쟁, 반도체 통제, 기술 표준 주도권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다음 분기에도 새로운 갈등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글로벌 산업이 재편성되는 긴 시간 속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60일간, 정치와 시장의 시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만 지금은 분명히, 숨 쉴 틈이 열린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