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장에서 가장 주시해야 할 외부 변수 가운데 하나가 환율이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고,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시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무역 경쟁국 일본에선 일본은행(BOJ)이 모험을 하며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오치운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본부장(사진)이 지난 12월 18일 한국CFO협회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환율 여건과 전망을 짚어본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볼 때 미 연준은 지속된 자산매입으로 4조달러를 웃돌고 있으나 양적완화 종료로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ECB는 2.6조달러, BOJ는 2.5조달러 정도인데 문제는 일본은행이 GDP의 50%가 넘는 과도한 자산을 끌어안고 있으며 이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일본의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이로 미국 달러화는 2015년 내내 강세를 띨 전망이다. 우선 FRB는 내년 2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옐런 의장이 지난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에 인내심을 보일 수 있다”고 했으나 이전 FOMC 성명에 넣었던 “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유지한다”는 대목은 뺐기 때문이다.
연준이 시장보다 금리 높게 전망
주목할 점은 FOMC 위원들이 시장에 비해 2015년 말 기준금리 전망을 훨씬 높게 보고 있다는 것. 시장은 0.5~0.6%를 내다봤으나 FOMC 위원들은 평균 1.375%를 예상했다. 이것이 미국 달러화의 장기간 강세를 전망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연준이 이처럼 금리에 자신감을 가진 것은 미국 실업률이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어 훨씬 빠른 속도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미 연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유로존은 경제성장이 부진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립서비스로 버티던 드라기 ECB총재가 2015년엔 새로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ECB가 1조유로 정도의 대차대조표를 확장하려면 월 1000억달러 정도씩 국채를 매입해야 할 것으로 보여 유로화 약세 가능성이 크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은 2014년 1.39달러에서 1.22달러 선으로 내려왔는데 2015년 EC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다는 것을 예상할 때 3개월 1.2달러, 1년 후엔 1.15달러로 예상(크레디트스위스)한다.
엔화 역시 약세가 불가피하다. 일본은행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성장률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부양책으로 지난 10월 말 70조엔이던 본원통화를 80조엔으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추가 부양책과 신용평가사들의 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3개월 내 120엔, 1년 후 125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게 크레디트스위스의 전망이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2015년 하반기부터 출구전략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전체적으로는 추가완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는 기존의 7.8%보다 대폭 낮춘 6.8%를 제시했다. 다만 유가하락과 내수부진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확대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3개월 6.14, 1년 6.12로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대외환경 변화는 한국 정부나 한국은행에 상당한 부담을 줄 소지가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엔화약세에 맞춰 원화를 방어하려면 일정부분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5월 초 1000원대 초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920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900원선이 주요 지지선이 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자산시장에도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초저금리 국면에 과도하게 편입한 채권의 손실은 불가피하고 주식시장에서도 매물이 쏟아져 나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조사국(OFR)은 기준금리가 1% 상승할 때 채권펀드에서 2000억달러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지 소로스나 마크 파버 등 전문가들은 현재 과도하게 높아진 주식시장에 조정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