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9일 미국의 그룹폰(Groupon)이라는 회사는 의류 브랜드 갭(GAP)의 미화 50달러 상품교환권을 반값인 25달러에 선보여 24시간 동안 무려 44만 개를 팔아치웠다. 금액으로 따지면1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32억원쯤 된다. 국내 유수의화장품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와 설화수가 1년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올린 매출액(130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설립한 지2년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3억5000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고, 이익률은 30%에 달한다. 백화점, 대형마트나 온라인 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값 할인으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성과다.그룹폰 같은 회사가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회사에서 하는 일을 사람들은 ‘소셜쇼핑 서비스(Social Shopping Service)’라고 부른다.
왜 소셜인가?
소셜쇼핑을 단순히 ‘하루에 한 가지 상품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사고파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념이라면 굳이 소셜이란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매매라는 행위 자체가 이미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의 사회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하루에 한 가지 상품을 싸게 파는 곳을 일컫기 위해서는 ‘1일 특가전문 사이트’ 정도로 충분하다.소셜쇼핑은 일정 규모 이상의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상품 구매 의사를 밝혀야 통상 50%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붙은 상품(서비스 포함)에 대한 매매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즉 인터넷을 통해 특정 품목을 하루 동안만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되 사이트 운영자가 사전에 정한 최소 물량이 팔려야 거래가성사된다는 얘기다. 최대 물량도 정해진다. 구매자는 할인 혜택을,판매자는 대량판매와 홍보효과를 동시에 누린다. 배송할 필요 없는 외식권, 상품 교환권, 서비스 이용권 등이 주로 거래된다.
판매자 A사가 2만원짜리 공연 티켓 교환권을 소셜쇼핑 사이트를통해 어느 날 0시부터 24시까지 절반 값인 1만원에 판매한다고 치자. 구매자 B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 귀가 솔깃해 0시를 지나기가 무섭게 구매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B가 하는 행동이 심상찮다.친구들한테 “나 A에서 공연 티켓 반값에 샀어”라며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도 같은 내용을 올린다.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등을 통해B의 전보를 접한 C도 A사에서 공연 티켓 할인권을 주문하기가 무섭게 B처럼 트위터로 A사의 할인 행사를 홍보하고 다닌다. 길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A사의 티켓 할인 판매는B와 C가 사는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B나 C가 마치 A사 마케팅팀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처럼 입소문을 내는 까닭은 1000명 이상의 소비자가 티켓을 사지 않으면 1만원으로 이 공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카드결제는 취소되고 B, C의 티켓 구매는 무효가 된다.
왜 A사는반값 판매를 하면서 이런 제한 조항을 달았을까. 당초 1000명 이상에게 티켓을 팔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공연사로부터 티켓 반값 판매를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공연사는 이문을 줄이는 대신 수많은사람들에게 티켓을 팔아치우겠다는 심산이다. A사도 공연사도 B나 C만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 할인 혜택을 제공해줄 만한 자선사업가가 아니다.B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마케팅 덕에 A사는 목표량인1000장을 훌쩍 넘겼고, 오후 10시께에는 준비한 4000장이 모조리 동났다. 여유분 티켓을 박리다매(薄利多賣)해 A사와 공연사는수익을 나눠 갖는다. 마케팅 비용은 따로 들지 않는다. “당신들이사야 나도 살 수 있다”고 열심히 외치지 않으면 티켓 매매 자체가없던 일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소비자들이 무상으로 마케팅 도우미를 자처했기 때문이다.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보고 구매 여부만 결정해야 했던 소비자들이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른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셈이다.이미 사회적 개념인 쇼핑에 소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왜 2010년인가?
