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금융사, 언론사를 통해 접하는 ‘억 소리’ 나는 은퇴필요자금을 들으면 숨부터 막혀온다. 자산 축적에 대한 부담감이 좌절감으로 바뀌어간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체계적으로 노후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심해져 심한 경우 ‘은퇴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번 호 <LUXMEN>에서는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 은퇴문제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의 난상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 화두 은퇴공포 어디서 왔나
- 현재 우리 사회에 은퇴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금융사들이 퇴직 후에 대한 불안감을 지나치게 자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30대부터 은퇴 준비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는 자기계발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또 그것이 가장 큰 노후대비가 아닌가.
강창희 소장 : 20~30대에게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직에 있는 것이다. 사실 20~30대 시절에는 인적자원 투자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 우 소장님은 수차례 20대 시절부터 은퇴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기고했다.
우재룡 소장 : 정부가 마련해 준 3층 보장구조가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다. 개인연금은 세제해택이 있는 것이고 자신의 월급 일부를 내면 소득공제도 가능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저축 습관을 기르고 50대 후반까지 끈기 있게 끌고 갈 수 있다면 성공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김원기 부장 :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결혼, 출산, 자녀 부양, 주택 마련에 쫓겨 은퇴에 대해 생각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적금, 보험 등으로 목돈을 모아 노후대비로 이어질 수 있기에 현실적인 부분이 해소된 후에 은퇴를 준비하는 자세가 갖춰진다. 20~30대에는 막연한 인식은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강 : 20~30대에 준비할 것은 기본적인 연금이나 여유가 있다면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간단한 적립식 상품이다. 공포심은 상당 부분 언론에서 키웠다고 본다. 작년부터 신문 등 언론에서 ‘인생 10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 등의 자극적인 문구들이 은퇴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웃음)
우 : 동감한다. 사실 성공적인 은퇴 모형이나 예들도 많지만 보도되지 않는다. 비참한 은퇴 모습만 노출되다 보니 공포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언론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 공포분위기에 경기가 위축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소비가 무조건적인 미덕은 아니지만 지나친 축소지향형 경제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김 : (공포심이) 젊은이들에겐 경각심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지나치게 공포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 은퇴 후 필요한 여유자금으로 우 소장은 월 30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도 퇴직 후 110만~120만원 수혜를 받을 뿐이다. 개인연금 등으로 100만원 이상의 추가적인 생활비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가 공포심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우 : 우리나라는 제대로 은퇴를 이해한 적이 없다. 은퇴비용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200만원을 기본으로 잡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은퇴비용을 책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드는 비용은 일정치 않고 U자 커브를 그린다.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중간쯤에는 조금 적게 들고 마지막에는 간병비용까지 더 많이 든다. 유동적인 부분이 많아 실상 200만원이다, 300만원이다 등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 언론이 자꾸 내놓으라고 해서 제시한 수치인가?(일동 웃음)
우 : 국민들이 획일적인 기준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어야 관심을 갖는다. 세부적인 구성요소를 따지지 않고 노후자금 7억원이 필요하다,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의미가 없다. 모아놓은 자금을 형편에 맞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한 삶이 가능한 반면에 자산이 많아도 사회적 네트워크가 끊어지고, 가족이 해체되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 돈은 기본적인 것이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적으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 구체적으로 제시된 노후대비자금 수치는 평균치의 함정이지 않은가. 큰 금융회사에서 발표하다 보니 파급력이 크다.
두 번째 화두 은퇴문제 해결 누가 나서야 하나
강 : 일본의 한 언론인이 한국에서 4년 동안 특파원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入口)관리라 표현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눈에 쌍불을 켜고 열심히 하는 데 반해 벌어둔 돈에 맞춰 사는 출구(出口)관리에 대해서는 공부가 안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70~80%는 노후자금이 부족하다. 젊은 사람이야 지금부터 준비하면 대비가 가능하겠지만, 항상 문제는 변혁기에 나온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러한 측면에서 희생자인지도 모르겠다.
- 은퇴 후에 부부가 1년에 두 번씩 해외여행 가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인 기준처럼 돼 있는 듯하다.
