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 경제에 여진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예측하지 못할 변수의 등장을 제외하고 새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염두에 둘 만한 변수는 여러 가지다. ▲인플레이션 압박 속 각국 중앙은행의 시중 유동성 조이기 속도전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국·중국 간 갈등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 전략산업 주권 경쟁 ▲유럽발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리스크 ▲미국 민주당 증세 논의 ▲코로나19 변이 확산 속 공급망 대란 지속 ▲중국 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 ▲MZ세대 개인투자자들이 몰고 온 밈 투자 열풍이다. 이와 관련해 당장 주목할 만한 변수 4가지를 추려본다.
▶각국 중앙은행 유동성 조이기 가속화
미국 인플레이션 압박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시중 돈줄 조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속도를 내고 기준금리 격인 연방기금금리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정상화’로 불리는 두 정책,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 돈줄을 조임으로써 물가 상승세를 잡는 것이 목적이다. 뉴욕 증시 입장에서는 하방 압력으로 통한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의 움직임이 시장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는 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와 연준이 보따리를 푼 돈(유동성)이 여전히 대유행 이전보다 많다는 점을 들어 2022년에도 뉴욕 증시가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2021년 12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후 성명을 내고 “테이퍼링 속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이어진 탓에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2021년 11~12월 두 달 동안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왔는데, 2022년 1월부터는 축소 규모를 300억달러로 늘림으로써 같은 해 3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연준은 경기 부양 목적으로 매달 1200억달러(국채 8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씩 자산을 매입해왔다. 국채와 MBS를 사들이는 것은 연준 입장에서는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고, 시장 입장에서는 그만큼 유동성이 더 풀린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은 물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미국 실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진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날 연준은 FOMC 회의 결정문에서 “일자리 시장이 나아지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표현해온 문구를 삭제했다. 연준은 그간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공급망 대란 현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해왔지만 물가 상승세가 오히려 커지면서 입장을 바꿨다.
한편 연준은 2022년부터 최소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00~0.25%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일자리 시장이 완전 고용을 달성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면서도 “지금 경제는 빠르게 완전 고용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2022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2023년에도 추가로 세 차례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총 18명의 FOMC 위원 중 10명이 2022년 연 0.88~1.12%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5명은 연 0.63~ 0.87%를 내다봤다. 이런 인상 속도는 이전 회의 때 공개된 것보다 가파르다. 2021년 9월 FOMC 회의에서는 위원 18명 중 절반인 9명이 2022년 연 0.13~0.37%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앞서 같은 해 6월에는 대다수가 2022년 동결(2023년 첫 인상)을 내다봤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기준금리 등에 대해 무기명 투표한 것으로 시장에 대한 통화정책 시그널링 역할을 한다.
2022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충분할지에 대해서는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준이 2021년 내놓은 정책 가운데 가장 매파적이라고 보고 있다. 연준은 2021년 12월 FOMC 회의를 통해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지난 9월(2.2%)보다 높였고,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3.5%로 낮췄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미중 관계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와 5G(차세대 네트워크), 희토류, 증시, 대만·홍콩 이슈, 중국의 신장지구 인권 탄압 문제 등 여러 부문에서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각 부문별의 갈등이 부각될 때마다 뉴욕 증시에서는 관련 종목 주가가 들썩여왔다. 미국에서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98개의 종목 주가를 따르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HXC)’지수가 지난 한 해 40% 넘게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시작부터 양국이 팽팽한 외교 신경전을 벌일 무대는 2022년 2월 4~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영미권 주요국인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해당국 주요 정치인의 행사 불참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수단 불참과 같은 실질적인 불참은 아니다. 다만 이들 국가와 중국 간 외교 갈등은 그간 첨단 기술과 무역을 둘러싼 보복전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불화도 미중 갈등의 중심축 중 하나다. 대만에서 중국이 2025년 대만 무력 통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 가운데 중국은 대만을 향해 “미국과 독립을 꾀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거부하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며 강압적으로 나오고 있다.
양안 갈등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도 거리가 멀지 않다. 미국은 중국산 2차전지(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의 협력, 또 미국 반도체 업계의 자급자족 능력 키우기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입장이다.
