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부동산 시장 전문가 전망 | “금리 낮고 물량 많고 가격 싼 1분기가 내 집 마련 적기”
입력 : 2015.01.08 15:01:56
수정 : 2015.01.09 16:14:14
‘오랜 침체 후 대세 회복 시작인가. 반짝 상승 후 다시 추락인가’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LTV·DTI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정부가 잇단 수요 진작책을 터트리면서 시장 회복을 위한 바닥을 다진 해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1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2.76%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2.58%)을 중심으로 2.27% 상승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2014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주택시장 절정기였던 2006년 이후 최대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64만4000여 가구로, 2011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의 연간 거래량보다 많다.
이 같은 회복 추세가 2015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경제위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3%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내외적인 불안요소들이 잠재되어 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주택 공급이 계속 제한되면서 수급 자체 요인만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 지점장,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센터 부동산팀장, 안명숙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 등 부동산 전문가들로부터 2015년 을미년(乙未年) 부동산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재건축 아파트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가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투자자들이 몰려 있는 탓에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 여부 등 정부 정책 영향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락동 가락시영 1·2차, 잠실 주공 5단지 등 가을 이후 상승세를 탔던 재건축 아파트들이 국회 입법 지연 등의 영향을 받아 최근에는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강남 지역 재건축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준석 지점장은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들보다 투자자들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압구정, 잠원, 반포 등 한강변을 비롯한 대치동 일대가 투자 유망지역”이라고 밝혔다. 교육환경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감안할 때 강남지역은 재건축에 따른 미래가치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묻지마 투자’는 곤란하다. 시장이 오랜 조정기를 거치면서 실수요 위주로 거래돼 단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왕십리,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조합장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 시한이 연장되면서 생기는 초과분담금 폭탄은 부담이다.
박합수 팀장은 “재건축 추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4~5년 후면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하여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수익률 차원에서 보더라도 실수요자 수준의 기대치라면 아직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수익형 상가
꼬박꼬박 매달 임대 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상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 수익형 상가 선호 현상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상가나 매장용 빌딩 시장은 지역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점은 꼭 명심해야 한다.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폐업하는 임차인이 증가하면서 상가투자의 경우 상권, 입지에 따른 투자수익의 차이도 극명해지고 있다.
안명숙 센터장은 “상가 투자 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개인 임차인보다는 법인 임차인, 단기보다는 장기 임대차 계약, 매년 인플레이션 수준의 임대료 상승 등을 조건으로 계약된 부동산에 투자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홍대, 대학로 등 대학가 상권이나 인사동, 삼청동 등 문화의 스토리가 있는 상권, 강남역 광화문 등 오피스상권, 사당역 등 역세권 상가, 2000가구 이상 배후단지가 있는 아파트 상권 등을 추천했다.
오피스텔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저금리 시대에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수익형부동산이란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오피스텔 분양물량이 2015년부터 급감하므로 공급과잉 문제는 2년 이후엔 해소될 것”이라며 “임차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서 입주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매물을 저점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토지 시장
정부가 주택 수급 조절을 이유로 신규 택지지구 개발을 중단하면서 앞으로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풀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가 물가 상승률 수준으론 올라도 개인 투자가들이 땅에 관심을 갖기 힘든 이유다. 땅에 한번 돈이 묶이면 환금성이 떨어지고 달리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땅에 대한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
전국의 지가변동률은 2010년 11월 이후 47개월째 상승세로 월 0.1% 내외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지난 9월까지 세종(4%), 제주(2.6%) 대구(2.219%) 등이 강세를 보였다. 공공 청사 입주, 외국인 투자, 혁신도시 등이 이유였다.
고준석 지점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의 경우에는 땅값이 상승할 것”이라며 “경기도 평택, 화성을 비롯해 충청도 당진, 음성, 진천 등이 유망 투자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내 집 마련 시점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2015년 1분기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수도권의 경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매수세의 진입이 이어지며 서서히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다만 주택시장은 과거처럼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수요자들은 위례신도시 등 입지가 우수한 택지개발지구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신규 분양시장은 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서민층이나 중산층 모두 이용 가능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대출 고정금리가 3.20~3.40%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서민들의 경우 2%대 초반에 디딤돌 대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라면 1%대의 공유형 모기지까지 다양한 정책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내 집 마련 계획은 10년 이상 장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를 싸게 묶어 둘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침체기에 있는 요즈음이 내 집 마련 적기로 볼 수 있다. 입지가 좋으면서도 저렴한 기존 아파트 매매는 물론 건설업체들의 신규 분양물량도 1분기에 3만 가구 이상으로 몰려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세금이 급등하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도심 접근성이 양호한지를 따져보면서 저점 매수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면서도 “그동안 많이 오른 지방 실수요자는 가격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매매 실종으로 주택 처분이 어려웠던 다주택자들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새해 주택 처분을 통해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세 시장
마지막으로 전세시장 불안과 가격 상승 추세는 2015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2009년 이후 홀수 해가 상대적으로 짝수 해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온 것도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새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8가구로 2014년도의 3만6860가구보다 45% 가까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는 입주물량 부족과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까지 가세해 전세 대란이란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명숙 센터장은 “집주인들의 전세 기피 현상으로 전세물량이 줄어들고 강남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 입주 물량마저 대폭 감소해 세입자들의 전세 구하기가 어느 해보다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