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중소형빌딩을 갖고 있는 자영업자 박재형 씨(55)는 최근 중국펀드 환매자금 3억원으로 사모펀드(PEF)에 투자했다. 잘 아는 PB로부터 연 5%대 수익을 제시하는 사모펀드를 권유받고 사전 예약했다가 판매 당일 바로 가입했다.
최근 강남 슈퍼리치들의 뭉칫돈이 사모펀드로 몰리고 있다. 강남권에서 PB센터를 중심으로 300억원, 500억원 단위로 사모펀드를 설정해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사전 예약판매를 하는데, 중위험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의 수요와 맞물려 판매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리치 중위험·중수익 사모펀드 주목
슈퍼리치가 주목하고 있는 사모펀드 중 대표적인 상품이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하이일드 사모펀드’다. 신용등급 BBB+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절세와 수익을 원하는 자산가들의 구미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사모펀드는 모든 투자자에게 개방돼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49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자산가들이 공모주투자형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올해 기업공개시장이 활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대어들이 줄줄이 IPO를 추진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공모주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4월 8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2조8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같은 기간 동안 공모주펀드에는 2200억원이 유입됐다. 공모주펀드는 자산에 주식과 채권을 섞는 혼합형펀드다. 공모주 청약이 없을 땐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운용하다가 공모주가 시장에 나오면 해당주식을 청약해 차익을 실현한다. 공모주펀드의 인기비결은 ‘금리+α(알파)’의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면서도 채권 투자비중이 높아 투자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투자위험이 다소 높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도 고액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IBK증권은 최근 강남 자산가를 대상으로 중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카무르파트너스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에 투자한 자금은 자산운용사가 설정하는 펀드를 통해 카무르파트너스가 주도하는 기업투자에 활용된다. 배당수익과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최소 가입금액은 3억원이다. 이 사모펀드 외에도 강남일대 은행 증권사의 PB센터 주도로 기업투자에 나서는 사모펀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사모펀드에 개인 자산가들의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시장 참여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투자는 3~5년간 자금이 묶일 뿐 아니라 고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원금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산의 일부 여유자금만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4조 돌파…자금유입 속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가 출범 4년 만에 4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헤지펀드 전문운용사 설립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자금유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최저금액 기준이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레버리지 200% 이상인 펀드는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저변이 확대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3월 말 기준 누적 설정액이 4조110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5월 31일 3조원을 넘어선 지 10개월 만에 1조1000억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이래 연평균 8000억원 정도씩 증가하다 최근 자금유입 속도가 빨라졌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운용과정에서 최대 차입(레버리지) 한도를 400% 이하로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헤지펀드로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10월 25일 전문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요건이 낮아지면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이 대거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3개월 새 전문사모펀드운용사 26곳이 신규등록을 했는데 이 중 11개사가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올 들어 늘어난 헤지펀드 운용자산 6372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3536억원이 신규운용사로 유입됐다. 다만 하반기 시행예정인 투자회사별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는 헤지펀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상당수가 숏(Short·공매도) 전략을 쓰는데 투자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0.5% 이상 공매도 내역 잔고를 공시해야 할 경우 펀드 운용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 높아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나 채권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 15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에 1조3764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단기채권상품에 연초 이후 5523억원이 몰려 국내 채권형펀드 자금유입액의 40.1%에 달했다.
단기채권펀드는 만기가 1년 미만인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채권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자금이 많이 몰린다.
