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돈 몰리는 투자상품] 외화표시 회사채·물가연동채권 선진국·회사채… 슈퍼리치 “3%대 채권을 찾아라”
김혜순 기자
입력 : 2016.05.13 17:26:24
수정 : 2016.06.03 15:10:15
#서울 서초구에서 50억원대 금융자산을 굴리고 있는 주부 A씨. 그는 3년 전 가입한 정기예금 만기일이 돌아오자 더 이상 갱신하지 않고 근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았다. A씨는 “은행 정기예금에 다시 가입해봤자 이자율이 연 1%대로 너무 낮고 세금까지 떼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며 “3% 이상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이 없을까 해서 증권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담당 PB와 상담 후 그는 코리아페이퍼(KP)와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에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강남 PB센터에는 “큰 투자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고 연 3%대 수익만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에 인접한 가운데 채권형 투자상품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적합한 상품을 찾기 쉽지 않다.
매일경제가 국내 은행 및 증권사 PB를 대상으로 연 3%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을 문의한 결과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이 발행한 KP, 물가연동채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에 분산투자하라”는 답변을 내놨다.
▶공기업·금융사 발행 외화표시채권
국내 회사채보다 수익률 1~2%P 높아
KP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회사채를 뜻한다.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된 회사채보다 수익률이 높고 추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공기업이 발행한 KP의 경우 환헤지를 하더라도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된 회사채에 비해 연 1~2%포인트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한 KP는 연 수익률 3.24%로, 원화로 발행된 회사채 수익률 1.52%에 비해 1.73%포인트 높다. 한국남동발전이나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행한 KP에 투자하면 원화 채권에 비해 각각 1.36%포인트, 1.24%포인트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가 6개월 이하로 남은 단기물과 일부 공사채의 경우 1%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KP보다 많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KP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KEB하나은행이 발행한 달러표시 코코본드(후순위채 형태)는 표면 이자율이 4.25%다. 우리은행이 발행한 KP 금리는 4.75%나 된다.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된 KP는 수익률이 더 높은데 SK E&S 발행 채권은 표면금리가 4.875%, 코리안리재보험 발행 채권은 4.5% 수준이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기업이 유동성 위기 등을 겪으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원금을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옵션이 딸려 있다. 이들 KP에 투자해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3~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원래 KP물에는 15.4%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1999년 이전에 발행된 채권의 경우 소득세 14%가 면제되고 투자자는 나머지 1.4% 농특세만 내면 된다. 1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하는 경우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자본차익과 환차익은 비과세된다.
▶유가반등 조짐에 물가연동채권 관심
국제 유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자 물가연동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연동채권이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채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채권의 실질 가치를 보전해준다는 측면에서 대표적 인플레이션 헤지상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표면금리 1%인 물가연동채권을 1000만원어치 투자했을 때 물가상승률이 2%라면 원금은 1020만원이 되고 여기에 1%인 10만2000원의 이자가 지급되는 식이다. 금리는 오르지 않는데 물가 상승만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자산으로 꼽힌다.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만기에 정부가 액면가 1만원을 보전해주도록 되어 있어 투자위험이 크지 않다. 최근 물가연동채권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대거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세 혜택을 노린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표면금리가 1%대라 과표가 적게 선정될 뿐만 아니라, 지난2015년 1월 전에 발행된 물가연동채권은 원금 상승분이 비과세된다. 만기도 10년 이상으로 길어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이 분석한 결과 최고 소득세율(33%)을 적용받는 투자자라면 물가 연동채 11-4에 투자할 경우 연 2.2%, 13-4에 투자하면 연 2.6%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소비자 물가가 2%로 상승하면 기대수익률은 연 4%대로 올라선다.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5~3.5%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만성적 저물가에 따른 학습효과와 거래량 부족에 따른 유동성 프리미엄이 크게 반영돼 국내 물가연동채권 가격이 실제 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다시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물가연동채권 투자에 관심 있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물가연동채권 ETF로 총 23억1000만달러가 유입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미국 최대 물가연동채권 ETF 중 하나인 아이셰어즈(iShares) 바클레이즈 TIPS 채권 ETF는 1분기 4.5% 수익률을 기록했다.
▶만기 긴 선진국 회사채 연 3%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회사채도 자산가들의 중장기 투자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플, 구글, 버라이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달러·유로 표시 채권으로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어 국내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자를 지급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국내 금리가 올 들어 많이 하락하면서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1%대 중후반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슷한 신용도인 선진국 회사채를 매수하면 투자기간이 긴 대신 연 3% 이상 이자를 매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까지 더하면 기대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미국계 금융기관인 HSBC, JP모건, 웰스파고 등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면 연 3%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머징 회사채에 투자하려면 수익이나 신용도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야 한다. 이머징 국가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2014년 총선과 대선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과 개혁 정체로 주춤했던 인프라 투자가 재개되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추세다. 신 팀장은 “1~2년 내 글로벌 신용등급이 투자 적격으로 상향조정되고 자산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인프라 관련 주식과 고금리를 향유할 수 있는 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 회사채에 투자하면 연 4.596%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기를 20년 이상 장기로 가져가면 수익률은 6%대로 올라간다. 페르타미나가 보유한 석유 매장량은 81억 배럴로 인도네시아 최대이며 6개 정유소를 운영하면서 2015년 기준 인도네시아 정유 수요의 65%를 공급하고 있다.
연 3%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은 대부분 증권사 영업점이 아닌 PB센터를 통해 판매된다.
과거 금융자산 3억~5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했던 국내 PB센터들이 최근 문턱을 낮추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성이 높아졌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에게 제공했던 자산관리 서비스 기준을 5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신한금융은 PB센터 고객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우리은행도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