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플레이션시대 수익 올리는 비법] Part Ⅱ 서울머니쇼 65명 전문가가 말하는 전략 6대 키워드 ‘리바운드(RE.B.O.U.N.D)’
신찬옥 기자
입력 : 2022.06.02 11:14:13
수정 : 2022.06.02 11:14:57
2022 서울머니쇼에서는 국내외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생애설계 등 주요 분야 65명의 재테크 전문가들이 38개의 세미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테크 6대 키워드로 ‘리바운드(RE.B.O.U.N.D)’를 꼽았다. 코인 등 고위험 자산 거품 해소 이후 경쟁력과 소유 가치가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점진적 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머니쇼
▶REcession: 미국, 올해 금리 2.5%p 더 올린다고?
접두어인 ‘RE’는 경기 침체(recession)를 뜻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는 기정사실이 됐다. 머니쇼 기조연설을 맡은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은 이제 시작됐다. 이를 어떻게 해서든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은 올해만 최소 5번 기준금리를 0.5%p씩 인상할 것”이라며 “현재 시장 유동성이 너무 풀려 있어서 통화 긴축 규모가 대부분의 예측보다 방대할 것이며 위험자산의 가격 변동성도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의 ‘닥터 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7월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했기 때문에 올 상반기부터 선진국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내년 하반기께 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3월 8.5%를 찍는 등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 임금 인상으로 인한 공급난이 겹쳐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저금리의 힘으로 버티던 자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Bubble 붕괴: 루나발 코인 시장 위기… 거품 빠지기 기다려라
두 번째 키워드 ‘B’는 ‘거품(Bubble)’을 상징한다. 올해 머니쇼 연사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고평가된 자산들은 최근 거품 해소 과정을 겪고 있으며 그 기간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머니쇼가 개막한 지난 5월 12일 루나·테라발 가상화폐 급락장이 시작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주가가 치솟았던 국내외 기술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광고적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뜻하는 ‘스테이블코인’ 역시 각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조차도 많은 이들의 기대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루나 외에 다른 스테이블코인발 가격 리스크도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때 시총 4위까지 올랐던 루나 프로젝트가 실패했는데도 비트코인의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면서 시장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증거로 낙관하는 의견도 있었다.
▶Opportunity: 에너지·금융주 등 일부 업종 투자 기회
자산 시장 조정이 예상보다 짧게 끝나고 바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글로벌 투자부문 최고투자전략가는 “경제 성장이 크게 둔해지거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면 연준은 긴축 기조에서 다시 완화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현재 초과수익률을 기대해볼 만한 업종으로 에너지와 금융 섹터를 추천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원가 부담을 고객에게 고스란히 떠넘길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에너지·정보기술(IT)·필수소비재·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경쟁자 대비 압도적인 지배력을 의미하는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도 유망하다. 머니쇼 연사로 나선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본부장은 대표 종목으로 디즈니,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꼽았다.
투자지형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자산을 선별해야 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파트장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원자재, 상품, 실물자산, 귀금속 등 대체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경기방어주와 배당주 등 기업의 현금 흐름도 고려하자”고 추천했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부문 본부장은 “전기차·2차전지·반도체·사이버보안과 같은 혁신 성장 테마 ETF는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여행·레저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 ETF와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도 유망하다”고 봤다.
▶U-turn: 자국 기업 유턴과 인프라 투자 전성시대
글로벌 유턴 움직임도 올해 머니쇼 키워드로 꼽혔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 등 자국 산업 강화와 복귀 움직임을 뜻한다. 이에 따라 건설 등 인프라 투자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블리’로 유명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이사는 서울머니쇼 강연에서 “탈세계화의 유턴은 중국과 미국의 인프라 투자 경쟁을 이끌 것”이라며 “철강, 건설기계, 강관(파이프), 해외건설, 정유 등은 올해 수익률이 다른 업종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이사는 재테크 전략 키워드로 ‘포스트코로나, 인플레이션, 탈세계화’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는 편의점, 오프라인 결제(키오스크, 라벨 프린터), 캐주얼 패션, 콘택트렌즈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가격전가가 가능한 구조적 수요가 증가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음식료, 철강, 건설기계 등이 있다. 탈세계화 시대에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고유가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손절에 따른 조선, 강관(파이프), 해외건설, 정유 등을 꼽았다.
이래학 사이다경제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미국 소비재 위주의 배당주 투자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리츠를 추천했다. 특히 리츠 중에서도 주거용 부동산이 아닌 통신설비 관련 리츠를 유망하다고 봤다. ‘무극선생’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향후 유망 업종으로 수소 경제, 우주 산업, 통신, 방위 산업, 부울경 메가시티 관련주, 모빌리티 등을 꼽았다.
▶NFT: 수집 욕구 일으키는 디지털 자산 가치 급등
다섯째 키워드는 NFT(대체불가능토큰)의 ‘N’이다. 2022 서울머니쇼 화두는 ‘디지털, 재테크를 만나다’였다. NFT 관련 기업 부스를 찾은 이들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NFT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기술까지 이해하는 전문가급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 대표는 “2021년은 ‘예술’의 시대였다면 2022년은 ‘수집품’의 시대”라면서 “단순 미술작품 수집을 넘어 수집품으로 NFT를 모으고, 그 NFT 프로젝트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투자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희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와 이강민 메타콩즈 대표는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두희 대표는 “NFT는 소유권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만큼, 소유권을 시각화하는 분야인 ‘티켓’ 등이 NFT로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라면서 “금방이라도 블록체인 지갑을 개인이 열어서 NFT를 불러와 이를 입장권처럼 인증하고 들어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민 대표는 “실행력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하고 “NFT를 책으로 공부하기보다는 그냥 수업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투자해서 구매해보고,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운영주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직접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2 서울머니쇼 ‘Open-Sky NFT마켓’ 부스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등록하고 있다.
▶Dollar: 달러·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
마지막 키워드는 재테크 고수들이 투자 피난처로 택한 ‘달러(Dollar)’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 연준이 올해 내내 인상한 다음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수 있다”며 “통화 긴축이 이뤄지면 달러가치는 더욱 강세를 띨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타국 통화 대비 매력도가 커지면서 달러 수요가 몰린다. 스티브 브라이스 전략가 역시 “중국이 코로나 봉쇄에 나서면서 강달러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며 “주식 비중을 높인다면 안전자산인 금 비중도 함께 늘려가는 것이 효과적인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선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워딩이 나왔다. 그는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지 않지만 연쇄적인 영향으로 교역 파트너의 제한적 성장,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역풍을 맞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경제가 부양책으로 살아나고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돌아오면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강달러였고 이는 코스피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하반기 달러가 정점에 이르면 한국 주식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