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요식업계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은 음식점이 부지기수라 들어가기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번잡하던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줄서서 먹던 식당들도 한산한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며 배달업은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집에서 맛집을 향유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전국이 코로나19로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든 2월부터 3월까지 배달업 각 분야별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해 짚어봤다. 특히 배달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 치킨과 피자를 비교해 봤다.
▶총체적인 요식업 경기하강 본격화
수혜 입은 배달업은 ‘독야청청’
온 국민이 몸소 체감하고 있겠지만, 대기업에서부터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경기 하락세가 여기저기서 관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홀로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배달 시장이다. 각종 자료를 통해 배달 시장의 증가율이 적게는 8%에서 특정분야는 20~30%까지 증가했다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었어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배달전문 기업들은 정보가 공개된 2018년까지의 정보만 해도 이미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2019년과 2020년 1분기를 지나면서 더욱 급격히 성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진입한 배달 시장
조금만 들여다보면 ‘배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명제가 100% 성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먼저 배달 시장은 생각보다 ‘원래 입지가 굳건한’ 블루칩이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겠다.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덩달아 업계 전반의 성장세는 이어왔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혁신적인 산업은 아니다. 예전부터 배달 시장은 음식업 내에서 일정 부분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 비중이 늘어난 것이지 없던 영역이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배달앱 서비스의 성장’과 ‘배달업의 성장’은 명확하게 구분해서 봐야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배달 시장의 외적인 규모의 성장(=총매출액의 성장)이 곧 배달업을 영위하는 개별 기업이나 점주에게 이득이 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관계가 그만큼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가 시켜 먹을 수 있던 음식 종류는 많아봐야 4~5개 정도였다. 배달 4대장이라고 불리던 ‘치킨, 피자, 중국집, 족발/보쌈’과 ‘한식/분식’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요즘 배달 앱 속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배달음식이 생겨났을까? 확실히 전보다 커피/디저트, 패스트푸드, 양식, 아시안, 찜/탕, 도시락, 회 등의 카테고리가 늘어났다.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따뜻하거나 신선한 음식들이 모두 배달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방 녹아 없어지는 빙수나 아이스크림부터 삼겹살이나 와플까지 배달되는 것을 보면, 이제 외식과 배달의 경계가 대부분 무너졌음을 느끼게 된다.
좀 더 파고들어 보자. 이번에는 배달시키는 위치를 등록하고 각각의 카테고리를 클릭해 보면 한 개 카테고리당 많게는 90~100개, 적게는 30개 정도의 개별 매장 리스트가 올라온다. 다시 말하면 배달로 주문할 수 있는 주변 음식점의 개수(경쟁점)를 세어보면 적은 지역은 300개서부터 많은 지역은 700~800개까지 분포한다는 것이다. 한 개 점포 입장에서 보면, 적게는 300대 1, 많게는 8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권이라는 강남이나 홍대에 가도 이 정도로 경쟁이 심하지는 않다.(오프라인에서는 유사한 ‘업종’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달앱 안에서는 ‘업종’에 관계없이 전체 카테고리가 한 번의 끼니를 위해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로드숍 매장과 마찬가지로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는 의견과 롱테일 법칙이 적용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배달 시장을 바라보기도 한다.
큰 흐름에서는 예전에 비해 배달 앱이 활성화되면서 군소 프랜차이즈나 개인 점포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는 의견(롱테일 법칙)이 타당해 보이지만, 시장 형성기 혹은 진입시기가 끝나고 경쟁 사업자가 어느 정도 결정되고 나면 다시 마케팅력(力)을 갖춘 대형점포들이 매출을 독식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파레토 법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고객들이 어떤 점포를 선택하는지 들여다보면, ‘상위에 노출되는 점포’, ‘리뷰가 많이 달린 점포’, ‘별점이 높은 점포’ 등이 그 기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준들이 모두 ‘마케팅力’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은 배달만 하면 다 성공할 것’ 같지만 결국 마케팅 잘하는 힘 있는 점포들로 매출이 집중되는 시기가 오면, 이보다 힘든 경쟁시장도 없다는 뜻이다.
