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골프 예약이 아침 7시 전후로 잡히면 일단 긴장된다. 오전 늦게 혹은 오후 시간에 비해 준비하고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벽 골프를 선호하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중년 이후로는 이 시간대에 육체적·정신적인 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일단 잠을 설친다. 아침에 카트에서 동반자들을 만나면 대부분 수면 안부를 묻는다. 2~3시간 잤거나 1시간 혹은 아예 못 자고 나온 사람도 더러 있다.
드물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는 동반자가 있다면 다들 부러워한다. 이런 경우는 필자도 5번 중에 한 번 정도이며 평균적으로 3시간 전후를 자는 듯하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그래도 잠을 좀 자는 편이다. 잠을 설치더라도 어느 정도 확보하려고 억지로 일찍 누우면 오히려 더 빨리 일어나 다시는 잠들지 못하고 충혈된 눈으로 집을 나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나만의 비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알람을 전적으로 믿고 잠에 임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알람 소리를 놓칠지 모른다는 걱정 자체를 머리에서 지운다.
불면의 씨앗은 불안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알람 소리를 놓칠까 불안 속에 잠자리에 들면 영락없이 중간에 일찍 깨고 만다. 이래서 스마트폰과 일반 시계 알람을 이중으로 걸어 놓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팁은 잠들기 전에 미리 가방을 챙겨 아침에 일어나더라도 더 이상 골프 준비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지 않도록 한다. 기상하고 30분 이내에 골프 복장으로 집을 나설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잠자리에 든다.
필자는 일어나서 씻고 따뜻한 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내비게이션으로 골프장 행로와 주행 시간을 체크하고 문을 나선다.
새벽 라운드는 이미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허둥지둥 준비하면 꼭 빠뜨리는 게 있다. 전날 반드시 모자, 허리띠, 신발, 장갑, 목도리, 바람막이 등을 가방에 챙긴다.
간혹 통풍이 잘 되는 철 지난 여름 골프화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들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발 시린 게 쌀쌀한 날 제일 큰 적이다. 냉기가 발바닥에 전해지면 제대로 스탠스를 취할 수가 없다. 양말도 두 겹 혹은 두터운 방한용으로 준비한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은 일교차가 굉장히 심하다.
새벽은 상당히 쌀쌀해 얇은 옷을 여러 겹으로 입는다. 얇은 내복이 크게 도움된다. 복장에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바람막이와 점퍼를 무조건 챙겨가면 손해볼 일이 없다. 예상보다 기온이 괜찮으면 벗으면 된다.
귀를 덮는 모자와 골프 목도리도 매우 유용하다.
준비 없이 갔다가 손, 발, 귀, 목에 엄습하는 산속 한기에 스윙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출발하기 전에 티타임과 골프장 위치를 다시 확인한다. 요즘은 이른 시간에도 새벽 배송 관계로 예전에 비해 교통량이 훨씬 많아졌다.
아침 6시 전후에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도 자주 밀린다. 경험상 예전에 비해 20분 정도 더 소요되는 편이다. 특히 월요일 아침 시간대를 조심해야 한다.
지방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주말을 보내고 내려가는 데다 택배 차량도 대거 몰린다. 필자의 경우 다른 평일보다 20분 정도 더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
다음은 식사 이슈이다. 쌀쌀한 날씨에 공복 상태로 진행하는 라운드를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5시간 골프를 진행하면 혈당 저하로 집중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평소 아침을 거르던 사람도 조금이라도 식사하는 게 현명하다. 밥이 아니면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는 과일이나 식음료를 선택한다. 당과 칼슘까지 보충하는 바나나, 요거트, 에너지바, 견과류 등에 차를 곁들이면 좋다.
골프장에 도착해서 티오프까지 10분이라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이 짧은 시간 활용이 실력 발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라커룸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한 타를 줄인다는 속설이 있다.
퍼팅 그린에서 그날 속도와 라인을 체크한다. 짧은 거리 부터 시작해서 점차 거리를 늘려가면서 그린 속도를 몸에 익힌다. 드라이버로 적당히 스윙하면서 몸을 푼다.
스트레칭도 필수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추워질수록 목, 어깨, 허리, 다리 순으로 몸을 풀어야 한다. 유연한 스윙을 위한 목적이지만 넘어지거나 골절을 예방하는 수단이다.
이슬 때문에 미끄러질 위험도 있어 티잉 구역에서 내려오는 경사나 그린 주변에서 더욱 조심한다. 골프화 밑창을 자주 털어준다.
경기가 시작되면 초반 3홀 정도는 걸으면서 체온을 끌어올린다. 중간중간 카트를 타고 다시 추위가 감지되면 걷기를 반복한다.
제대로 된 스윙은 보온에서 나온다. 번거롭더라도 두꺼운 점퍼와 핫팩을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고수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골프 공을 반드시 점퍼 주머니에 핫 팩과 함께 넣어두었다가 티 샷을 할 때 꺼낸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의 로봇 실험에 따르면 영하 3도에서는 섭씨 18도에 비해 비거리 4.8야드, 런(볼이 떨어진 뒤 굴러가는 거리)은 5.5야드나 줄었다.
겨울에는 한 클럽 차이인 10.3야드 이상 비거리가 감소한다. 공의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감각이 현저하게 저하돼 미끄러지거나 낙상 사고가 빈번하다.
지난주 라운드에서도 한 동반자가 경계를 표시하는 줄을 넘어가려다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뇌로는 넘는다고 인지했는데 말초신경이 따라주지 않은 탓이다.
티잉 구역에서 내려오는 경사지에서도 자주 미끄러지고 낙엽이 깔린 비탈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추운 날씨엔 신체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이 많다.
나이 들었거나 허약한 분은 아예 이른 시간을 피하는 게 좋다. 골프 스코어보다 건강이 먼저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매일경제신문에서 스포츠레저부장으로 근무하며 골프와 연을 맺었다. <주말골퍼 10타 줄이기>를 펴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경LUXMEN과 매일경제 프리미엄 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