미국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사업단 팀장은 “최근 글로벌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러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며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목표금액을 정해놓고 분할 매수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고액자산가들의 외화예금을 통한 달러투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의도 증권가, 9호선 언주역일대 중소형 빌딩
▶중국펀드에 다시 돈 몰려
올 들어 중국펀드에서 큰 손실이 난 데다 일본·유럽펀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슈퍼리치의 관심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펀드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펀드 수익률 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 중 일부가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에프엔가이드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해외주식형 펀드 중 중국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5일 기준으로 한 달간 중국펀드(본토·H주)에 몰린 자금은 1436억원에 달해 지역별 해외주식형 펀드 중 가장 유입규모가 컸다. 중국증시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된 데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중국펀드 수익률도 등락을 거듭하면서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을 회복했다가 4월 20일 현재 2972.57로 떨어졌지만 올해 1월 최저점 2638.3보다는 12% 정도 상승했다. ETF시장에서도 중국 관련 ETF가 최근 수익률 1~3위를 휩쓸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하락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반등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상태여서 여전히 투자위험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5060 자산가, 30억~50억원대 빌딩 ‘사자’
30억~50억원 수준의 중소형빌딩이 저금리시대 인기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산가들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목 좋은 곳의 꼬마빌딩 물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형빌딩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투자액 대비 임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에서 체결된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 거래는 총 192건으로 이 중 64.6%인 124건은 50억원 이하 중소형빌딩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자산가들이 중형빌딩 투자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개인투자자 비중은 74.5%(143건)에 달했고, 이 중 107건이 50억원 이하 중소형빌딩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 빌딩 매수자들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대 자산가들. 은행예금으로는 여유 있는 노후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없고, 고수익 금융상품은 투자위험이 높으니 노후대책으로 중소형 빌딩을 사서 임대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강남지역에 불기 시작한 중소형빌딩 투자바람이 강북과 서울외곽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진석 리얼티코리아 대표는 “50억원 이하 꼬마빌딩을 찾는 투자자라면 어설픈 강남 빌딩보다는 다른 지역의 핵심 상권 건물을 노리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적정 임대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강남지역보다는 수요기반이 탄탄한 목 좋은 강북이나 서울외곽이 낫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강남과 강북의 거래비율이 예전에는 강남 7, 강북 3 정도였다면 최근 강남 5, 강북 5으로 강북 빌딩들의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매각차익보다 임대료 수익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남에서도 신설 9호선 라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있지만, 매도자들이 부르는 호가만 높을 뿐 실제 임대수익이 가격을 받쳐주지 못하면 매매가 어렵다.
유 대표는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금융상품처럼 대하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개발호재에 따른 매각차익을 봤다면 지금은 철저히 월세 수익을 따진다”고 말했다. 최근 3~4년 사이 빌딩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 매물로 나온 강남빌딩의 수익률은 3%, 강북은 4~5%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그는 “지금 가격이 저렴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팔 때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건물이 진짜 좋은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신도시 상가
▶상가·점포겸용택지·꼬마아파트 인기
신도시 택지지구의 점포겸용단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실시된 파주운정신도시 점포겸용단독택지 72필지에 대한 청약 결과, 2만4891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평균 346대 1에 달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땅은 C-14블록의 12-8번으로 2292명이나 몰렸다. 한때 미분양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파주운정지구에서 점포겸용 단독택지가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최근 이 지역에 개발 호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공장 증설 계획 발표로 유입인구가 늘면서 전셋값이 상승한 데다 경의선, 제2자유로 등 교통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전셋값이 제일 많이 오른 지역이 파주로 최근 미분양이 급감하는 등 상황이 좋아지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점포겸용택지도 큰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을 닮은 전용 40㎡대 이하 소형아파트의 돌풍이 거세다.
꼬마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 시세차익이 중대형보다 월등하다. 지난 2014년 소형 평형 의무비율제 폐지로 초소형아파트 공급은 줄어드는 추세여서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 28층은 5억2250만원에 손바뀜됐다. 딱 1년 전 같은 면적 32층짜리가 4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억2250만원(30.6%)이나 오른 것이다.
이렇게 가격이 뛰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거래된 전용 40㎡ 이하 아파트는 총 2만3344건으로 2013년 1만3677건보다 70.7% 늘었다.
4명 중 1명(23.9%)이 혼자 살 만큼 젊은 층을 중심으로 1~2인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이들이 살기 적당한 소형아파트 선호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수도권에서 전체 공급량의 15.7%를 차지했던 전용 49㎡ 이하 소형아파트 비중은 2014년 정부가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폐지하자 그해 8.1%로 반토막 났으며, 지난해에는 7.3%까지 떨어졌다.
귀하다 보니 분양시장에서도 소형이 더 대우받는 분위기다. 올 들어 1~3월 전국에서 나온 전용 49㎡ 이하 소형 아파트 타입은 11개였는데 이 중 8곳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소형 의무비율 때문에 끼워넣기식으로 공급했던 초소형 아파트가 가구 구조 변화와 월세 시장 확대 덕에 수요가 몰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익형부동산의 대표격인 오피스텔이 최근 평형을 넓히면서 ‘실거주’ 중심의 아파트급 주거시설로 발전하는 반면, 아파트는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기존 오피스텔과 비슷한 틈새형 임대상품으로 탈바꿈하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도 관심거리다.
신도시 상가를 비롯한 상가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가 고객들의 상가투자가 늘고 있다”며 “연 5%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역세권 상가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