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자본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투자 기법을 구사한다. 공모펀드나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창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방식의 운용을 하는 헤지펀드도 있다. 그럼에도 외부에 구체적인 투자 방법이 공개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헤지펀드가 어떤 기발한 기법을 썼는지 알게 된다. 헤지펀드는 항상 새로운 투자기법을 모색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헤지펀드들이 과거 주로 사용했던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헤지펀드들은 이런 투자기법을 즐겨 활용한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률 추구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 근처의 헤지펀드 밀집지역
헤지펀드 전략에는 선물과 현물 등 상품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와 비싼 종목과 싼 주식을 동시에 매수·매도(공매도)하는 롱 숏, 경영권 변경같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특별 사건을 이용한 이른바 이벤트 드리븐 등 매우 많은 것이 있다. 공모펀드가 기준 지수인 벤치마크를 정해놓고 그것에 비해 초과 수익을 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헤지펀드는 이런 상대 수익률이 아닌 절대 수익률을 추구한다. 시장이나 지수 변동과 상관없이 항상 이익을 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금융공학이나 자산 또는 지수 간 가격 차이, 공매도,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이유도 바로 ‘절대 수익’이라는 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상대 수익을 내는 것보다 절대 수익률을 올리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펀드 매니저의 실력도 좋아야 한다. 헤지펀드의 운용 보수가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높은 이유다. 대체로 헤지펀드는 성과보수로 초과 이익의 20%가량을 취한다. 100억원을 투자해 10억원을 벌었다면 10억원의 20%인 2억원을 성과보수로 챙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높은 성과보수를 받기 위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 전략을 이용할까.
헤지펀드 중 약 3분의 1은 가격이 오를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산업 전망이나 지수의 흐름을 고려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하는 ‘롱 숏 에쿼티’ 방식으로 절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식 가격 평가나 전망은 기본적으로 공모펀드 운용자와 같은 방식으로 하지만 두 방향에 동시에 베팅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롱(매수)와 숏(매도) 포지션 비중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한다. 롱과 숏 포지션 가운데 헤지펀드만의 특기는 숏 포지션(공매도)에서 나온다. 국내 헤지펀드 분야에서 가장 정통한 전문가 중 한 명인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는 “매도 포지션은 추가 알파(수익)을 창출하거나 시장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사용되며 주로 프라임브로커로부터 주식을 빌려 시장에 되파는 방식으로 공매도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식 매수와 공매도 전략은 변동성이 평균적으로 기초 주식시장보다는 낮지만 헤지펀드 전략 중에는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롱 숏 외에도 주식(에쿼티) 거래를 통한 헤지펀드 전략에는 시장 중립형(Market Neutral)과 공매도 중심형(Short Bisa), 섹터펀드가 있다. 시장 중립형은 롱 숏 전략의 변형으로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을 조정해 시장 변동성을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를 위해 같은 시장에서 동일한 산업과 업종에 속하는 종목을 선택해 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결합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하나는 매수하고 다른 하나는 매도해 수익률 차이를 노리는 식이다.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이 평소와 달리 움직였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간 종목을 공매도하고 값이 내린 주식을 매수하면 위험성을 줄이면서 절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시장 중립형의 성패는 동시에 매수 매도하는 두 종목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에 달려 있다.
공매도 중심형은 대세 하락장에서 주로 활용된다.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노려 비싼 값에 미리 주식을 팔고 나중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에서 싸게 매수해 갚아 그 차액을 취하는 전략이다. 이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보통 선물이나 옵션으로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동시에 이용한다. 섹터펀드는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는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국가별 금리 차이나 산업별 차별성을 적극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
롱 숏 에쿼티와 이벤트 드리븐 기법 주로 사용
롱 숏 방식과 더불어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채용하는 투자기법 중 하나가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다.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정보를 활용해 차익을 챙기는 것이 이 전략의 개념이다.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자산매매와 구조조정 등이 발생하면 기업 가치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기업 가치가 갑자기 크게 올라가는가 하면 급전직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기업합병 차익거래(Merge arbitrage) 방식과 부실채권 투자(Distressed securities)가 그것이다.
기업합병 차익거래는 대표적인 헤지펀드의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다. 인수 대상 기업은 대체로 주가가 상승하고 인수하는 기업은 자금 부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바로 이점을 이용해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인수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도한 뒤 두 기업의 주가가 평균점을 찾으면 그 차익을 실현한다. 하지만 정부 규제나 주주들의 반대 등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인수·합병이 늦어지거나 실패하면 손실을 보거나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합병 차익거래를 ‘위험 차익거래(Risk arbitrage)라고도 한다.
부실채권 투자는 어떤 상장기업이 파산에 몰리거나 부도가 난 뒤 그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 고수익 채권이나 정크 본드를 거래해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망가져 채권 값이 쌀 때 매입해 기업이 정상화되면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성공의 열쇠는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기업의 채권을 찾는 데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장의 불균형성을 활용한 것으로 이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는 부실기업에 대한 정보 등을 면밀하게 추적한다.
