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길었던 지난 설 연휴.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윤성홍 씨는 바쁜 업무 탓에 귀향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설 당일에도 홀로 출근한 윤씨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는 윤씨 같은 싱글족을 위해 ‘설음식 도시락’을 출시, 일주일 동안 한정 판매했다. 소불고기볶음, 오미산적, 부추전 등 7가지 반찬에 가격은 4000원. 도시락에 즉석사골떡국을 포함한 세트가 5000원이었다. 2009년 추석부터 명절마다 내놓은 훼미리마트의 한정판 도시락은 매년 40% 이상 매출신장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늘며 소비자 흡수가 가장 빠른 유통채널로 동네 ‘편의점’을 꼽는다. 필요한 만큼만 사려는 소량구매 소비패턴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의 장점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특히 간편식 먹을거리의 매출이 독보적이다. 훼밀리마트의 경우 2009년 대비 지난해 일평균 판매 신장률이 58%나 뛰어 올랐다. 올해는 40%의 판매신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소포장 채소청과도 인기다. 1인 분량의 채소청과 매출은 지난해 4월 대비 올 2월 매출이 7배나 증가했다. 1500원 미만의 소포장 채소청과의 경우 올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나 증가했다. 보광훼미리마트의 유선웅 상품기획팀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에서 묶음 상품을 구입하면 지출이 늘기 때문에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싱글족이 늘었다”며 “싱글족의 쇼핑편의를 위해 상품 종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의 약진에 대형마트의 싱글족 타깃 마케팅도 눈에 띈다. 서울역점을 비롯해 8개 점포에 가정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상품전용 존을 만든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2008년 대비 30%나 늘었다.
소형가전 분야도 싱글족의 소비패턴을 제대로 파악했다. 전자제품 전문점 하이마트에 따르면 1~2인 가구가 주요 구매고객인 150ℓ이하 소형냉장고, 6kg 이하 일반세탁기, 3~6인용 전기밥솥 제품의 수요가 최근 2년간 15~45%가량 증가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성인 자녀가 단독세대로 독립하는 경우가 많아 20~30대의 미혼 단독세대가 늘었고 결혼이 늦어 소형가전제품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1인 소비파워의 약진에 가구업계도 싱글족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1인 가구 등 소형평형의 주거공간이 늘자 이른바 공간절약형 가구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구업계의 싱글족 마케팅은 브랜드 메이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보르네오가구가 싱글 가구 브랜드 ‘꼬모도’를 출시하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문 대신 롤스크린을 달아 가볍고 여성 혼자서도 쉽게 옮길 수 있게 고안했다. 한샘의 온라인 전용 모듈형 가구 브랜드 ‘샘’은 TV와 PC, 화장품 등의 수납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원룸에 사는 싱글족을 공략하고 있다. 리바트의 온라인 전용가구 ‘이즈마인’과 에넥스의 ‘스마트’도 싱글족 겨냥 마케팅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가구업계의 싱글족 공략에 온라인 쇼핑몰도 힘을 보태고 있다. CJ 오쇼핑의 CJ몰은 4월10일까지 온라인 가구박람회를 개최한다. 한샘, 리바트, 까사미아, 에이스침대, 시몬스침대, 보루네오가구, 듀오백 등 주요 가구업체는 물론 중소업체들까지 모두 합쳐 100여 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번 이벤트에서 CJ몰은 싱글족을 위해 새롭게 론칭한 가구 브랜드 ‘바이미(by me)’를 선보인다. 바이미는 에넥스와 CJ몰이 공동 개발한 브랜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다. 원룸이나 작은 평형에 거주하는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공간 활용도가 높은 다기능 가구 10여 종을 우선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