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에선 ‘차화정’이 증시의 화두였다. 그 장세에서 일부 투자자문사가 증시를 쥐락펴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언제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이름은 사라졌다. 대신 그 당시 소외됐던 가치투자의 대가들은 다시 옛 명성을 찾았다. 증시가 좋건 나쁘건 꿋꿋하게 우보행진을 하던 그들이 길게 보니 오히려 옳은 길을 온 것 같다.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2008년 설정 이후 64%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수익률만 따지면 100%에 육박한다. 동종 주식형 펀드 대비 3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박경민 대표의 한가람투자자문은 8년 누적 수익률은 500%에 달한다. 다른 자문사와 달리 꾸준한 수익률 때문에 기관들은 한가람투자자문을 선호한다.
이채원 한투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70%대다.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닌 것 같으나 중간에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시 봐야 한다. 이 펀드는 지난해 코스피가 10% 가량 하락했을 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역시 하락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줬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의 간판 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는 2002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300%가 넘는다. 투자 자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어 가치투자 명품 펀드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요즘 증시는 전망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하다. 시장만 보고 투자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이럴 때 한국의 워런 버핏을 꿈꾸는 가치투자 대가들의 조언은 혼란한 시기를 넘기는 투자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중국의 지갑을 주목하라
"당신의 지갑이 열리는 곳에 가치가 있습니다. 가치 사슬을 봤을 때 주가는 가치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식 가격은 가치에서 결정되고, 가치는 이익에서 결정되고, 이익은 매출로 이어지고, 매출은 소비에서 시작됩니다"
△한국외대 경영정보학 △쌍용증권 펀드매니저△에셋플러스투자자문 운용총괄담당 전무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인문학적 성향이 강한 가치투자자다. 그는 세상의 변화를 먼저 읽고 남들보다 먼저 가치를 발굴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강 회장이 제시한 올해 투자전략의 키워드는 ‘지갑’과 ‘가치의 변화’다. 지갑은 소비를 상징한다. 기업 가치 창출의 출발이 소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지갑이 열리는 곳에 가치가 있습니다. 가치 사슬을 봤을 때 주가는 가치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식 가격은 가치에서 결정되고, 가치는 이익에서 결정되고, 이익은 매출로 이어지고, 매출은 소비에서 시작됩니다. 소비는 우리의 지갑입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 미래에도 있습니다. 그 지갑은 가끔 바뀝니다. 과거엔 미국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인의 지갑입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작년에는 열리지 않았지만 올해는 열리는 지갑들입니다. 그것이 정부의 지갑일 수도 기업의 지갑일 수도 민간부문의 지갑일 수도 있습니다. 경기 하강기에는 정부의 지갑이 열리고 그 반대 상황이면 민간의 지갑이 열립니다.”
문제는 지갑이 열리는 곳이라고 모두 높은 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유는 경쟁 구도 때문이다. 지갑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너도나도 그 쪽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그 가치가 오래갈지, 변화가 없이 잘 갈지 판단하고 다른 측면으로 경쟁 구도를 봐야 합니다. 경쟁이 너무 심해지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갑이 닫히고 있는데도 경쟁 기업들이 사라지면 승산이 있습니다. 한 쪽 눈으로 지갑이 열리는 곳을 보고 다른 눈은 경쟁 구도의 변화를 읽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투자전략을 세울 때 IT산업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치 변화도 잘 봐야 한다고 강 회장은 당부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대기업의 독점적 가치를 대중에게 분산시키고 ‘네트워크’라는 제3의 가치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애플이라는 모델이 생기면서 자산가치의 개념이 모호해졌습니다. 본질적으로 앱스토어는 애플의 자산이 아닙니다. 회계학적 관점에서 어카운팅이 불가능한 것이지요. 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순이익비율(PER)을 많이 얘기하는데 제조업의 가치를 말할 때는 맞을 수 있지만 애플이나 페이스북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옛날 산업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어려운 것이지요. 요즘에는 상상력, 통찰력이 기존 자본재보다 월등한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기업이 유일한 이익을 만들어내는 집단이었지만 이젠 기업 일변도의 과점적 이익을 타파하는(반작용) 집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30~40년간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작용’의 역사였다면 SNS 등장으로 기업 가치를 나눠 갖는 ‘반작용’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동안 강 회장은 중국시장에 천착했다. 점점 더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주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의 양적 성장으로 이익을 받던 한국 기업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 이유는 뭘까.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을 보면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15억6000만t, 1인당 1t이 넘었습니다. 기존 방식의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의미지요. 2006~2008년에는 중국의 성장과 함께 했던 조선과 철강의 주당순이익(EPS)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2009~2010년에도 자동차, 화학, 정유 등 대형 종목이 수혜를 봤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중국의 양적 성장이 끝나고 질적 성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에서 내수, 투자에서 소비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 기업은 수혜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 회장은 “중국과 관련해 지금 중요한 것은 체류형 인구”라며 “미국에서 중국 여행객이 1인당 8000달러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진짜 수출주는 카지노주”라고 덧붙였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제로섬이 아니라 네거티브섬 게임
"지금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네거티브섬 게임을 하는 시기입니다. 누가 덜 잃느냐의 싸움인 것이지요"
△서울대 경제학과 △노무라증권 서울지점 △대우투자자문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CIO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한가람투자자문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자금을 가장 많이 운용하는 자문사로 꼽힌다.
