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트러스톤자산운용의 고수익 비결은 `높은 보수 받는 만큼 리서치 고되게 하죠`…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상무
입력 : 2013.02.04 13:56:50
수정 : 2013.02.26 09:32:34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화두가 됐다. 후발 주자로서 수익률 선두 그룹을 달리고 있는데 반짝 수익률이 아니라 꾸준한 성적이기 때문이다. 차화정으로 부상했던 일부 주자들이 소리 없이 수그러든 것과 달리 이 회사가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이 회사의 펀드들은 고르게 좋은 성과를 냈다.
이에 대해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은 “우리는 특정 개인별로 하지 않고 팀 어프로치를 한다. 같은 방향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펀드 간 격차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리서치가 고수익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정말로 열심히 리서치를 한다. 전원이 탐방을 나가고 세미나에 참석한다. 지난해 2000여 회 이상 접촉했다. 모두가 업종 애널리스트가 되어 리포트를 써 내고 있다. 그만큼 고되게 운용을 한다.”
이 회사는 22명의 인원 가운데 리서치 전담 인원은 7명이지만 운용팀에서도 본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리서치를 병행한다. 그것이 운용에서도 감각을 발휘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이렇게 리서치를 해서 얻은 정보를 개별 펀드매니저가 간직하는 게 아니라 전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직접 리서치를 해서 확인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고된(?) 투자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재미있다.
“왜 그렇게 하냐면 액티브 펀드는 보수를 더 받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보수를 더 주는 것은 열심히 리서치를 해서 운용하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선 황성택 사장의 욕심이 대단하다. 황 사장은 큰 회사가 아니라 최고의 회사를 꿈꾼다.”
최고로 운용을 잘하는 회사를 지향하는 트러스톤은 모델 포트폴리오로 개인플레이를 할 때 생길 수 있는 에러를 줄인다.
“칭기스칸 펀드의 경우 58종목을 편입했는데 다른 펀드들도 대략 유사한 수준이다. 편입한 종목도 유사하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70%를 카피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펀드의 맥락도 유사하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분산투자도 중시한다.
“특정 업종에 대한 베팅을 금지하고 있다. 좋으면 오버 웨이트(Over-Weight), 안좋으면 언더웨이트(Under-Weight) 하는 정도다. 특히 몰빵은 절대 금물이다. 가장 좋은 주식을 골라서 종목선택 효과로 추가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성과가 좋았지만 성과에 특별히 크게 기여한 종목을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분산투자를 해서 특정 종목의 기여는 적다. 대체로 시장보다 조금 더 올라간 정도다. 특별히 아웃퍼폼한 종목은 없다.”
정 본부장은 트러스톤의 운용 철학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대상에 투자한다. 둘째로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인 종목에만 투자한다. 셋째로 리스크는 자산 가치 변화가 아니고 펀더멘털뿐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가치를 따져 내재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주가가 오버 슈팅됐다고 판단되면 매도한다. 반대로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빠졌다고 생각하면 매수한다. ‘차화정’ 같은 그런 투자는 하지 않는다.”
“지난해 최고의 상품은 주식이었다”는 그는 올해도 시장보다 공격적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본다. 시장 전체로 이런 식의 자산배분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일드갭(Yield Gap)이 8%를 넘는다. 경험적으로 6%를 넘으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데 8%면 아주 매력적이다. 아마 금리인하가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채권은 꼭지를 치는 것이고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한국 주식시장을 통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저평가가 해소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탐방을 다녀본 결과 기업들은 아직도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매크로가 불안하니 아직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곳도 많다.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GDP 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곳에서 3% 정도로 본다. 그것도 가정대로 안되면 더 낮을 수도 있다. 이런 장이 주식에는 더 좋다. 고성장이 아니므로 꾸준히 올라가는 장세를 기대한다. 이익 변동성이 줄어들어 밸류에이션이 꾸준히 높아지는 장세가 되고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붙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중 자금흐름도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했다.
“유동성은 풍부하다. 심리가 문제다. 새 정부 초기에 경색이 풀릴 것 같다. 그러면 경제심리에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새 정부는 경제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반기는 좋을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유동성 랠리 이후에는 실적장세가 이어졌지만 이번엔 실적장세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정책 당국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그는 투자자들에 대해 타이밍은 의미가 없으니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일반적으로 코스피가 10배 수준인데 역으로 하면 투자자들이 10% 수익률을 내주는 자산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특히 저성장 국면에선 장기로 가는 게 맞다. 그래야 복리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진부하지만 그래야 가능하다. 초과수익 낼 회사를 신중히 골라야 한다.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어려운 상태에서 아웃퍼폼한 회사 위주로 골라라. 그렇게 장기투자 위주로 가야 시장이 성숙해간다.”
회사에선 항상 99%를 주식에 넣고 있다고 했다. 고객이 자산배분을 한 뒤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충격을 받더라도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하락장에서도 오르는 종목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