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庚子年’ 경제·재테크 전망 Part Ⅴ 해외증시| 유로존 긍정 전망… 중·일은 횡보 그칠 듯
문가영 기자
입력 : 2019.12.27 16:14:06
수정 : 2019.12.27 16:14:22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가는 새해 글로벌 증시 전망 분석에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진 가운데에도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해 온 미국의 증시 전망이다.
미 증시는 고용과 소비 증대에 따른 국내 경기 호황 그리고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FAANG’으로 대표되는 기술기업의 활약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제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연 새해에도 미 증시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미국에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제조업 투자 위축의 여파가 확산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경제는 제조업 투자 위축에도 탄탄한 고용 시장을 바탕으로 내수경기를 방어해왔으나 투자 위축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고용 시장마저 둔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클라우드, 5G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동력을 지닌 테마주는 여전히 장기적으로 확실한 상승이 예상된다”며 “2020년 시장의 제한적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확실한 성장 동력을 지닌 테마를 좇아 투자하라”고 추천했다.
영국 하원에 상정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이 가결돼 첫 관문을 통과했다. 사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하원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미 ISM 제조업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 58.1pt에서 지난 9월 47.8pt까지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42.8)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달 초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8.1을 기록해 제조업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는 미중 무역전쟁 이슈에 더해 미국 대선 향방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이 새롭게 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주요 후보들이 부유세 신설과 IT 공룡기업 해체 등 급진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도 미 대선 전망에 대해 “소비자 심리지수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경기가 완만한 속도 둔화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무역 분쟁, 탄핵 등의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트럼프가 경기하강 속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향후 불거질 정책 불확실성이 경기하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과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제조업 투자 위축에 따라 미 증시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증시가 2020년에도 기술주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KB증권은 2020년 미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상승 흐름이 2019년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근거는 미국 기업이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KB증권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활용한 추정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활용해 추정한 S&P 500의 2020년 주당순이익(EPS)은 171.7”이라며 “2020년 미국 GDP 성장률 전망을 이용해 회귀분석을 하면, 2020년 EPS는 2019년 대비 6.9%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새해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이어짐에 따라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2020년 중국 증시 투자전략으로 지수보다는 바텀업 방식의 종목 선별과 섹터별 접근을 추천했다.
KB증권은 2020년 상해종합지수가 2019년 고점인 3279pt를 돌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부채부담과 부동산가격을 통제하고 자본유출 우려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투자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으로는 5G 산업과 IT, 그리고 소비재 종목을 꼽았다. 2020년 중국 내 5G 산업은 신형 인프라 투자와 상용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며 이와 함께 양호한 이익이 누적되고 있는 면세점, 공항, 제약·바이오, 음식료 등 소비주가 시장을 이끌어갈 전망이라는 것이 KB증권 측의 분석이다.
NH증권은 중국 기술주와 더불어 금융주의 편입을 추천했다. 미국처럼 중국에서도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개발 등 무형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기술집약적 산업 관련주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NH증권은 “2019년 중국의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 규모가 자동차 소비를 넘어섰다”며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부문 GDP가 연간 5260억달러(약 616조원)에 달해 미국의 5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은 이유는 경우 미중 무역전쟁 하에서 금융시장 개방 요구가 강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자국 내 금융 산업 경쟁력 제고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월 12개 금융개방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7월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의 외국인 지분 한도 폐지 시점을 2021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기는 등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유로존 증시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근거는 자동차 산업 지표의 뚜렷한 회복세다. 지난달 독일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2pt 상승한 44.1pt를 기록하며 유로존 25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회복세를 나타냈다. 또 이달 총선에서 영국 보수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어 지난 3년간 유럽 경기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유로존의 기업들이 이익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모두 (미국 대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은 “MSCI 기준 유로존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14.3으로 미국 대비 22.1% 할인되어 있다”며 “2020년 연간 EPS 증감률도 10.5%로 전망되고 있어 9.5%로 전망되는 미국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일본 증시는 2020년 예정된 도쿄올림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타 선진국과 달리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부양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 엔화 강세 압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10월 일본 수출이 전년 대비 9.2% 급감하는 등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것도 악재다. SK증권은 “일본은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한일 무역전쟁에 따른 우리나라의 불매운동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경기 모멘텀으로 이어가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