전 세계 통화, 금리, 주식, 상품 등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가격 차이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추구하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도 헤지펀드의 운용 방식 중 하나다. 1990년대 헤지펀드들이 태동하면서 이 전략을 많이 활용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했을 때 헤지펀드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이용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에 앞서 1992년 유럽통화 위기 때도 헤지펀드가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의 불일치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가격 변동이 생기기 전에 미리 그 흐름을 예상하고 베팅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 예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가 곧 평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파운드화 100억 달러어치를 한꺼번에 팔았다. 이로 인해 파운드화 시세는 급락했고 퀀텀펀드 투자자들은 무려 10억 달러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소로스와 더불어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도 비슷한 전략으로 대박을 냈다. 폴슨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이 증권의 시세 차익을 이용한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 증권의 기초 자산인 미국 주택 가격이 흔들리고 있어 모기지 증권 시세도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폴슨은 2008년 영국 금융업체를 통해 모기지 증권의 공매도를 감행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그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그는 금융위기로 다른 투자자들이 빈사 상태에 빠졌을 때 시장의 흐름을 기회로 잡아 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글로벌 매크로 전략 투기성·변동성 단점
물론 헤지펀드가 항상 이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강창주 상무는 “영국 파운드화로 재미를 보았던 퀀텀펀드는 1998년 러시아가 국가채무를 동결을 선언했을 때 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1999년에는 인터넷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해 공매도 전략을 취했으나 하락시기가 늦어져 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매크로 전략은 레버리지(차입)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투기성과 변동성이 큰 단점이 있다.
금과 은, 원유 같은 원자재와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절대 수익을 올리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역시 헤지펀드가 활용하는 단골 전략이다. 선물시장에서 매수와 매도 전략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는 롱 숏 전략과 비슷하다. 그러나 상품 가격이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매크로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스템을 구축해 펀드매니저들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추세에 따라 자동적으로 매매하는 방식과 운용자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는 전략이 있다.
신흥시장에서 일어나는 역동성을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도 있다. 신흥시장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헤지펀드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신흥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가가 대부분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노린다. 주식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할 때 블루칩이 될 만한 주식을 싼 값에 사서 나중에 충분히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아 수익을 남긴다. 1990년대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이 열렸을 때 상당 수 헤지펀드는 SK텔레콤 주식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 철수했다. 신흥시장은 또 경영권 분쟁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이용해 주가 요동칠 때 저가 매수, 고가 매도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헤지펀드 전략 중에는 전한사채 등 특수한 채권과 주식의 상대적 가치를 이용하는 것도 있다. 이중 전환사채 차익거래는 어떤 기업의 전환사채를 매수하고, 그 기업의 주식을 매도해 주식 변동성의 위험을 줄이면서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 수익을 선택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더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 고정수익증권 차익거래도 비슷한 구조다. 이 방식은 고정수익증권의 이자율 변동성에서 나타나는 가격 차이를 활용해 수익을 낸다. 주식과 채권, 옵션, 선물 등 수익증권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괴리를 보일 때 상대 가치 변화를 포착해 수익을 노리는 통계차익거래도 헤지펀드의 투자기법에 속한다.
헤지펀드의 운용기법은 대체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헤지펀드는 모두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이유는 일정 시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낸 일부 헤지펀드의 홍보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헤지펀드는 대박을 내기보다는 8~10%의 절대 수익을 꾸준히 올려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한번 대박을 내기보다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을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헤지펀드 운용 고수들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 훨씬 전문적이고 어려운 투자기법이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화려하지 않지만 장기 수익률을 올리는 헤지펀드를 선별하는 눈이 있어야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고 증식시킬 수 있다.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없어 헤지 오프 헤지펀드(재 간접펀드)에 가입하는 일반인들도 이런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 헤지펀드 전략 분류 및 전략별 특성
*전략│전략설명│수익/리스트
Relative Value
·관련 자산 간의 mispricing을 이용하여 수익을 거두려는 전략. ·자산의 가격이 정상, 또는 예상가격에서 벗어나는 경우 그 가격의 차이를 확보
·목표수익 : RF + 3~5% ·연 예상변동성 : 3~5%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 Distressed
·Event driven :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Event 발생시 그 Event를 활용해서 차익을 확보 ·Distressed : 부실채권거래를 통해서 수익 ·주요 Event : 부실채권 발생, 기업 합병, 기업 개선작업
·목표수익 : RF + 4~6% ·연 예상변동성 : 4~7%
Equity Long/short
· Bottom-up, 또는 Fundamental 분석을 통해서 개별 종목이나 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설정하고 그 전망에 따라서 주식을 Long/Short 하여 수익을 확보
·목표수익 : RF + 6~9% ·연 예상변동성 : 8~14%
Macro/Tactical Trading
·대부분 Top-down 분석에 의해서 글로벌 자산의 추세에 대한 베팅 ·Macro : 경제분석의 결과를 다양한 자산에 대한 베팅을 통해서 수익으로 연결 ·Managed Futures :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물·옵션을 매수·매도(주로 systematic 방법 사용)
·목표수익 : RF + 3~6% ·연 예상변동성 : 8~12%
[장박원 / 매일경제 증권부 차장 jangba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