현재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가치투자를 말하기 전에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가치의 혼란’을 먼저 언급했다.
그가 보기에 가치의 혼란은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으면서도 각 분야에서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박 대표는 이런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금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네거티브 섬 게임을 하는 시기입니다. 누가 덜 잃느냐의 싸움인 것이지요. 19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생겼을 때 금 1온스는 20달러였습니다. 그 이후 금은 80배 올랐는데 다우지수는 40배 올랐습니다. 금 사는 것이 더 좋은 투자였다는 얘기지요. 페이스북이 IPO(기업공개)를 하면 가치가 얼마나 커질까요. 지금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4~5년 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1~2년 만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보수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박 대표는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 은행과 건설주를 예로 들며 기존 가치 기준의 맹점을 지적했다.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을 낮췄다고 가치 있는 기업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전제가 다 무효화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땅이 많은 기업이라 해도 만약 땅값이 지금의 4분의 1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면 무조건 산다고 평가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주도 PBR이 0.4인 것이 있습니다. 건설주도 PBR이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요즘 잘 나가는 스마트폰 부품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그 부품을 채택한다면 굉장히 싼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의식주 관련 종목, 사람들의 기호가 잘 변하지 않는 주식에 장기투자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릅니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누가 적게 손해 보느냐, 누가 얼마만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업은 어디일까. 급변하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고르는 방법은 없을까. 박 대표는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할 기업을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2년 전만해도 노키아가 이렇게 될지 잘 몰랐습니다. 의약품 가격이 53% 떨어질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임업체가 나와 나이키의 매출을 줄이고(나이키 운동화 수요자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바람에), 요즘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스마트폰이 게임업체의 경쟁자가 되고 있습니다.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상화되고 있는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를 내놓은 삼성전자 같은 1등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박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발견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며 “전 세계가 고성장하는 국면이라면 2등주, 3등주도 좋지만 지금은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해 위험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채원' 한투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기다림의 미학 가치투자
"가치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하는데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에 임하는 태도입니다. 지수가 떨어진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반대라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지요"
△중앙대 경영학과 △(전)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및 최고운용책임자(CIO)
이채원 한투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답답할 만큼 원칙을 고수하는 가치투자자다. 그의 투자 스타일을 보면 수도사가 고행을 하는 듯하다. 매일 몇 시간씩 종목에 대해 공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가치주를 발굴하고 그래서 하락장에서 강하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과 과도한 설비투자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필수소비재 기업 중에 저평가된 곳을 찾아야 합니다.”
가치투자 전문가로서 이 부사장의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시장에 의존할 생각을 하지 말고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기업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올해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이런 원칙에 입각해 대답했다. “가치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하는데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에 임하는 태도입니다. 지수가 떨어진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반대라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지요.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든 상저하고든 관계없습니다. 상저하고면 당장 사면 되는 것이고 상고하저면 기다렸다가 사면 됩니다.”
이 부사장에게 가치투자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주가 흐름에 저항하며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오르는 ‘천로역정’이다. 시장 전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 역시 이런 방식의 투자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확신과 신념에서 나왔다.