강 :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러한 삶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나 누릴 수 있는 삶’이라고 답한다. 노후에 이 정도 생활을 해야지 하는 기대치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우 : 일의 경우 사회봉사형으로 찾든, 소득창출형 일을 하든, 민간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 정책에만 의지하는 것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취미·여가부분이 취약한 이유는 전부 캐주얼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시리어스(serious)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영혼을 담을 수 있고 삶의 자극도 받을 수 있는데 주로 골프, 등산, 헬스, 해외여행 등 가벼운 것에 취미가 집중돼 있다.
- 은퇴문제는 베이비부머세대에 한정된 것은 아닌지. 과도하게 사회적 이슈로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산업군이 흥하다가 지는 것처럼 베이비부머 세대가 지나가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김 : VIP고객들 중에는 1억원에서 5억원 사이의 금융자산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가장 많다. 그분들은 대부분 노후대비 자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다. 대체적으로 2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5억원의 자산을 가지면 5% 환산해 월 200정도 된다. 3억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부족한 시간에 2억원을 더 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준이 없는 것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다.
강 : 베이비부머 세대가 지나면 은퇴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 밖으로 멀어질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무엇이든 문제가 시작될 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1947년생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작이다. 2005년 무렵 은퇴 관련 서적도 많이 나오고 언론 보도도 활발했다.
우 : 우리는 1955~64년생이 712만명, 64~74년생이 900만명이다. 왜 712만명에 국한해 은퇴문제를 부각시키는가? 지속적으로 900만명이 유입된다. 왜 1600만명에 한정된 인원에 국한시킬까? 2030년 이후 이들 다음 세대는 베이비버스트라고 할 수 있다. 폭발하고 난 잔해의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 많은 직업군이 그렇지만 특히 은행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조금 뒤인 57~65년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항아리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들의 정년이 지난 후 그 역량을 국가나 기업이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비슷한 업무를 시키는 것은 맞지만 은행지점장에게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일을 시키는 등은 진정한 시니어잡이 아니라고 보는데.
김 : 실제로 은행은 명예퇴직이 많아지면서 재취업을 많이 시킨다. 은행에서 2~3년 계약직으로 다시 일하면서 사회적응 기회도 주고 그 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 은행에서 명퇴해서 2~3년 임금피크제를 통한 재취업 외에 그만두고 밖에 나와서 새로운 일을 찾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김 : 드문 것 같다.
강 : 국가적인 노력도 해야 하지만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확대형 인생을 살아왔다면 심화형 인생으로 바꿔야 한다.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청소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는 실제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 화두 가족·친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라
‘인간은 타인의 눈길에서 지옥을 경험한다’라는 사르트르의 이야기가 있다. 불필요한 체면치레를 버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혼자 식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강창희 소장.
선진국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비율이 6:4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2:8이다.
베이비부머의 평균자산을 3억 정도로 보면 5:5정도 비율까지 부동산비율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우재룡 소장.
-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체적으로 가족에 보험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아프면 자식이나 며느리가 챙기지 않나? 앞으로는 가족에 대한 저축의 개념이 갈수록 희미해질 텐데. 문제는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 인지?
강 : 노후의 주 수입원을 조사한 국제비교표를 보면 한국의 주 수입원은 자녀의 도움이 2010년 30%였다. 30년 전에는 무려 72%였다. 미국은 0.7%, 일본 1.9%, 독일 0.3%에 불과하다.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자식이 부모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1960년대까지는 노부모 부양기간이 평균 5년이었다. 앞으로는 평균부양기간이 20~30년이 될 것이다. 무작정 자녀들이 부양하기 힘든 시간이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 : 현장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간병을 자식에게 기대하려는 부모는 10% 이하에 불과하다. 본인이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라는 점을 인정한다. 마음만은 자식에게 ‘간병을 맡기지 않겠다’ ‘의지하지 않겠다’ 선언적으로라도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다.