사실 공동구매나 경매도 넓은 의미의 소셜쇼핑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 공동구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집단적 구매를 결의하고대량구매를 이유로 판매자에게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사회적 행위를 한다. 경매에서 소비자들은 조심스러우면서도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상품의 가격 결정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같은 구매 방식은 소셜쇼핑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폭발적이지 않았다. 공동구매에 참여할 소비자들이나 경매의 응찰자들은특정한 집단에 속해 있거나 특별한 목적의식을 공유한 사람들로제한됐기 때문이다.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온라인 공동구매와 온라인 경매도 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이베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을 등장시킬 정도로 기업과 개인 간(B2C)의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기반일색이던 유통업계의 한 축을 온라인 기반의 유통업체들이 장악하게 됐다는 해석에서 그쳤다. 여전히 공동구매와 경매의 주체는 소비자보다는 판매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그룹폰의 성공을 신호탄으로 소셜쇼핑이 유행하게 된 배경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등장이다. SNS를 통해 소비자들은무서운 속도로 인기 상품의 파격 할인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됐고,이 같은 속도를 발판삼아 소셜쇼핑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자가 주도하는 기존의 공동구매와 달리, SNS와 결합한 공동구매인 소셜쇼핑에서는 소비자가 스스로 다른 소비자들을 공동구매에 참여시킨다. 소셜쇼핑업체나 이 업체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마케팅 인력이나 광고비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고객들의 입소문이 마케팅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소셜쇼핑 시장 현황
소셜쇼핑의 대명사는 단연 미국의 그룹폰이다. 2008년 11월 미국시카고에서 창업한 그룹폰의 영역은 현재 미국 67개 도시를 비롯해 유럽, 러시아, 일본 등 해외 14개국에 이른다. 직원 수도 1000여 명에 달한다.그룹폰이 SNS 친구들을 공동구매로 끌어들일 수 있는 ‘SNS 입소 문 단추’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리빙소셜(Livingsocial)은 세 명의구매를 이끌어낸 사람에게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으로 그룹폰을 추격해 2위 업체에 등극했다.낮은 시장 진입 장벽 때문에 전 세계에서 지난 2년간 생겨난 소셜쇼핑업체들은 부지기수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에서만 500~1000개가량의 관련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소셜쇼핑의 경쟁력은 이용자 수에 기반을 둔 구매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월간 순방문자 수가 32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지역정보 사이트인 ‘옐프(Yelp)’도 지난 9월 미국 샌디에고 지역에서 요가 수강권 판매를 시작으로 소셜쇼핑 사업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위폰(www.wipon.co.kr)’을 필두로 현재약 100개의 업체가 소셜쇼핑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연내 60개이상의 소셜쇼핑 사이트가 개설을 앞두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모든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한데 모은 메타 사이트 ‘다원데이(www.daoneday.com)’에 따르면, 지난 3~10월 누적 매출 1위 업체는 티켓몬스터(70억원•www.ticketmonster.co.kr)다. 7월 전국 5대주요 도시에서 시작한 티켓몬스터는 12명이라는 적은 인력을 토대로 18%의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월8일 문을 연 나무인터넷의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위메프•www.wemakeprice.com)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10월 누적매출 2위, 월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의 창립 멤버들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다. 위메이크프라이스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하루 동안 10만 장 이상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기업의 진출도 눈에 띈다. 먼저 국내 양대 유통공룡인 신세계와롯데가 각각 신세계몰과 롯데닷컴으로 소셜쇼핑 사업에 뛰어들었다. 벤처기업 수준의 중소업체들의 각축장에 상품 조달 능력에서앞서는 유통 대기업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신세계는 지난 10월25일 정가 3만2000원인 ‘63빌딩 빅3 관람권(스카이아트 + 씨월드 + 왁스뮤지엄)’을 54% 할인된 1만4800원에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백화점업계 최초로 소셜쇼핑 사업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몰인 신세계몰에 별도로 구성한 소셜쇼핑 코너인 ‘해피 바이러스’를 통해서다. 해피 바이러스는 유명 캐주얼 의류 갭과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시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조선호텔 베이커리 등 신세계 계열 회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30~60% 할인가에 선보이고 있다.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닷컴도 같은 달 친구, 가족 등 지인들이 그룹을 만들어 쇼핑 시 구매 금액에 따라 롯데 포인트 최고 50만 점(50만원 상당)을 제공하는 ‘쇼핑 위드 미’ 행사를 통해 소셜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견기업인 웅진씽크빅(패밀리CEO)과 인터파크(하프타임)도 가세했다.