“가치투자는 어렵습니다. 최상의 투자전략도 아닙니다. 사실 외롭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매일 상한가 종목이 나오는데 (가치를 보고) 다른 것을 사야 합니다. 그나마 환매가 들어오면 (가치주를) 팔아야 합니다. 마음 놓고 장기투자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가치투자에 관한 한 펀드매니저보다 개인이 더 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단 반드시 여유자금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여윳돈을 가지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한다면 가치투자만큼 용이한 것이 없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펀드매니저보다 잘 아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의사면 바이오, 약사면 의약품 관련주를 사면 됩니다.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줄기세포주는 사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주부라면 백화점이나 슈퍼에 다니면서 잘 팔리는 상품을 보고 투자전략을 세우면 됩니다. 또 주식투자를 하려면 하루 2~3시간은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를 보지도 않고 도박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밀한 분석과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투자했는데 3~4년 안에 오르지 않는 종목은 가치주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사장이 보는 가치주의 정의는 무엇일까. 성장주? 그것이 아니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 부사장이 보기엔 가치주는 성장과 안정, 수익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가치투자의 반대말로 ‘모멘텀 투자’를 든다. 모멘텀 투자는 가격이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오를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 만을 보고 투자한다. 하지만 성장가치가 아주 높은 IT주를 매입해 10년을 보유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가치투자다. 성장주를 사기 때문에 가치투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가치투자라는 얘기다.
그는 “오뚜기 카레가 잘 팔리는 것을 보고 오뚜기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며 “동아제약과 남양유업이 가치주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알짜 중소형주 빛을 발하다
"가치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장기 가치를 갖고 있는 회사는 주가가 잘 오르지 않아도 배당을 받아 재투자합니다
△고려대 행정학과 △신영증권 주식부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사람들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일컬어 ‘모태 가치투자자’라고 말한다. 그는 신영자산운용에서 거의 20년간 가치투자만 했다. 수익률도 꾸준하다. 허 본부장의 기업 분석 기법은 철저하다.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지표 뿐 아니라 각종 기업 환경과 경영자 리스크를 총괄해 투자에 임한다. 허 본부장은 어떻게 좋은 주식을 발굴할까.
“기업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은 과거 영업과 재무, 투자활동으로 쌓아온 장부 가치와 현재의 수익 가치, 그리고 미래의 성장가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 수준, 주가순이익비율(PER) 등을 참고합니다. 하지만 계량적인 분석자료는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초과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의 과거 10년 재무제표와 연혁을 뒤집어 보며 불황과 호황기 사이에서 기업이 헤쳐 온 과정을 분석해 기초체력을 측정하고, 장부가치와 현재가치를 비교해 본 뒤 오너와 경영자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점검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업탐방과 시장조사, 기업보고서 프레젠테이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기업 고위 관계자와 논의를 통해 정성적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허 본부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여기서 투자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올해 시장에 대해 작년에 비해서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 요소는 여전히 잠재하지만 시장이 내성이 생긴데다 기업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장을 믿고 투자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허 본부장이 더 신뢰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가치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장기 가치를 갖고 있는 회사는 주가가 잘 오르지 않아도 배당을 받아 재투자합니다. 이렇게 계속 사면 주식을 늘릴 수 있고 기업이 제 가치를 받으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가치주의 이익은 시장이 알아줘야 이익이 실현됩니다. 지금까지 보면 3년 단위로 그런 주식들을 시장이 재평가해줬습니다. 시장이 무원칙한 것 같지만 자신의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보니 허 본부장이 운용하는 펀드의 매매 회전율은 75%에 불과하다. 일반 국내주식형의 회전률이 300~40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는 올해는 중소형 가치주가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2010, 2011년에는 경기민감주 중심의 업종 순환매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수익률로는 업종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올해는 경기민감주와 가치주가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키 맞추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외변수는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기업실적의 가시성이 중요한 투자판단 요인이 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분배와 복지정책이 부각되고 환율까지 하락한다면 내수와 중소형 가치주들의 성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제닉과 한미약품, KT&G, 동양기전, 녹십자홀딩스, 삼천리 등을 추천했다. 테마주 열풍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흐름에 부응하는 정책 관련 주는 재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인물과 관계있는 정치인 주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이런 종목은 도박의 영역이고 베팅에 실패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홍어도 홍어 자체의 품질이 나쁘면 먹을 수 없다”며 “투자 대상이 삭힐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