뉴욕 증시 차원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미중 증시 갈등’이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처럼 중국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압박에 따라 자진 상장폐지한 후 홍콩·중국 증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27개 주요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는 식으로 뉴욕 증시 의존도 줄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폭로해 이름을 알린 미국 유명 공매도 투자자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리서치 설립자는 “디디추싱 등이 달러화 거래나 외국인 투자 용이성 측면에서 중국보다는 홍콩 증시를 선호하겠지만, 홍콩 증시는 유동성 측면에서 뉴욕 증시를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 나스닥거래소를 본떠 자국 증시 키우기에 나서왔다. 본토 상하이 커촹반·선전증시 촹예반에 이어 2021년 11월에는 베이징증권거래소를 개시했다. 앞서 2019년에는 커촹반 개시와 발맞춰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자 국영기업인 SMIC가 같은 해 5월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자진 상장폐지 후 커촹반으로 옮겨온 바 있다.
한편 미국 연방 의회는 중국 기업 특유의 회계 부정 관행을 문제 삼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조치를 한다는 내용의 ‘외국 지주회사 책임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법 시행 규칙을 12월 초 발표했다. 앞서 2013년 양국이 맺은 미중 회계 양해협정에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기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특혜가 담겼는데 중국 기업 부정 회계 관행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선 셈이다.
▶주요국 전략산업 주권 경쟁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반도체 주권에 이어 ‘배터리(2차전지) 주권’을 강조하면서 배터리 원료인 리튬 관련 기업들이 투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때 ‘배터리 삼국지’를 연상시키던 한국·일본·중국의 대표 배터리 업체들이 반도체와 유사하게 배터리 공급망 다각화의 압박 속에서 경쟁 격화에 직면한 반면 리튬 관련 업체들은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어 주가도 덩달아 치솟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2021년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앞다퉈 배터리 자급자족을 강조한 상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하자마자 4개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에 대한 미국 중심 세계 공급망 재편을 강조해 실행에 나섰고, EU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등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70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정책안을 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 30여 곳이 ‘배터리공급망협의회(BASC)’를 결성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는 CATL이 각국 견제에 대응해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리튬 수요가 늘고 시장이 팽창하자 뉴욕 증시에서는 리튬 업체 상장이 눈에 띈다. 2021년 8월 리튬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데 이어 또 다른 리튬 관련 업체가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감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독일 록테크리튬은 2022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록테크리튬은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한 피터 틸이 투자한 업체로 주로 미국과 독일 기업을 상대로 하며, 이 중에서도 테슬라를 비롯해 대형 화학업체 BASF 등에 리튬을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유럽발 온라인 플랫폼기업 규제 리스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각 국 중앙은행이 시장 돈줄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미국·유럽 주요국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 탓에 기술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면서 성장 여력이 있는 종목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투자 조언을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세자스 전략가는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유럽발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기반 인터넷 기업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세자스 전략가는 “주요국 정부가 기술 부문에 대한 새로운 규제 접근 방식을 추구하면서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중대한 기술 규제 위험이 임박했으며 이는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 거의 확실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측은 최근 20년간 인터넷 산업에 깔렸던 ‘라이트 터치 규제’의 시대가 사실상 저물었다고 진단했다. 라이트 터치는 원칙주의와 더불어 인터넷 산업의 양대 규제 방식으로 통한다. 라이트 터치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사소한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해당 방식은 인터넷 산업 투자와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전통적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규제에서 기술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는 한편 콘텐츠로 인한 사용자 피해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엄격히 묻지 않는다.
세자스 전략가는 메모를 통해 “주요 선진 시장인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 규제를 바라는 대중의 희망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를 행동에 옮기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메모에 따르면 EU 법안을 만드는 유럽 의회는 12월 말 전원회의를 열어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인 ‘디지털 시장법(DMA)’ 법안을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의회 정보통신기술(ICT) 상임위원회는 디지털 시장법안을 수정 의결했고, 유럽의회 시장·소비자보호위원회도 압도적 찬성률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2022년 상반기 중 각료 이사회와 협상 안건으로 상정된다.
디지털 시장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후 해당 기업의 불공정 행위와 경쟁 제한 행위를 미리 막는다는 ‘사전 규제’ 강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 규제는 문제가 발생한 후 대처하는 사후 규제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로 통한다.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 규제 대상은 게이트키퍼 기업들의 자사 우대, 최혜국 대우 강요, 플랫폼 입점 업체 데이터 유용 등이다.
