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庚子年’ 경제·재테크 전망 Part Ⅱ 주요 산업| 반도체 턴어라운드… 자동차·철강·유화 흐림
김병수 기자
입력 : 2019.12.27 16:04:34
수정 : 2019.12.27 16:05:00
2019년 한국 산업 경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반도체 천수답’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한국 수출과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실제 2019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매출은 95조원가량으로 2018년 133조원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역시 2018년 1267억달러에서 953억달러로 약 25%나 줄어들었다. 자연 한국 경기는 물론 증시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회복이 산업 전망의 키워드다. 조선·자동차·가전 등 기존 주력산업은 중국 등 후발국가의 추격이 거센 데다 바이오·전장 등 신규 주력제품은 아직 수익을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여전하다.
▶반도체·IT
새해 반도체 전망은 밝다
먼저 2019년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던 가격이 회복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새해 하반기 5세대(5G) 보급이 본격화되고 클라우드 서버 교체 작업이 대거 진행되며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를 야기하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 또한 반도체 시장에서만큼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반도체 시장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세계 첫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외에도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본격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한다. 5G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증가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전체 D램 수요 중 모바일용 수요가 2018년 32%가량을 차지한 데 이어 2019년(34%)과 2020년(37%)에도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증설 경쟁도 새해 반도체 시장을 밝히는 요인이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 등의 2020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고밀도 고성능화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5G, 인공지능(AI), 딥러닝, 가상현실(VR) 등이 낸드와 D램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낸드플래시는 2019년 대비 19%, D램은 12%가량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또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새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2019년보다 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메모리 부문은 4.1%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클라우드 업체의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했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또한 새해 중반기나 하반기 본격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 분쟁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당국이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중국제조 2025’가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제한 등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극자외선(EUV) 공정 장비 도입 등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중국 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비교적 저사양인 PC용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반도체 ‘초격차’ 전략 등을 통한 공격적 대응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역시 2019년 기저효과를 볼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ICT 제조업에서는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3대 주력품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 생산 및 출하지수가 소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부진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새해 ICT 산업은 전년도 기저효과와 더불어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5G 본격 도입, OLED(올레드) 시장 확대 등 요인으로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2019년 12% 감소(전년 대비)했던 ICT 제조업 생산이 2.0% 늘어날 것으로 봤다. 수출도 2019년 -19.2%에서 2020년 5.1%로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가 소폭 회복되고 미중 부분합의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요 부진 여전, 친환경차 등은 기회요인
새해 자동차 산업 전망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승용차 판매는 3·4분기까지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를 이끌던 중국·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는 1% 안팎의 성장으로 ‘현상유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와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차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수요·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2016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새해에도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만 놓고 보면 2019년 부진의 기저효과라 현대 기아차는 소폭 성장하겠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9년 400만 대선이 무너져 396만 대가 될 전망이며 새해에는 2019년보다 2.3% 감소한 387만 대가 될 전망이다. 내수는 2019년보다 1.3% 감소한 151만 대, 수출은 1.6% 감소한 239만 대가 될 전망이다. 반면 수입은 4.5% 증가한 23만 대일 것으로 관측됐다.
류승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020년 자동차 산업은 제한된 세계경기 회복,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수출 수요가 둔화되고 부진한 민간소비로 인해 내수 또한 둔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그러나 “신차효과와 원화약세, 친환경차 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둔화폭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자동차 산업이 중국 소비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연구소는 “세계 자동차 판매 시장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선진 시장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의 판매 부진도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를 웃도는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며 2018년 공급과잉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증가율을 0% 내외로 관측했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친환경차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도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정유·화학
‘어려움 지속’
정유·화학·철강·건설 등 주요 업종은 2019년에 이어 새해에도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의 경우 2020년에도 전 세계 철강 수요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건설·자동차 등 주요 전방 산업의 수요 반등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내 수요 산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새해 세계 철강 수요 성장률이 선진국·중국의 동반 부진으로 1.7%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 확대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은 원재료 가격을 올리고 철강 가격 인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과잉, 중국 성장둔화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의 대표제품인 에틸렌 업황은 대형설비 완공시기와 수요 사이에 불균형이 계속되며 2022년까지 하락 국면이 예상됐다.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요처인 중국 경기 회복 부진도 악재다. 정유 업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정제 마진이 박해지고 있는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에도 국내 주요 수요 산업 부진 등으로 철강재 내수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도 소폭 감소하는 등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화학은 새해 글로벌 공급과잉, 중국 성장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고, 국내 경기와 전방 수요산업의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돼 해외 신증설 규모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 등은 수출 확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선과 기계 산업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기계
단가 오르고 수출 증가세
조선은 신규 수주 반등·건조단가 상승 등이, 기계는 ICT 산업 업황의 회복과 설비투자의 플러스 전환·기저효과 등이 회복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조선업은 세계 경기 및 교역의 부진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새해에는 신규 수주 반등, 건조 단가 상승, 선박 수출 증가세 유지 등 회복세가 전망된다”며 “그러나 세계 경기의 미약한 회복세와 국제교역 불확실성 상존 등으로 인해 회복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계 부문에 대해서는 “새해 일부 전방 산업(ICT)의 업황 소폭 회복, 설비투자 플러스 전환, 기저효과 등으로 소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유통
새해에도 회복세 난망
내수 경기를 대표하는 유통과 건설 경기 역시 완연한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전망이다.
우선 소비심리 부진이 가장 큰 문제다.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5월부터 100을 밑돌고 있다. 2020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년간 수출이 많이 감소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했다. 이 기조는 새해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유통 역시 치열한 경쟁과 저물가 기조가 발목을 잡는다.
유통 업계는 최근 6년 동안 실적 감소를 경험했다. 특히 2019년 1~3분기까지 대형마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율은 3.1%~8.1로 낙폭이 크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매장 구조 조정 안을 짜고 있다.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찮지만, 명품 같은 저수익 카테고리 비중 확대로 고민은 더 커졌다. 온라인에 본격 합류한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가 새해엔 온라인 유통의 판을 흔들지도 주목된다.
건설 산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와 공공기관 투자로 공공·토목 수주가 늘어나겠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 주택 초과공급 등으로 민간·건축 수주가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9%였던 공공건설수주액 증가율이 2020년에는 10%로 늘어날 것으로 본 반면 민간건설수주액은 2020년에도 2019년과 같은 -5%의 감소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수주액은 2018년 132조7000억원에서 2019년 125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0년에는 122조8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