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당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컨트리맨’은 굳이 분류하자면 소형 SUV다. ‘미니’란 브랜드명부터 소형을 의미하니 당연한 세그먼트인데, ‘미니 해치백’과 비교하면 크기가 거함(?) 수준이었다. 이러한 공식은 지금도 비슷한데, ‘뉴 MINI 컨트리맨 S ALL4’와 ‘미니 해치백 C’를 비교하면 길이는 570㎜, 폭은 100㎜, 높이는 210㎜나 차이 난다. 그러니까 해치백을 타던 이가 컨트리맨에 오르면 기분학상 소형이라기엔 너무 크고 준대형이라기엔 작은 수준이 된다. 게다가 이 세련되고 정제된 디자인이라니. 뉴 MINI 컨트리맨 S ALL4 페이버드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약 200여㎞를 주행했다. 부드럽게 반응하는 서스펜션이 인상적이었다.
2세대 모델이 2017년에 출시됐으니 이번 모델은 7년 만에 선보이는 3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은 아직 멀었지만 컨트리맨의 디자인은 그에 못지않게 또 한번 진화했다. 올리버 하일머 미니 디자인 총괄의 말마따나 “뉴 미니 패밀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카리스마 있는 간결함’은 미니만의 DNA이자 전기화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다. 쉽게 말해 둥글둥글하던 차체에 날 선 줄이 더해지며 뭔가 새초롬하고 좀 더 미래지향적인(혹은 전기차스러운) 인상이 됐다.(아, 이 차엔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실내로 이어진다. 앞서 출시된 미니 해치백의 실내와 전반적인 분위기가 크게 다르진 않은데, 있어야 할 것들만 한 곳에 남기고 깨끗이 정리한 대시보드에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 직물 소재를 적용해 좀 더 젊고 유머러스해졌다. 기존 모델에 비해 차체도 커졌는데, 길이는 150㎜, 폭 25㎜, 높이 105㎜, 휠베이스가 20㎜나 길고 높아져 2열 공간이 여타 중형 SUV 못지않다. 트렁크도 기존 505ℓ에서 최대 1530ℓ로 확장할 수 있어 차박을 선호하는 캠핑 트렌드에도 꽤 잘 어울린다. 삼성전자가 제작한 원형 OLED의 성능은 컨트리맨에서도 유효하다.
동그란 디스플레이로 계기판, 내비게이션, 차량과 인포테인먼트를 모두 제어할 수 있어 주행 시 손가락이 가는 방향이 늘 정해져 있다. 최대 8가지로 나뉜 ‘MINI 익스피리언스 모드’로는 각각 다른 콘셉트의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사운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길 따라 기분 따라 실내 분위기가 달라진다.
놀라운 건 한층 부드러워진 주행감이다. 노면 상황을 엉덩이로 확인할 수 있다는 미니의 선입견을 더 이상 입증하기 힘들어졌달까. 횡단보도나 방지턱에서 단단하게 반응하던 모습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건 서스펜션의 영향인데, 왜 진작 이렇게 조절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을 발휘하는 MINI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과 7단 스텝트로닉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 공인연비는 복합 10.8㎞/ℓ(도심 9.6, 고속도로 12.9). 주행 후 확인한 연비는 도심에선 8.5㎞/ℓ, 고속도로에선 12.5㎞/ℓ로 확인됐다. 가격은 클래식 트림이 4990만원, 시승한 페이버드 트림은 5700만원, 고성능 버전인 JCW는 6700만원이다.
[안재형 기자 · 사진 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