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권 어디까지 가봤니?’
상권은 흔히 ‘소비자의 공간선호 범위’라고 설명한다. 즉 ‘돈’이 모이는 도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만큼 많은 소비가 발생하고 그 수혜를 노리는 예비 창업자,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 투자자들의 관심 1순위 역시 상권일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하루 유동인구만 100만명을 오르내린다는 명동, 강남역 등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 지역의 대표 상권이다. 주말이면 모임을 위해 찾는 이유로 이미 익숙해진 대형 상권들은 천천히 뜯어보면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매일경제 LUXMEN 신년호에서 다양한 지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울 지역 대표 상권을 분석해 봤다.
‘단위면적당 매출’ 강남역 북부 ‘언터처블’한티·사당 투자유망 상권 꼽혀
“매출 쏠쏠하게 나오는 상권은 어디?”
각 상권은 형성된 배경과 역사가 다른 만큼 지역별로 크기와 점포수와 특색까지 제각각이다. 그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어느 상권에 들어가야 짭짤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감’을 잡기란 쉽지 않다. 상권의 크기 여부와 무관하게 제한된 면적을 기준으로 매출규모가 높은 상권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수익률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UXMEN은 단위면적당 매출이 높은 상권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SK텔레콤 지오비전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울지역 1000대 상권 중 업체 수 400개 이상 지역 중에서 단위면적당 매출이 높은 상권 상위 15개를 선정했다. (지오비전의 빅테이터 분석은 공공·민간 분야의 융복합 데이터가 합산된 결과다.)
하루 유동인구 100만을 육박하는 강남역 상권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남대교 방향으로 형성된 강남역 북부상권은 10년 가까이 대한민국 대표상권으로 군림해 왔다. 이곳은 대형 의류매장과 커피전문점, 어학원 등이 들어서 수많은 20~30대 젊은이들이 찾는 트렌디한 상권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줄줄이 들어선 레스토랑, 호프집, 노래방, 클럽 등은 불야성을 이뤄 24시간 사람이 들어차는 상권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10월 한 달 동안 강남역 북부상권 1719개 업체에서 발생한 매출규모는 2500억원을 넘어섰다. 조사대상이 된 업체 수는 20개가량 줄었지만 매출액은 5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약 1억4600만원이었다. 2위와의 업체 수 차이(420개)나 매출규모 격차(약 650억원)를 감안할 때 독보적인 1위다.
전통의 강자 ‘강남 북부상권’ 독보적 1위
40~50대 男·30대 女 지갑 열려
2013년 10월과 비교해 보면 40~50대 남성과 30대 여성소비계층의 소비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에게서 나온 매출액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 층에 한정적이었던 소비패턴이 강남역 남부 상권을 주로 찾았던 넥타이 부대가 합류하며 주소비계층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북부상권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곳은 압구정역 상권이었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상권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압구정역 인근은 대형 SPA매장이 늘어나며 매장 수는 50여 개 줄어들었지만 매출액은 소폭 늘었다. 연령대별 매출규모를 살펴보면 20대 남성과 50대 이상 여성 비중이 상당히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업체당 평균 매출액 규모가 1억4539만원으로 나타나 1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성형외과나 고급카페 등 객단가가 높은 업체들이 많은 상권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3~4위를 차지한 곳 역시 강남 상권이다. 학동사거리와 신사·논현역 상권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상권규모와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두 상권 모두 여성들의 매출규모가 확연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각각 9373만원과 7623만원으로 나타났다.
촐퇴근 인파와 통학하는 학생들로 매일 기다랗게 줄이 이어지는 사당역
광화문역 인근 상권 강북지역 선두
사당역 매출 증가 ‘1위’ 기록
많은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광화문역 인근 상권은 5위를 차지해 강북 상권 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업체 수나 매출규모는 4위를 기록한 신사·논현역 상권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8226만원으로 오히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규모는 적지만 쏠쏠한 매출이 발생하는 상권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강남의 비교적 신흥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티역 인근 상권이 차지했다. 고급주택과 아파트가 많은 이 지역은 대치역 연장 상권으로 발달돼 선릉역 방향으로 여러 의류, 미용실, 패션 주얼리, 화장품 업종이 발달했고 롯데백화점 이면도로에는 호프집, 닭갈비집, 고깃집 등 식당이 많다. 2013년도에 비해 매출규모가 10%가량 증가해 상권이 점차 발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만남의 메카’로 불리는 종각역 상권은 7위를 차지했다. 조사대상이 된 업체 수는 2307개로 10대 상권 가운데 최다였지만 발생한 매출액은 1위를 차지한 강남역 북부상권에 비해 절반가량에 그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2013년 10월에 비해 2014년 10월 매출액이 240억원가량 늘어나며 특히 20~40대까지 소비자층이 고루 확장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마천루가 속속 들어서며 상권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어 투자자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5656만원으로 나타났다.
큰길을 따라 노선상업지가 형성된 서울 강남 학동 사거리 일대
8위와 9위는 전통적인 상권인 신천역과 마포역이 차지했다. 두 곳 모두 오피스 지역을 수렴해 많은 직장인 배후 수요를 지니고 있고 저녁 이후에는 대형 유흥지역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두 상권은 각각 569개, 658개의 업소가 조사대상에 포함됐으며 발생한 매출액은 323억원, 370억원으로 10대 상권 중 비교적 유사한 규모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0월 한 달간 발생한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각각 5675만원, 5554만원이었다.
10대 상권 중 가장 하위에 랭크되었지만 가장 가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당역 상권이다. 2013년 10월에 비해 조사 업체 수는 864개에서 827개로 줄어들었지만 매출액은 360억원에서 577억원으로 65%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당역 상권은 지하철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이자 남북방향으로 동작대로와 과천, 동서방향으로 시흥과 강남을 잇는 남부순환로가 교차되는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유동인구만 하루 15만명 이상으로 통학하는 학생이나 출퇴근길에 오르는 직장인들로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당역 인근 상권은 대형 유통사들의 진출이 미비한 편이었다. 사당역 인근 유통몰이라고 하면 이수역에 있는 지역 백화점인 태평백화점이 유일했고 신세계 강남점이나 롯데 관악점도 5km 이상 떨어져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택 재건축 등 개발 호재가 이어지고 여러 대형 업체들이 진출하며 강남역 핵심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 순위권으로는 대학가 상권인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이 11, 12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양재역 방면으로 형성된 강남역 아래 상권이 자리했다. 양재역과 서울대역 주변 상권이 15위권에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