최근 개장한 베이징증권거래소.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자진 상장폐지로 미중 간 증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이른바 ‘온라인 안전법’ 법안을 만들었으며 현재 의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콘텐츠 등에 대해 해당 기업이 주의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며, 영국 방송통신규제위원회(Ofcom)가 이를 감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 분위기가 연말연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대형 기술 기업 규제부터 우선 시행하는 ‘미국 경제를 위한 경쟁 촉진 행정명령’ 발동 당시 “기업들 영향력이 너무 커질 때 생기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방 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5대 법안도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이다. 5대 법은 ▲플랫폼 독점 종식법 ▲플랫폼 경쟁·기회 법 ▲미국 혁신·선택 온라인 법 ▲서비스 호환성·경쟁 촉진 법 ▲합병 신청 수수료 현대화법 등이다. 해당 5개 법안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잠재적 경쟁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자사 브랜드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 판매하는 우대 행위, 검색 엔진에 자사 서비스를 먼저 노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코로나19 확산 속 ‘굿바이 유동성’
월가 “그래도 주식이 낫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매파 기조와 별개로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보까지 겹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산타랠리’ 기대감도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자산 중 주식이 가장 유망한 자산이라는 월가 의견이 나온다. 뉴욕 증시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휴를 낀 10월 말~다음 연도 1월에 상승세를 달리는 경향이 있어서 이를 ‘산타랠리’라고 부른다.
우선 주요국 금리 인상 행보를 보면, 2021년 12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2배로 확대하기로 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BOE는 기준금리를 기존 0.10%에서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첫 번째 금리 인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00%로 동결했지만, 코로나19 대응 채권 매입은 2022년 3월 말에 중단키로 하면서 고공 행진 중인 물가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성장주 vs 방어주… 뭘 사야 할까
‘글로벌 경제 회복’ 희망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2021년에 비해 불확실성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때문에 미국 주식 투자 방향에 대한 월가 시각도 엇갈린다. 대표적인 것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다.
두 대형 투자은행(IB)의 투자 의견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인다. 우선 BoA는 앞으로 미국 주식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을 내놓았다. 마이클 하트넷 BoA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분석 노트를 통해 “2021년 시장을 움직인 게 ‘인플레이션 쇼크’라면 2022년에는 연준 금리 인상 같은 ‘금리 충격’이 시장을 들썩일 것”이라면서 “연준이 시중 유동성 조이기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중금리를 더 올리고 주식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라고 내다봤다.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장세에서는 방어적 투자 전략이 유리하며, 특히 가상화폐와 ‘나스닥 상장주’로 상징되는 기술주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매수 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 시장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일 것이라는 점에 베팅할 만하고, 주식 시장에선 필수소비재나 통신·대형 제약사 주식을 매수할 만하다”면서 “반도체 관련주,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 시세 하락에 베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2020년 이후 시세가 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코인)와 기술주는 이른바 ‘팻 테일 리스크’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팻 테일 리스크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나온 단어다. 예외적인 사례와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확률 정규 분포의 꼬리가 너무 두꺼워진 결과 평균적인 사례와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예측력이 떨어져 대응에 실패할 위험을 말한다.
앞서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A 전략가도 뉴욕 증시가 고평가된 기술주 위주로 상승세를 달려왔지만 금리 상승기에 매도세가 짙어지면서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기업 펀더멘털과 거시 환경을 모두 고려하면 12개월 내 S&P500지수는 지금보다 약 20% 낮은 3750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기술주와 임의 소비재 부문에서 낙폭이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또 다른 월가 IB 골드만삭스는 BoA보다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부문 주식과 더불어 기술주 중에서도 우량기업 주식은 오히려 사들일 만하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최근 분석 메모를 통해 “2021년 11월 중순 기준 드루리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최근 12%가량 떨어졌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쓰는 반도체 수급 흐름도 개선된 점을 미뤄볼 때 증시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물류 대란 등 올해 불거진 공급망 위기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 우려보다 빨리 정상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덜해지면 연준으로서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유인이 적어진다. 드루리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미국 동·서부 8개 노선을 오가는 40피트 화물 컨테이너 운송비용을 추적하는 지수다.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국채 수익률이 2%를 밑도는 상황에서 기관·개인투자자들 모두 주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12개월 안에 S&P500지수는 지금보다 10%가량 오른 5100선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인건비 상승 압박에 직면한 유통업체보다는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기대되는 기술 부문 성장주가 유리하다는 투자 조언을 냈다. 그는 “물류 대란이 해소되더라도 앞으로도 몇 년간 일자리 시장에서 구인난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투자자들은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수익) 대비 인건비가 높은 주식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인테리어 부문 유통업체 홈디포와 로스, 저가형 유통업체 달러제너럴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정보기술(IT) 대형주 구글 알파벳과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반도체용 화학 소재 업체 캐봇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매수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