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광 레그넘투자자문 대표 인터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지방은행 위기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경기침체의 뇌관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시장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에게 미국 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래는 일문 일답 내용 일부입니다.
Q.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인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충분히 전망은 그렇게 할 수 있죠. 다만 저희가 알기로는 미국의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코어 지역들의 경우 아직도 견조합니다. 외곽에 있는 지역들은 공실률이 30~40% 된 지가 굉장히 오래됐고요. 미국이 공공 인프라뿐만이 아니라 상업용 건물들도 이 핵심지역 이외의 지역들은 되게 낙후돼 있어요. 그러니까 이 지방은행들의 문제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만 언급하는데, 이게 갑자기 뜬 게 아니고 예전부터 있던 문제입니다.
게다가 미국이 2021년 12월에 발표한 인프라법을 보면, 레노베이션 대상에 웬만한 상업용 부동산이 다 해당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버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오랜 투자 격언 중 ‘5월엔 주식을 팔아라(Sell in May)’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올해 남은 기간동안 미국 시장은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사실은 작년 말 올해 초에 시장이 되게 극단으로 치달았었잖아요? ‘역대급 위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는데, 저희는 만약에 경기침체가 온다고 하더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징후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주식시장은 ‘상고하저(중)’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를 논외로 하고 말씀드리면 결국 기업 실적이 관건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아주 악영향을 끼치죠.
지금 2021년부터 시작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인플레이션인데요. Profit-led 인플레이션, 즉 기업 이익이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 국면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수요 견인이든 비용 인상이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기업들의 마진이 줄어들잖아요. 그러면 기업들은 마진을 회복하기 위해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습니까? 지금이 딱 그런 단계라는 겁니다.
이 인플레이션이 의미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5월달에 기업실적이 평년 수준보다 높았습니다.
개인소비지출과 소매판매를 그린 그래프를 보니까, ‘소비가 생각보다 이렇게 탄탄하면 마진을 회복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의 제품 판매가 견조할 것이고 그러면 기업실적이 나쁘지 않겠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아주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의 하나가 개인소비지출량과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입니다. 그런데 개인소비지출을 보면 팬데믹 때 꺾이고 이후로 젼혀 꺾이지 않죠. 때문에 주식시장을 대표로 미국 자본시장이 하반기엔 나쁘지 않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