다원데이에 따르면, 국내 소셜쇼핑업체들의 8개월간 누적 매출은 228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들이 이 기간 판매한 티켓만 138만 장에 달한다. SNS 보편화에 따라 많은 중소업체들이 너도나도 소셜쇼핑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데다, 대기업까지 가세하게 되면 내년에는 국내 소셜쇼핑 시장이 2000억원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율 신세계 백화점부문 온라인사업담당 전략영업팀장은 “지난 10년간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면, 향후 10년은 온라인 쇼핑에서 소셜커머스로 넘어서는 시기라 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가 해피 바이러스를 통해 소셜쇼핑에 나선 이유”라고 전했다.
소셜커머스로서의 소셜쇼핑
2005년 야후는 회원들의 장바구니 목록 공유 서비스인 쇼퍼스피어(Shoposphere)를 공개하면서, 이를 소셜커머스라고 불렀다. 소비자들이 각자의 상거래 경험을 공개하고 서로 공유하는 것을 칭했던 이 말은 SNS가 보급되면서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SNS를 활용하는 것을 총칭하는 용어로 변했다. 소셜쇼핑은 이러한 소셜커머스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쇼핑 말고도 다양한 유형의 소셜커머스가 있다. 대표적으로 프라이빗쇼핑클럽을 들 수 있다. 프라이빗쇼핑클럽은 누구나 쇼핑에 참여할 수 있는 소셜쇼핑과 달리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다. 유명 브랜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판매 수량과 판매 기간이 한정돼 있다. 클럽의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상품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한다. 여기까지는 소셜쇼핑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초대받은 소비자만 회원으로서 쇼핑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프라이빗쇼핑클럽은 회원 초대와 상품 홍보 과정에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소셜커머스로 꼽힌다.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셜커머스 서비스다.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1위인 ‘Venti-Privee’가 대표적인 프라이빗쇼핑클럽이며, 미국에서는 지난해 매출 1억7000만 달러 규모인 ‘Gift Groupe’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로 이익률이 높은 고가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로 유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이들 업체들에 수천만 달러 규모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페이스북에 쇼핑몰 페이지를 여는 ‘F-커머스’도 최근 뜨고 있는 소셜커머스다. ‘구글링’ 대신 ‘페이스부킹’이란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이미 미국에서 페이스북의 인터넷 트래픽은 구글을 넘어선 상황이다. 일종의 SNS를 넘어 5억 명 이상의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회원이 확보된 페이스북의 강점을 활용해 베스트바이, 까르푸, 델, 스타벅스, P&G 등 기업들은 페이스북에 쇼핑몰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F-커머스에 나서고 있다. 델타항공은 아예 페이스북을 통한 티켓 예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셜쇼핑 서비스 확산에 따라 어떤 소셜쇼핑 사이트에서 상품과 서비스 쿠폰을 사야 할지 망설이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에 착안해 나타난 ‘딜 어그리게이터(Deal Aggregator)’라는 소셜커머스 유형도 등장했다. 수많은 소셜쇼핑 사이트들의 판매 정보를 한데 모은 것이다. 통상 지역별, 품목별로 상품 판매 정보를 제공하고, 특정 지역과 특정 품목으로 한정해 정보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소셜쇼핑 서비스 이용 패턴과 쇼핑 선호도에 따라 맞춤식 구매 제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눈에 띄는 위치에 특정 소셜쇼핑의 상품 판매 광고를 게시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이 딜 어그리게이터의 주된 수익원이다. 국내에서는 다원데이가 대표적인 딜 어그리게이터다.
이밖에 신상품의 사전 판매, 재고품 할인 판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다이렉트 딜 피드 채널(Direct Deal Feed Channel)’, 체크인
(방문기록을 포스퀘어나 고왈라 같은 위치 기반 SNS에 남기는 것) 빈도나 누적 회수에 따라 경품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위치 기반 SNS 프로모션’도 소셜커머스의 범주에 속한다.