강 : 긴 기간의 간병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 또 재미있는 것이 서울시 재작년 조사 결과 65세 이상 대상으로 배우자와 사별할 경우 자녀와 살겠는가 라는 설문조사에 20%만 같이 살겠다, 50%는 자녀와 멀지않은 곳에 혼자 살겠다, 30%는 노인전용시설에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나이든 세대들의 생각이 이미 과거와 다르다. 우 소장 말대로 과도기에 당하는 사람은 고통스럽지만 희생을 통한 해결 과정이 필수적이다.
- 실제 강 소장님은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
강 : 저는 자녀의 부양을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다. 자녀와 함께 살 생각도 없다.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인적자원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정도는 도움을 주되 이외에는 제 자산은 스스로 생활비로 사용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 김 부장님이 만나는 고객들은 자산의 많은 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지 않나? 강 소장님의 케이스가 특이한 경우 아닌가 ?
김 : 맞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자녀들에게 (상속) 부분을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강 : 일본의 문제 중 하나가 노노(老老)상속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미리 재산을 물려주면 부모를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생각해 꼭 쥐고 놓지 않는다. 상속을 해주려면 자식이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할 때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100살에 죽을 때 70세 자식에게 상속을 해줘봐야 무의미하다고 본다. 노인이 돈을 꼭 쥐고 있으면 예금에만 돈이 몰리고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미래에 비전 있는 기업에 들어갈 리스크머니가 없는 것이다.
- PB들이 병원에 가서 자녀 상속을 마무리해주기도 한다는데.
김 :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은 없지만 자녀 상속문제는 고객들이 상당히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이다. 상속 트렌드가 요즘 들어 바뀌고 있는데 자식에게 미리 돈을 주면 다 써버리거나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를 피보험자로 해서 연금으로 물려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일시불로 찾을 수 없는 만큼 안전성이 있는 방식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 실버타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삼성생명이 실버타운 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노인들끼리 모여 있으니 서로 불편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우 : 노블카운티는 입주비가 5억~8억원 정도 들고 한 달 생활비가 300만원 정도다. 일단 들어오면 수명이 10년 늘어난다고 할정도로 대표적인 장수촌이다. 전문적인 관리를 해주고 복도에도 에어컨이 나올 정도로 시설이 좋다.(웃음) 이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사회와 격리된다는 면,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지루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버타운 전체를 놓고 보면 전국에 100개 정도 있는데 시설비 때문에 외진 곳에 있고 서로 봉사할 일도 없고 자극받을 일이 없는 것이 문제다. 또 간병기가 오면 치과, 치매, 재활 시설들도 존재해야 하다 보니 자금문제로 시설이 부실해져 부도가 많이 나는 문제도 있다. 그런 경우 전 재산을 내고 들어온 노인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강 : 듣기로 노블카운티에 드는 비용이 일류호텔의 장기 투숙비용만큼 든다고 하더라.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비용이 없는 계층이 다수인데 그들을 위한 연구와 대책이 더 시급하다.
- 은퇴자들의 문제 중 하나는 함께 지낼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네트워크 문제는 어떻게 변해갈 것으로 예상하나.
강 : 기본적으로 노후대비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교류와 관계는 활성화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은퇴한 사람의 80% 정도는 비영리민간단체(NPO)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7%밖에 안 된다. 이러한 NPO활동의 활성화가 사회참여와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시키는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우 : 은퇴문제에 있어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친구관계, 소셜네트워크 관계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비교가 정확히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또래 위주, 지연·학연 위주로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해 있다. 다양한 세대 간의 관계가 약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소멸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는 기부, 봉사, 취미활동을 통해 다양한 계층과 얽히는 문화가 발달해야 한다.
네 번째 화두 부동산 비중 줄이고 체면은 버려라
- 20~30대까지는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기초적인 노후대책만 준비하면 된다고 본다. 40~50대의 경우는 집중적으로 노후대비에 나서야 할 때인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초점을 맞춰 방법을 제시한다면?
강 : 40~50대는 자녀리스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학비, 결혼비용, 주택마련비용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하고 노후대비를 지혜롭게 하는 것이 6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고 본다. 퇴직 후 재취업에 대한 준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 : 부모님 세대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현실을 보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재무설계를 넘어서는 생의 설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또 삶의 비전을 정확하게 가져야 한다. 직장형 인간을 벗어나 사회형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 자기 일에 매달리다 보면 사회형 인간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 : 자기변명이라고 본다. 스크린 골프, 음주, 즐길 건 다 즐기지 않나?