▶치킨/피자 시장 업계 1, 2위 사업자의 고민
넉넉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정보력을 갖춘 외식 대기업들은 수혜를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 역시 의문이다. 사실 코로나19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각 분야별 시장 1,2위 사업자들은 ‘주력종목의 배달’이 아닌 다른 활로를 뚫고자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배달’이 아닌 ‘홀 위주’의 영업방식이나 ‘테이크아웃’ 방식을 고민하기도 했고, ‘주력종목’ 외에 ‘보조종목(제2브랜드)’을 고민하기도 했다. 치킨의 경우에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떡볶이 같은 분식류를 제2브랜드로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피자의 경우에는 스파게티나 짬뽕처럼 면요리와 주로 컬래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비비큐는 우쿠야(돈가스)와 올떡(떡볶이) 브랜드를 선보였고 교촌은 햄버거 브랜드를 론칭했다. 또 피자업계에서는 ‘니뽕내뽕’이라는 피자와 짬뽕을 컬래버한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가 등장하더니, 스파게티·치킨·치즈볼에 이어 마라 같은 중국음식까지 사이드메뉴로 제공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국민야식 치킨 시장 세대교체
BBQ 등 대형 업체 점포 줄어
먼저 치킨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공정위 가맹사업거래에 등록된 치킨 가맹본부는 전체 434개로 포함된 가맹점만 2만5215개(2019년 말 기준)로 집계된다. 이 중에서 2017년에는 40개, 18년에 56개, 19년 이후 등록되었거나 가맹사업 개시일이 등록되지 않은 본부가 78개이니 2017년부터 3년 사이 174개(전체 40%) 가맹본부가 새로 생긴 셈이다.
시기별로 거슬러 살펴보면 2016년에 30개, 2015년 29개, 2014년 30개, 2013년 13개, 2012년 32개, 2011년 18개, 2010년 17개이다. 2009년 이전부터 이어져 오는 본부가 91개인데, 적게는 10개에서 많아야 30개 내외로 증가하던 가맹본부의 수가 2017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배달 앱의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6~2017년을 기점으로 군소 가맹본부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경쟁관계가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이렇게 등록된 가맹본부들이 골고루 시장을 배분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던 파레토 법칙이다. 가장 가맹점 수가 많은 비비큐(1636개)부터 55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쳐버린파닭(97개)까지 상위 55개 브랜드(전체 12.7%)가 전체 가맹점 수의 80%(2만135개)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편중은 더하다. 가맹점 매출총액 기준으로 연간 6634억원을 보인 교촌치킨부터 316억원을 올린 코리엔탈깻잎두마리치킨까지 상위 36개 브랜드(상위 8.3%)가 전체 매출의 80%(4조6286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군소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오픈을 하는데, 상위 브랜드의 가맹점 수와 매출 편중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에 어중간한 가격이나 맛을 가진 치킨 프랜차이즈는 진입조차 쉽지 않거나,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0년 3월 각 사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비큐의 경우 2018년 말 기준으로 공정위에 등록한 1636개 매장에서 1344개로 매장이 감소했고, 또봉이통닭, 치킨마루, 맥시칸치킨, 훌랄라 숯불치킨, 치킨매니아, 썬더치킨, 둘둘치킨, 호치킨 등 유명 브랜드들의 매장 수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계 치킨, 치킨플러스, 자담치킨, 노랑통닭, 치킨신드롬, 치킨678, 바른치킨 등은 2018년 말에 비해 매장 수가 늘어났다. 여전히 대형 브랜드들의 힘은 강력하지만 신흥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전보다 훨씬 빠르게 브랜드 유행주기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대형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치킨의 4분의 1 규모 차지하는 피자 시장
도미노, 피자헛, 피자마루 등 기존 강자 굳건
이번에는 피자 시장을 살펴보자. 피자 프랜차이즈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비해 약 1/4 정도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 수로는 125개가 등록되어 있고(치킨 대비 28.8%), 연간 매출액은 1조6170억원(치킨 대비 27.9%)에 해당하며, 속한 가맹점 수는 6083개(치킨 대비 24.1%)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치킨 배달 시장규모의 4분의 1정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피자 배달 시장은 치킨과 마찬가지로 2017년을 기점으로 가맹본부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가맹본부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치킨 브랜드보다 훨씬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다. 2016년 이전까지는 연평균 3~4개, 많으면 7~8개까지 증가하던 가맹본부가 2017년 10개, 2018년 15개, 2019년 이후 34개가 추가로 등록되었다.
치킨 시장과 마찬가지로 상위 브랜드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가맹점 수 기준으로는 1위 피자마루(615개)부터 19위 피자헤븐(79개)까지 상위 19개 브랜드에 가맹점 4834개가 집중되면서 15.2%의 가맹본부에 가맹점 80%가 편중된 현상이 나타났다.
도미노피자 ‘30치즈&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피자’
가맹점 매출총액 기준으로는 1위 도미노피자(2709억원)부터 11위 피자에땅(461억원)까지 11개 브랜드(상위 8.8%)에 매출의 80%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중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가맹본부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치킨시장보다 경쟁의 강도는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상위 브랜드에 포함되기 위한 문은 좁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