소셜쇼핑으로 온·오프라인 경계 무너진다
허다한 소셜커머스 유형이 있지만, 해외나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소셜커머스 유형은 소셜쇼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 전문가인 김철환 블로터닷넷 소셜커머스랩장은 10월 디지에코(www.digieco.co.kr) 보고서에서 “소셜커머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소셜쇼핑”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단순하지만 매출 창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셜쇼핑은 지역 기반 서비스다. 특정 지역의 식당, 미용실, 커피숍 등의 쿠폰을 온라인에서 구입해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소셜쇼핑은 온라인에서 SNS를 통해 대거 끌어 모은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제휴마케팅업체인 트라이얼페이(TrialPay)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램펠은 지난 8월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TechCrunch>에 쓴 칼럼을 통해 “그룹폰은 O2O(On2Off: online-to-offline) 커머스”라고 했다. 그는 또 “O2O 커머스는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을 찾아내 그들을 실제 매장으로 이끈다”며 “인터넷이 등장한 이래 그룹폰이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빨리 고수익을 달성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미국인이 1년에 온라인 쇼핑에 쓰는 돈을 1000달러, 연간 소득을 4만 달러라고 하면, 나머지 3만9000달러에서 세금을 뺀 금액은 커피숍이나 식당, 주유소, 세탁소, 미용실과 같은 가두 상점에서 쓰일 거라는 얘기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아직 오프라인에서 가져오지 못한 수요를 소셜쇼핑이 대거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관건은 소비자 신뢰 확보
‘50% 이상 파격적인 할인가에 선보입니다.’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사는 일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다. 물건을 제값을 다 주고 사면 마치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더욱 값싼 상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업체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할인’을 내세운다. 제조업체나 협력업체들에게 납품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판매가를 낮추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통업체 스스로 역마진을 감수할 정도로 마진을 낮추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자기 돈을 과감하게 풀어서라도 할인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여름 한 오픈마켓은 9000원대짜리 방수팩을 900원대에 팔았다. 파격적인 할인의 비결은 이 업체가 나머지 금액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 비용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탄탄한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을 끌어 모아 앞선 경쟁사들을 제치기 위해 쓰는 극약 처방이다. 정상가를 허위로 높게 책정함으로써 할인율을 부풀리거나 할인 상품이 아닌 상품을 할인 상품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더러 있다. 유통업체가 내세운 할인가가 실제 정상가보다 높은 웃지 못 할 풍경도 연출된다.
유통업체들이 싸게 파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소비자들이 싸게 사는 방법은 같다. 기존가와 할인가를 살펴본 후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면되는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능동적으로 책정한 가격에 소비자들은 수동적인 선택을 할 뿐이다. 이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매대나 상품 페이지로 발길이나 눈길을 돌릴 뿐이다. 하지만 소셜쇼핑으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주어진 상품을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매장 매대에서 특정 제조업체 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거나 아예 빼버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SNS에 기반을 둔 소셜쇼핑은 신뢰를 생명으로 한다. 트위터에서 팔로우한 사람과 페이스북의 친구는 오픈마켓 댓글 작성이나 상품 점수 평가에 참여한 익명의 누군가보다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상품 판매에 대한 좋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힘이다. SNS의 이 같은 힘과 낮은 시장 진입 장벽을 바탕으로 많은 업체들이 소셜쇼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 원리로 나쁜 소문도 무서운 속도로 퍼진다는 사실에 소셜쇼핑 사업자들은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철환 소셜커머스랩장은 “(소셜쇼핑 사업자들은) 공산품이 아닌 식음료, 뷰티, 공연 등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품질 보장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분별하게 상품을 발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을 갖추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사업을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한 유명 소셜쇼핑 사이트도 공연 직전 일에 공연 티켓 판매를 취소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는 “상품 발굴, 고객 관리에서 신뢰를 지켜내는 소셜쇼핑업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O2O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이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