강 : 일주일에 딱 한 시간만 고민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 : 제가 올해 44세인데 제 얘기를 하면 될 것 같다.(일동 웃음) 30대까지는 보통 소득이 크게 늘지 않고 40대에 소득이 가장 늘어난다고 보면 과거 스타일대로 투자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소득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혹자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애가 둘이 있으면 40대에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주택자금에 대한 이자나 자녀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 여유자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몇년간에 불과하다고 의견이 있다.
강 : 자녀리스크 문제가 부각되는 부분이다. 자녀 결혼의 예를 들면 교회에서 하거나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녀교육의 문제는 부모 스스로도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 제 딸을 예로 들면 손자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하는데 왜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없다. 이웃이 보내니 덩달아 보내는 것이다.
우 : 40대들이 경조사비를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도 해볼 필요가 있다. 저 같은 경우 10년 정도 연락 안 되던 사람이 보낸 청첩장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거리가 있는 경우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참 중요한 이야기다. 체면치레가 중시되는 한국문화의 단적인 예가 아닐까.
강 : ‘인간은 타인의 눈길에서 지옥을 경험한다’라는 사르트르의 이야기가 있다.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한 적이 있는가? 나 같은 경우 여의도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아내에게 혼이 났다. 체면이 있지 식당에서 어떻게 혼자 밥을 먹고 있느냐는 질타였다. 불필요한 체면치레를 버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혼자 식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다시 자산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불필요하게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산을 어떻게 유동화해야 할까?
강 : 대형 아파트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 : 얼마 전 일본의 부동산전문가와 서울 시내를 함께 지날 기회가 있었다. 그 전문가에게 이 곳이 한국에서 가장 비싼 초고층아파트라고 소개하자 ‘20~30년 후면 한국도 초 고령 사회가 될 텐데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 답하더라.손절매하고 작은 집으로 가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웃을 것이다. 1980년도에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율이 15%에 불과했는데 현재 48%까지 늘어났다.
김 : 은행 고객들에게 집을 매도할 것을 권유하면 ‘혹시 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인다. 금융자산이 부족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더라도 처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강 : 금융자산이 있으면서 그런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금융자산도 부족한 가구의 경우 결단이 필요하다. 비중을 맞춰야 한다.
우 : 선진국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비율이 6대4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2대8이다. 너무하다.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이 2200조원인데 연간 10%씩 증가하고 있다. 4배 정도의 8800조원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베이비부머의 평균자산을 3억원 정도로 보면 5:5 정도까지 부동산비율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조 : 은퇴 후 해외나 지방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장기적으로 은퇴 후 거주 선호지역은 다시 도심으로 모여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강 : 교외의 시대에서 도심의 시대로 갈 것으로 본다. 출퇴근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도심이 깔끔해지면서 다시 공동화될 것으로 본다. 서울도 마찬가지의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 40~50대 은퇴준비자들에게 덧붙일 조언이 있다면.
강 :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출구관리에 대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고민하면 길이 다 있다. 교육비, 경조비, 체면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은 필수다. 또한 투자습관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펀드 투자는 필수적이다.
우 : 성공적인 은퇴모델이라고 생각했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50~60대는 이미 과거형 인간이다. 그렇지만 뒤를 받치는 40대는 유연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베이비부머가 많은 일을 벌일 것이다. 부동산도 처분할 것이고, 의료비도 증가시킬 것이고, 주거문화도 변화시킬 것이고, 이러한 변화들을 미래지향적 사업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테크 관점에서만 보면 금융자산투자, 주식과 채권에 관한 분산투자, 성장하는 기업과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
김 : 40대는 중간세대라 정의할 수 있다. 자산의 재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비율은 지금보다 줄이고 자신의 투자성향을 정립해 흔들림 없는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 비율을 줄이고 유동성이 뛰어난 금융자산을 늘리라고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